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지난 달에 했던 얘기가 이번 달엔 왜 또 달라?"
"주말에 꼭 등산을 가야해?"
"왜 우리 사장은 무능력한 김 부장만 싸고 돌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장에 대한 불만과 의문이 가득하기 마련.

지난 10년간 사장 노릇(?)을 해온 윤용인 노매드 미디어앤트래블 대표는 사장인 자신을 오해하는 직원들에게 본심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한 속내를 담은 책이 <사장의 본심>이다. 그는 이 책에서 사장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귀띔해주고, 이해를 구함과 동시에 사회생활 선배로서 지혜도 일러준다. 

윤 대표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성격이 아니다. 차라리 '저기에 돌을 던져볼까?'하며 모험에 뛰어드는 편이다. 사업도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노매드여행사를 차리기 전까지 인터넷 언론의 이단아라고 불리는 '딴지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노매드여행사는 딴지일보의 딴지관광청에서 주관하는 '여행 문화 바꾸기'의 일환으로 2000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쳐보니 그동안 사업을 얼마나 추상적으로만 생각했는지 깨닫게 됐다. 자신만은 쿨한 사장이 되고 싶었다는 그.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했다. 사장 윤용인의 머릿속엔 온갖 고민들이 가득했다. 

"자연인 윤용인과 사장 윤용인은 다르더라구요. 자연인 윤용인은 고민하지 않고 굉장히 이기적으로, 욕망하는 대로 움직였어요. 희생이 없었죠. 하지만 사장 윤용인은 걱정하고 희생합니다. 매 순간 '통장 잔고가 떨어지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하며 새가슴이 되더라고요." 

류승희 기자
 
윤 대표는 책에 이런 고민들을 담아냈다. 넘쳐나는 생각들을 글로 풀다보니 내면의 괴리도 조금씩 해소됐다. 이번 책을 쓰면서 10년간 사장으로 일하는 동안 생겨난 고민이 스스로 정리가 되고, 사장으로서의 철학도 훨씬 선명해지고 분명해졌다고 한다.

"마음의 공간이 넓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직원도 서로를 옥죄기만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여유를 두며 풀어주는 거죠. 이게 관용이 아닐까요?" 
 
착한 여행에서 치유하는 여행으로

"노매드는 제대로 된 가격을 받고 제대로 서비스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죠. 가격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말자는 겁니다. 쇼핑 옵션 덤핑하지 말기가 우리의 주 모토입니다."

윤 대표에게 고민이 더해진 것은 다른 여행사와 차별화된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착한 여행'이 노매드여행사가 추구하는 여행이다. 윤 대표는 이를 '명랑 여행'이라고 말했다.

태국 효도여행 상품을 예로 들면 다른 여행사들이 "달러를 써도 된다"고 얘기할 때 노매드는 적극적으로 현지화인 바트로 환전하도록 권한다. 현지 통화를 쓰면 여행국의 경제를 보호할 수 있고, 현지인에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를 쓰는 것은 여행객에게도 득이다. 여행의 성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재래시장에서 물건도 살 수 있다.

최근 노매드가 새롭게 시도하는 것은 '치유여행'이다. 여행을 하며 자연히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것이다. 윤 대표는 치유여행을 기획한 것이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 사이에 공통되는 감정이 외로움이 아닐까 해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고, 사람들이 그 글에 공감하는 이유도 외로움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치유여행이라 하면 숲속에서 명상을 하거나 선식같이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을 생각하기 쉽다. 최근에는 미술치료나 단식 여행, 인도나 미얀마 명상센터에서 한달 이상 체류하며 심신을 달래는 여행상품도 등장했다.

윤 대표는 "이러한 치유여행이 의미는 있지만 일반인들은 범접할 수 없는 마니아의 여행"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지향하는 치유여행은 보다 쉽고 대중적이다. 여행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것이다.

"일반 여행과 똑같이 하면서 틈틈이 치유 프로그램을 넣으려고 합니다. 호흡 명상, 요가 등을 여행 전후로 하면서 여행 동반자와 교감하도록 하는 거죠. '대화가 필요한 부부여행'이나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 등 테마를 둘 생각입니다." 

윤 대표의 이러한 시도는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올 5월 서울시의 '서울형사회적기업'에 선정된 것.

노매드는 덤핑을 하지 않는 관계로 여행 원가가 다른 여행사보다 높다. 광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노매드'라는 이름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노매드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한 고객들은 자연히 팬이 됐고 독자가 됐으며 고객이 됐다.

"남들과 다르게 하려는 노력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아요. 10년 전 출발할 때 기존 여행사와는 다른 여행을 선보이자고 다짐했거든요. 유혹도 많았지만 돌아보니 노매드만의 성격을 지켜온 게 가장 잘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장이 된 후 소심해졌다고 하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이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와 닮았다고 말한다. 자유분방하고 하고 싶은 대로하는 눈치 없는 조르바 같다는 것. 호탕하게 웃어 보이는 윤 대표에게 '사장의 애환'이 좀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