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 내팽개치고, 오죽하면 낙농민들이 이 자리에 나왔겠습니까.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아잉교.”
지난 26일, 자식처럼 키운 우유를 뒤집어 쓴 낙농민의 눈물이 여의도광장에 흘러넘쳤다. 곳곳에는 “낙농가 등에 빨대 꽂은 유업체야”, “유업체는 대박, 낙농가는 쪽박”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 “유업체는 대박, 낙농가는 쪽박”…여의도광장의 울부짖음
지난 6월21일부터 유가공업체와 축산 농가가 원유값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상폭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류승희 기자
축산농가들은 구제역과 사료값 폭등 등을 근거로 173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유업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 유업체 입장에서는 최근 줄줄이 인상된 소비자 물가와 관련해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유업체가 제시한 인상폭은 41원이다.
협상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서 축산농가 측은 ‘납유 거부’까지 불사하고 있다. 원유값을 현실화하기 전에는 유업체와 거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장외투쟁 역시 이같은 축산농가의 뜻을 강경하게 내보이기 위한 첫 번째 집단행동인 셈이다.
이날 모여든 전국 축산농가만 하더라도 1만여명. 삭발투쟁 등 비장함마저 감도는 진행 과정 중에서도 클라이맥스는 마지막 상징의식이었다. ‘짤수록 손해’라는 우유를 바닥에 쏟아 부은 낙농민들은 상여를 불태우며 ‘낙농업의 죽음’을 울부짖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전남 순천에서 왔다는 한 낙농민은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며 눈가가 촉촉해진 채 미처 말을 끝맺지 못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구제역으로 소들도 다 죽어나간 판에 사료값에 농기구까지 전부 다 올라 농가마다 수천만원씩 빚더미에 짖눌려 있다”며 “500만원어치 원유를 팔면, 거기에 들어가는 사료값만 700만원을 넘어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와중에 정부에서 수입유제품을 100만톤이나 풀어, 유업체만 막대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경기도 안성에서 올라온 참가자는 “구제역으로 농가는 다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수입유제품을 100만톤이나 풀어줬다”며 “유업체들이 흰우유는 수입을 못하지만, 분유를 수입해서 최근에 신제품까지 내며 장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한지태 차장은 “현재 낙농가가 유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은 1000ml당 830원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유업체의 소비자가격은 2200~2300원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산물가가 모두 오른 상황에서도 지난 2008년 이후 3년 동안 원유값은 동결이었다”며 “2008년에도 원유값이 100원이 조금 넘게 오른 반면 소비자가격은 300~400원 정도가 올랐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04년과 2008년 원유값이 각각 리터랑 517원에서 584원, 다시 703원으로 오른바 있다. 이에 비해 2008년 당시 1리터짜리 흰우유의 소비자가격은 1900원에서 2200원 선으로 인상됐다.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시중 12개 우유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 188억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역시 유업체들은 축산농가와 원유값과 관련해 아무런 논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한국낙농육우협회 측의 설명이다.
한 차장은 “우유대란이라고들 하는데 낙농업체가 먼저 살아야 우유수급도 원활해지는 것 아니겠냐”며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낙농업체가 아닌 유업체들의 유통과정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