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렸다. 그리고 온 국민을 패닉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7월28일 대한민국을 ‘개인정보 유출’ 공포에 떨게 한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해킹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무려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으로 그 누구보다 곤혹스러운 이들은 바로 당사자인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다.
사건 당일 팝업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개인피해예방센터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 혼란은 가라앉지 않는 눈치다. 무엇보다 당장 기업 이미지와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가입자 이탈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물론, 네이트온톡 등 관련 서비스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가입자 이탈, 어쩌지?
SK컴즈 내부에서 해킹의 징후를 발견한 것은 지난달 26일 새벽. 이틀 후인 28일 해킹 사실을 최종 확인 후 서둘러 사과 공지문을 띄우고, 29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수습 작업에 들어갔다. 초유의 비상사태에 주영철 대표가 테스크포스장을 맡으며 대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 사건이 알려진 지 일주일 남짓이 지났지만, 최악의 치명타를 입은 SK컴즈는 매일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아직까지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건 ‘가입자 이탈’. 해킹 사건이 알려진 28일과 29일에는 사이트 해지를 위한 접속이 몰리며, 일시적으로 회원탈퇴에 어려움을 겪는 등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 SK컴즈 주 대표는 지난 29일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경우 하루 사이에 탈퇴 회원 수가 20% 정도 늘었다”며 “유의미한 수준의 해지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일주일이 지난 8월5일 현재, 이후에도 꾸준한 가입자 감소가 예상되지만 SK컴즈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수치를 비롯한 자세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입자 이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감지되고 있다. 인터넷 검색어에는 해킹과 관련해 ‘네이트 탈퇴방법’ 등이 함께 올라와 있는 상황.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가입 해지는 물론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던 컴퓨터 메신저 네이트온까지 삭제 조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혈액형까지 개인의 신상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네이트온과 같은 메신저는 지인들 대부분이 등록돼 있기 때문에 한번 가입하면 옮기기가 쉽지 않다”며 “네이트온까지 영향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SK컴즈가 이번 사건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컴즈 측은 한동안 어느 정도 가입자 이탈은 불가피한 만큼, 조용히 추이를 지켜보며 차근차근 대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SK컴즈는 본인 확인 후 주민등록번호 폐기를 선언하고, 개인피해예방 센터를 오픈했다. 보안 강화를 위한 인력 구축 등을 위해서도 앞으로 50억원 정도의 자본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1년 반 SK컴즈가 보안에 투자한 비용은 70억원가량이었다.
SK컴즈 관계자는 “당장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취하는 것 보다는, 고객들의 피해에 깊이 사과를 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보안이 더 강화된다면 고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네이트온톡 등 SNS 신사업, 어쩌지?
설상가상 네이트온톡과 싸이월드 등 소셜 서비스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SK컴즈는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면서,모바일 환경에서 ‘제 2의 도약’을 목표로 SNS 서비스에 주력해 왔다.
당장 네이트온톡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에 첫 출시된 것이 지난 7월20일, 아이폰은 지난 8월3일이었다. 네이트온톡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서비스와 함께 PC컴퓨터 접속자에게 쪽지를 보낼 수 있고, PC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문서나 이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네이트온톡 안드로이드 버전이 공개된 뒤 일주일 만에 140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는 애플 버전까지 가세할 경우 연내 1천만명 가입자를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네이트온톡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 8일만에 해킹 사건이 벌어져 추가적인 가입자 확보에 진통이 예상된다. 더욱이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등 비슷비슷한 서비스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출시되자마자 들이닥친 돌발 변수로 인해 서비스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페이스북 보다 앞선 국내 토종 SNS 싸이월드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던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SK컴즈는 오는 9월 초 6개 언어로 된 ‘싸이월드 글로벌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킹 피해를 수습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느냐에 따라 글로벌 진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해킹 사건의 피해자들이 집단 소송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수습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플랫폼과 시너지 약화, 어쩌지?
SK텔레콤의 비통신 사업부분의 SK플랫폼으로 분사 후, SK컴즈와의 시너지도 불투명해졌다. SK컴즈의 네이트온고 싸이월드는 SK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한 핵심 서비스로 기대를 모았다. 11번가, T스토어 등 SK플랫폼의 대표적인 사업 부문과 고객 정보 공유를 통해 비통신 사업부문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것뿐 아니라, PC와 모바일 등 유무선을 넘나드는 네트워크 서비스로 시너지를 기대하는 바가 컸다. 때문에 SK컴즈는 SK플랫폼과의 합병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지난 5일 SK플랫폼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 확실시 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해킹 사건으로 인해 SK플랫폼과의 고객 정보 공유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SK플랫폼이 멜론, 11번가 등의 서비스를 위해 SK컴즈의 네이트와 싸이월드 고객정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공유에 대한 고객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SK플랫폼의 분사를 앞두고 이번 사건이 불거지며, 고객들이 이에 쉽게 동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