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고립무원의 궁지에 몰리고 있다. 정리해고로 촉발된 한진중공업 사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오너의 책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 회장은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를 등지고 40일이 넘도록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 그 동안 사태는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이른바 ‘희망버스’ 압박이 더해져 혼란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정치권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야당은 부산으로 가는 ‘희망버스’에 연대 승차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여당에서조차 조 회장의 장기 해외체류에 불만을 토해낼 정도다. 하지만 조 회장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회장이 나서 위기 막아야” 여론 비등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요즘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이 나서 조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질책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서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수위까지 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반영하듯 여당을 통해 ‘경고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조 회장의 경영철학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정부도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정 협력’을 통한 사태 해결을 시사했다.

기존 ‘중립’에서 여권의 입장이 기우는 것은 최근 기류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 노사가 공멸하는 상황에서 팔짱만 끼고 있다가는 ‘친재벌 정당’이란 오명만 덧씌워지는 데다 정치쟁점이 돼버린 사안에 명분 없이 질질 끌려만 다녀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6월27일 노사합의로 6개월간의 총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했다. 이에 따른 해고대상자 170명 가운데 76명은 희망퇴직을 했고, 94명이 남았다. 이후 추가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조 회장을 참고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해외체류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도피성 출장’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여론을 들끓게 했다.
 
세 차례에 걸친 ‘희망버스’의 부산 영도행은 제3자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맞서 한편에선 제3자가 빠지고 노사 자율로 해결하려면 조 회장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한다. 정리해고를 결정한 오너가 최종 책임자로서 귀국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야당에선 진보신당 심상정·노회찬 상임고문과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조 회장을 향해 연일 난타를 가하고 있다.  


 




◆사측은 외부개입에 난색
 
한진중공업 사측은 이같은 움직임에 불쾌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발버둥치고 있는데 정치권과 진보단체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임직원 1400여명이 100%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게 민간기업이 휘둘리고 있다”면서 사태 악화를 우려했다.

조 회장의 최근 신변에 대해서는 “회장님 일정에 따른 것이지 도피 의도는 없다. 작년 10월 이재용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태의 진상과 해결책을 밝혔는데, 회장님이 국회에 나갈 이유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