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어느 가을날의 일이다. 어느 분께서 퍼팅레슨을 받으러 왔다. 당시 핸디가 12였고, 주1회 친구들과 라운드를 즐기는데, 타당 만원 정도의 내기를 한다고 말했다. 실력들이 비슷해서 큰돈이 오가지는 않지만, 퍼팅만 조금 더 잘하면 한번쯤 혼 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진행하던 퍼팅레슨프로그램은 80만원(2시간씩 4회)으로 꽤 비싼 레슨이었지만, 8시간 동안 다른 것 안하고 오직 퍼팅만 연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신청했다고 했다. 더 솔직하게는 퍼팅만 따로 가르쳐주는 골프선생님이 나 밖에 없어서 신청했다고 했다.
첫째 날. 두시간 동안 2m 이내 거리에서의 마무리퍼팅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다. 그 동안 자세와 스트록을 일부 수정하고, 퍼팅루틴을 완벽하게 확립했다. 둘째 날, 두시간 동안 거리조절 연습을 했다. 거리조절의 원리들을 설명하고, 조금씩 감을 익혀갔다. 마지막으로 '2-putt challenge'라는 훈련을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18m까지 성공했다.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들에게 퍼팅레슨을 했고 이 훈련을 시켰지만 그 기록을 깬 사람은 단 한명밖에 없을 정도로 훌륭한 기록이다.
셋째 날. 세번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다시 만났다. 싱글벙글 웃고 계셨다.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좋은 일 있지. 내가 지난 주말에 친구들과 라운드를 해서 100만원을 땄지. 퍼팅이 귀신 같았거든….” 그리고는 퍼팅수업은 그만 하고 드라이버를 좀 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세번째 수업은 드라이버를 점검했다. 그리고 그 분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2시간짜리 라인읽기 수업이 아직 한번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80만원 투자해서 100만원 벌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나 본 사람들 중에 “퍼팅이 돈”이라는 말을 믿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유일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골프업계에 오랜 세월 내려오는 말이 하나 있다.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 정말 그럴까? 이 말을 확인하는 방법은 없을까? 돈을 걸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 즉 투어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증명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가장 판돈이 큰 PGA 투어의 기록을 살펴보면 무엇인가를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상금랭킹 10위 안에 들어온 선수들의 명단 중에 장타자 출신, 즉 드라이버거리에서 10위 안에도 이름이 있는 선수가 몇명인지 세어보았다. 그리고 퍼팅 출신, 즉 Stroke_Gained 방식으로 측정한 퍼팅순위에서 10위 안에 이름이 있는 선수는 몇명인지 세어 보았다. 2004년부터 살펴 본 것은 퍼팅순위가 2004년부터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금 모자란 듯해 상위 10%에 해당하는 20위까지의 명단, 즉 상금순위 20위, 드라이버거리순위 20위, 퍼팅 20위까지의 명단을 비교해 보았다.
평균적으로는 퍼팅을 잘 하는 선수가 1명 정도 많다. 2005년은 확실하게 장타자들이 우세한 한해였다. 2006년과 2011년은 둘 사이에 균형을 이룬 해이고, 나머지 5개 년도는 퍼팅 잘하는 선수들이 우세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퍼팅이 압도적인 우세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조금 더 돈과 친한 것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여기서 한가지 퀴즈. 한해에 드라이버 장타순위와 퍼팅순위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몇명이나 있을까? 단 1명이다. 2004년, 2005년, 2007년의 타이거 우즈다. 같은 해가 아니더라도 양쪽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도 한명 있다. 바로 몇주 전까지 상금순위 1위였던 닉 와트니 선수다. 2009년 드라이버6위, 2011년 퍼팅 5위를 기록했다. 둘 다 탁월하게 잘하기는 어려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