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여름이다. 장마 후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갈 시기지만 기습적인 폭우에 온 국민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도 일부 지역에선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리에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증시도 외부 악재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경제가 더블딥(double dip·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다 다시 침체되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다시 부각된 탓이다. 여름 휴가 전엔 월가 매니저들도 주식을 팔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지만 그렇다고 이 시기를 마냥 놓아보낼 순 없다.
◆기습 폭우처럼 쏟아지는 악재, 증시 '적신호'?
8월이 시작되기 전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12개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8월 코스피지수 전망치는 최저 2000에서 최고 2450선이다. 지수 상단은 대부분 2200선 이상이다. 경기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본격적인 하반기 강세장에 돌입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2분기 기업의 실적 발표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국내외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지수 상승의 동력이 될 것으로 봤다. 외부 악재가 해소되고 경기 모멘텀이 살아나면 '안도 랠리'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전망이 무색하게 코스피지수는 지난 2일부터 50포인트 이상 빠지더니 5일 2000선마저 무너졌다. 랠리의 근거가 될 것으로 믿었던 미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악화된 탓이었다.
미국 채무한도가 상향되면 불확실성이 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시장에선 이를 정부의 능력이 약해지는 것으로 해석한 것도 전망을 크게 엇나가게 했다. 정부의 힘이 약해지면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고 봤는데 마침 경제지표까지 안 좋게 나왔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급락 갤리가 펼쳐지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악재가 이어졌지만 유독 국내 증시에서 과매도가 나오고 있다는 진단이다.
일부에선 오히려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UBS증권은 3일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탄력적이고 기업 실적도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7월 한국의 수출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한국선행지수는 지난 6월에도 상승해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선행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하면 코스피지수는 양호한 흐름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를 웃돌았다는 설명이다.
UBS는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예상에 부합하고 있다고 봤다. 이 증권사는 "당사가 분석하는 상위 30개 기업 중 실적을 발표한 20개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순익이 전분기대비 각각 7%, 4%, 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년 전과 비교해선 매출은 1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IT와 기초소재 섹터 부진으로 13% 감소했다"면서도 "자동차와 금융 부문 강세로 순익은 6% 증가해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고 진단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 투자 비중을 늘리는데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수해 나도 휴가는 간다
증시가 흔들리지만 그래도 실적이 탄탄한 기업은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분명 주가는 오른다. 특히 여름 휴가철이 성수기인 업종은 하반기 상승할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 봄 일본의 지진에도 일본 및 중국의 여행객들은 국내 카지노업체를 찾았듯이 장마철 못지 않는 폭우가 쏟아진다고 해도 해외여행 등으로 여름휴가는 예정대로 떠나기 마련이다.
휴가 시즌 수혜주로 가장 먼저 꼽히는 종목은 단연 여행주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2분기는 보통 비수기이지만 지난 해 2분기 실적 호조로 역기저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그러나 여행업의 최성수기인 3분기는 사정이 다르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던 지난 해 3분기처럼 올해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 14%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월의 일본 대지진으로 봄철 휴가 수요가 여름으로 미뤄졌을 것이라는 점,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인 점도 여행주에는 긍정적이다.
호텔신라도 기대주다. 호텔신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일년 전보다 53.5% 감소하는 등 부진했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로 매출은 늘었지만 인천공항 임차료 및 판촉비 증가가 부담이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3분기에 호텔신라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름휴가로 출입국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김포공항 면세점 확장, 인천공항 면세점 루이비통 매장 입점 등의 호재 때문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1일 "7월 말 확장되는 김포공항 면세점은 외형이 적지만 수익성이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 예정인 루이비통 매장도 인근 매장영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국내 피서객 중 실내에서 휴가를 즐기는 이들이 영화관이나 게임 등을 즐길 것이라는 것도 투자 포인트다. 3분기 영화시장에선 '퀵'을 제작한 CJ E&M과 '고지전'을 내놓은 미디어플렉스가 주목된다. 두 작품 모두 제작비가 100억원에 달하고 각각 제작비의 50% 넘게 투자하는 메인투자자 역을 맡아 3분기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두 회사 모두 3분기 '7광구'(CJ E&M)와 '챔프'(미디어플렉스) 등을 추가로 개봉시킬 예정이지만, 이번 영화 성적에 따라 이후 개봉작에 거는 기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영화 성적은 미디어플렉스가 앞설지 몰라도 전체 영화시장 영향력은 CJ E&M이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트랜스포머3' 등 흥행작들을 배급해 전체 수익률을 올렸기 때문이다.
게임주 중에는 엔씨소프트가 유망주로 거론되고 있다. 2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블레이드앤소울 상용화, 아이온과 리니지2의 부분 유료화 등으로 수익이 늘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삼강과 빙그레, 해태제과 등 빙과주도 놓쳐선 안 된다. 뜨거운 땡볕 아래 차가운 아이스크림은 찰떡궁합이다. 특히 롯데삼강은 빙과류가 전체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