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지난 7월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4대 스포츠를 모두 유치한 '그랜드슬램'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하계), 2002년 한·일월드컵, 8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이어 2018년 동계올림픽까지 모두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다.
 

◆최고의 경기력으로 위상 드높이는 한국인

세계 스포츠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이러한 국제적 스포츠행사를 거치면서 높아져갔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인식하는 대한민국은 전쟁과 남북분단, 독재와 가난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88 서울올림픽유치 당시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명도, 신인도, 인지도 등이 대외홍보부재로 별 볼일 없었다. 그러나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우리나라를 ‘무에서 유를 창조한 나라’ ‘한강의 기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한 국가’ 등으로 이미지를 변신시켰다.

그 후 1991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단일팀을 출전시켜 각각 여자단체전 우승과 8강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남북한선수단의 공동 입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평화 의지를 지구촌 가족들에게 스포츠를 넘어선 감동의 진한 메시지를 전하게 됐다. 또 1994년 IOC총회에서는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를 겪고 난 후 개최한 2002년 한국-일본 FIFA월드컵 공동개최에서는 한국축구의 4강 신화와 함께 서울시청 앞 등 전국적인 ‘붉은 악마 응원단’의 붉은 물결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막강한 응집력과 단결력,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은 스포츠를 통한 국가브랜드 파워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표출했다.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도 한국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월드컵에서도 2002년 4강에 이어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16강에 올라가기도 하는 등 7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있다. 야구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했다. 또 제1회 WBC에서 4강, 제2회 대회에서 준우승 등을 기록했다. 아마추어 스포츠인 올림픽에서도 우리나라는 꾸준히 세계 10위권 안에 랭킹되고 있는 등 세계 선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이 스포츠 세계에서 쌓은 업적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영국 프리미엄리그의 최고 명문구단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을 한 박찬호와 추신수, 골프의 최경주, 박세리, 신지애, 그리고 피겨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 등을 비롯해 핸드볼, 양궁, 배드민턴, 쇼트트랙 등의 종목에서 올림픽과 세계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는 것은 물론 각 종목 종주국에 진출해 한국을 빛낸 운동선수들을 일일이 꼽기 어려운 정도다.

박인규 대한체육회 국제교류팀장은 “우리나라는 올림픽에서 계속 10위권 내에 오르고 있는 등 경기력 면에서 세계 스포스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과 국력은 검증된 상태다”라며 “운동선수 양성시스템 문제를 떠나 경기력은 세계 최고의 괘도에 올라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스포츠외교 위상은?

삼수 끝에 성공한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는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쾌거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경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만큼이나 스포츠외교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희윤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세계적 빅 이벤트 유치는 결국 외교력 싸움”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스포츠외교력이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도 한 언론에서 “한동안 우리 스포츠외교가 동방불패였다가 평창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동방필패가 됐었다”며 “그런데 이제 평창의 유치 성공을 계기로 다시 동방을 제패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과거 가장 많았을 때에 비해서는 인원수가 줄기는 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문대성 전 태권도 국가대표(동아대 교수) 등 2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문대성 교수는 선수위원)이 있다는 것도 세계 스포츠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IOC위원 쿼터는 개인자격 위원 70명, 선수위원 15명, 국가별 올림픽위원회(NOC) 15명, 국제스포츠연맹(IF ; International Federation) 대표 15명 등 총 115명으로 돼있다. 선수위원은 1국가 1명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위원도 요즘은 1국가 1명 추세다. 단 국제연맹 회장은 국가에 상관없이 선출된다. 과거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IOC위원이 됐던 것도 국제유도연맹 회장이 되면서 국제연맹 대표 자격이었다.

박인규 팀장은 “현재 IOC위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200개가 넘국 IOC 회원국 중 80여개국에 불과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2명의 IOC위원이 있다는 것은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의 힘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봅슬레이에서 후진국이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모든 썰매 종목(루지, 스켈레톤, 봅슬레이)에 출전했던 강광배 선수가 국제봅슬레이연맹 부회장에 선출된 것도 한국의 스포츠외교력을 보여준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스포츠외교력, 아직 갈 길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국제대회 유치를 실패하거나 국제대회에서 실력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할 때마다 우리나라 스포츠외교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곤 했다. 또 이번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가 우리나라의 스포츠외교가 완벽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박인규 팀장은 “스포츠 경기력은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스포츠외교력을 갖추지는 못한 상태”라며 “우리나라는 큰 행사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는 경우도 큰 대회 유치가 있을 때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희윤 교수도 “스포츠외교의 바로미터는 국제연맹의 수장이 몇명인가로 판가름 난다”며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으로 보면 외교력을 평가받을 수 있지만, 국제연맹 등에 진출이 없으면 분명 스포츠외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강영중(대교그룹 회장) 국제배드민턴연맹 회장,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등 2명의 국제연맹 회장만 있을 뿐이다.

박인규 팀장은 “국제연맹 지도부나 집행부로 선출되는데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업무적 한계 등으로 많은 인력이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국제연맹에 진출해 분과위원이나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한국인은 약 1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제연맹 등으로의 진출이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희윤 교수는 “선수 출신을 중심으로 종목별 국제연맹 회장도 나오게 해야 IOC 내에서 입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며 “꼭 회장이 아니더라도 국제연맹 같은 데에 선수출신이나 행정가들이 계속 진출해야 대외적으로 우리나라의 발언권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이어 “한 예로 정몽준 의원이 FIFA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예부회장으로 있어 FIFA 내에 아직도 영향력이 있겠지만, 정 의원 혼자의 힘만으로 FIFA 내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며 “국가 차원에서 스포츠외교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외교 인력 양성사업 진행 중

대한체육회도 지난 2008년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후 스포츠외교 인력 양성사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다. 스포츠외교 전문가과정을 두고, 이 과정이 참여한, 인력을 국제기구에 파견하거나 유학을 보내고 있다. 올해도 7명의 인력을 국제기구에 파견했으며 내년에는 파견인력을 15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박인규 팀장은 “최근 세계적 추세가 선수출신의 진출이 많아지고 있다”며 “수출신은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고, 해당 스포츠에 대한 유대감이 높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선발할 때 선수 경력을 감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스포츠도 상업화되고 있는 만큼 마케팅, 홍보 등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며 “국제연맹 등에서도 인력을 많이 뽑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인재들도 인식을 바꿔 국제연맹 등에 적극 진출해 우리나라의 스포츠외교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