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각자의 길을 얘기할 때 주로 회자되는 서산대사의 선시(禪·"詩)와 같이, 업계 리딩컴퍼니 삼성생명의 발걸음이 보험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6월3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박근희 삼성생명 보험영업부문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박 신임대표는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전무ㆍ부사장)과 삼성캐피탈, 삼성카드 대표이사, 삼성 중국본사 사장 등을 지낸 그룹의 대표적인 '해외통'이다. 이러한 박 사장의 취임은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보험업계 해외 진출 경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1위를 향해 도약한다." 삼성생명을 새롭게 이끄는 박근희호의 출항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성장성·수익성 두마리 토끼 잡는다"
"매해 당기순이익과 연납 보험료를 10% 이상씩 늘리고 해외 진출국을 1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
삼성생명의 지휘봉을 잡은 박근희 사장은 삼성생명이 나아갈 큰 그림을 이렇게 그리고 있다. 바로 '10-10-10 성장론'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전략 방향도 제시했다.
박 사장은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은퇴시장과 부유층 시장, 해외시장 3가지를 중심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중국·태국 등 신규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확대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삼성생명은 총 8개국에 12개의 해외 거점을 두고 있으며, 이중 태국은 1997년, 중국은 2005년에 진출하여 현지 합작법인을 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중국의 경우 현재 베이징, 톈진, 칭다오 등 3곳에 설립돼 있는 분공사를 2015년에 8개로 늘려 중국에서 전국적인 영업기반을 갖춘 보험사로 발전시킬 방침이다. 태국은 성장채널인 방카슈랑스를 중심으로 신규 은행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현재 6개인 GA채널 조직을 10개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자산 투자규모도 현재 총자산 대비 9%에서 12% 수준으로 늘려가고, 투자지역도 선진국 중심에서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제2의 중동붐이 일어날 조짐을 주시하며 다각적인 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형 면에서도 올해 연납 기준 보험료(APE, 모든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것)를 1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를 위해 기존의 설계사 조직을 효율화하겠다는 포부다. 2015년까지 고능률 설계사를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늘려 1만명까지 키울 예정이다.
은퇴 시장과 부유층 공략을 위한 방안으로는 은퇴연구소를 통해 고객 맞춤형 은퇴 솔루션을 제공하고, 전속 채널은 보장성 보험의 주력채널로서 위상을 강화함과 동시에 비전속 채널은 연금상품 중심으로 신규 고객 기반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부유층 특화 상품 개발, 일시납 및 투자형 상품 확대, 맞춤설계형 변액연금보험 개발 등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1위 리딩컴퍼니로서의 시장 견인 및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결실 획득은 이제 본격적으로 출항한 박근희호가 헤쳐 나가야하는 성장 나침반이자 주요 과제다. 향후 탄탄한 성장을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 4월 상장 당시 청약 증거금이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 가량 유입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삼성생명 주가는 현재 9만원대에 머물며 주주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올해 삼성생명의 당기 순이익이 10% 이상, 총 자산이 8%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삼성생명 주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회사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소통 경영 ·현장 경영을 통한 새 바람
#1. 올 초 사내방송을 시청하던 삼성생명 직원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주로 사내 소식을 전해오던 방송에서 뮤지컬 <그리스>의 한 장면을 임직원 10여 명이 재연하는 모습이 10분 이상 방송됐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션을 위해 모인 임직원들이 서로에게 짜증을 내는 모습, 미션을 수행할지에 대한 의문, 친해지기 위한 노력 등이 담겨 소통이 왜 필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게 했다. 실제 미션에 참여했던 한 직원은 "사원이 임원에게 춤을 가르치는 즐거운 경험이었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소통의 중요성과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2. 박근희 대표는 지난해 12월 삼성생명 사장 부임 직후 최남단(제주도 제외)에 위치한 목포지역단을 방문했다. 이후 진주지역단을 바로 찾은 데 이어 올 1월에는 콜센터, 수원·의정부지역단 등을 잇따라 방문했다.
이렇게 현장 중심 경영을 강조하는 박 대표는 지난해 12월 보험영업부문 사장 취임 이후 6월까지 40개 가까운 현장 지역단과 콜센터, 연수원 등을 일일이 방문했다. 이러한 직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건의사항 청취, 혁신 조치 시행 등으로 현장 영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박 대표가 이끄는 삼성생명에는 요즘 소통과 '현장 경영'의 바람이 거세다. 보험업계는 통상 보수적인 분위기로 알려져 있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개인간·부서간 벽을 깨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표는 연초 시무사를 통해 "개인·부서간 서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회사가 곧 가정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방문 시 직원들의 건의로 이뤄진 혁신 조치로는 영업 전산시스템·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업무 간소화, 전자결재·보고 확대 및 관리 시스템 구축, 준법경영( 컴플라이언스) 제도 개선, 보험금 청구 간소화 등이 꼽힌다.
이러한 현장 중심 경영과 소통은 박 대표가 가장 중요시하는 '사랑경영'의 실천 방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삼성생명이 선포한 브랜드 <사람·사랑>처럼 박 대표의 '사랑경영'에 대한 진심이 고객과 직원들에게 얼마나 따뜻하게 전파될지 주목된다.
박근희 대표이사 주요 약력
1995년 1월 삼성전관(현 삼성SDI) 기획담당 이사 2001년 3월 삼성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전무 2003년 1월 삼성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부사장 2004년 1월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2004년 2월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2005년 1월 삼성그룹 중국본사 사장 겸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 2010년 12월 삼성생명 보험영업부문 사장 2011년 6월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