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이 11년 전 올림푸스로부터 한국 사장 직을 제안 받았을 때 내건 조건이었다. 올림푸스한국은 글로벌 기업임에도 국내 재투자율이 높다. 90%이상 해외법인으로 배당하는 글로벌 외국계 기업과 달리 올림푸스한국은 본사인 일본의 배당률이 3.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 재투자한다.
따라서 카메라를 넘어 현미경과 산업내시경 분야를 확장해 생명산업군과 금융, 문화까지 투자를 거듭하며 비즈니스 다각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초 방 사장은 올림푸스 본사의 집행위원으로 발탁돼 올림푸스 내에서도 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아시아에서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 임명된 것은 올림푸스 역사상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이었다. 일본의 유력 경제주간지 <재계>에서는 방 사장에게 "지도력, 결단력, 스피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988년 삼성전자 직원으로 입사해 삼성의 일본 주재원이던 그가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 CEO로 변신하기까지의 얘기를 들어봤다.
- 삼성전자 직원에서 글로벌기업 국내 대표로 변신한 과정이 궁금하다.
▶ 올림푸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올림푸스는 삼성의 낸드 플래시 사업 클라이언트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올림푸스 경영진 중 한명이 자문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100페이지에 달하는 한국 시장 자료를 만들어 줬다.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라도 대형 유통이 가능한 한국에 진출하면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후 2000년 1월, 직접 한국에서 그 일을 해 볼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수많은 고민과 검토를 거듭했다.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래 업무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올림푸스의 제안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오랜 고심 끝에 나만의 계획과 포부, 또 그에 부응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고 2000년 올림푸스한국을 설립하게 됐다.
- 올해부터 새롭게 현미경 및 산업용 내시경사업에 진출했는데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 가치 창출을 이룰 수 있는 신성장 비즈니스를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원(One) 올림푸스' 전략이라고 한다. 올림푸스한국은 기존 의료 내시경 시장에서 98%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다양한 광학 기술을 접목한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최근 현미경과 산업용 내시경 사업에 본격 진출하고 새로운 사업부문인 생명산업사업본부를 출범시켰다.
또 '올림푸스FN코리아'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금융서비스 부문을 신설했으며 신사동 사옥에 '올림푸스홀'을 지어 문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사업 다각화를 발판으로 단순한 외국계기업의 한국 법인이 아닌, 한국에서 세계로 진출하는 새로운 글로벌 기업으로서 도약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 법인이 또 다른 본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 올림푸스 본사의 집행위원은 아시아에서 일본인 외에 처음인데 소감은.
▶ 올림푸스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세계의 1% 수준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탁됐다. 평생 올림푸스그룹에 종사한 사람도 되기 어려운 자리인 탓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그만큼 올림푸스가 젊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였다고 생각한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려고 노력중이다.
- 존경하는 기업인이 있나.
▶ 삼성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건희 회장을 존경한다. 깊은 통찰력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 평소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해소하는 편인가. 특별한 취미가 있나.
▶ 평소 드럼을 비롯해 야구, 골프, 정원 가꾸기를 즐긴다. 개인적으로 이성과 감성의 조화는 CEO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스포츠나 문화는 스트레스 해소에 좋을 뿐 아니라 감성적 마인드를 찾는 데도 중요하다.
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클라리넷과 색소폰을 담당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최근에는 드럼에 빠져있다. 얼마 전에는 사내 올림푸스 밴드를 조직해 최근 직원들 앞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드럼은 전체적인 비트를 맞춰주는, 밴드를 리드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CEO로서의 일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정원 가꾸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취미다. 일본 주재원 시절 7년여를 일본에서 살면서 앞마당을 꾸미기 시작했다. 지금도 주말에 용인, 안성, 가평, 양지 등지에 골프를 치러 가면 한두 시간 전에 도착해 마음에 드는 꽃과 나무가 있는지 일대를 샅샅이 관찰한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만이 아니라 인생을 돌아봄과 동시에 인재를 찾아내고 키우는 마케팅 포인트와도 닮았다. 정원을 꾸밀 때 어떻게 꾸밀지 설계와 스토리를 갖고 시작하는 것처럼 인재 양성도 이러한 과정을 밟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