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CEO인 래리 페이지가 지난 15일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비용만 해도 125억달러, 한화로 약 13조원에 달한다.
 
스마트폰 OS(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공급하고 있는 구글의 이 같은 ‘빅딜’ 소식에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속내가 편할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구글발 후폭풍은 과연 어떻게 불까.
 
◆구글 “개방형 플랫폼 유지”, 그러나…
 
“이번 인수로 인해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우리의 본래 의도를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의 특허를 부분 소유하는 기업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안드로이드는 앞으로도 개방형을 유지할 것입니다.”

 


구글 CEO 래리 페이지가 블로그에 게재한 글 중 일부다. 이 글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듯 구글이 이번 인수에 있어 가장 강조하는 바는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플랫폼 유지. 이번 인수 역시 구글이 앞으로 안드로이드 파트너들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닌,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구글 측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 기업들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특허 공격을 가함으로써 반경쟁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만7000여개가 넘는 특허를 지닌 모토로라를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구글이 인수 하루 전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5개 파트너사들에게 먼저 인수 사실을 알린 것 또한 이 같은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파트너사들은 공식적으로는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공식적인 환영 의사와 달리 외부에서는 인수 후폭풍을 우려하는 시각이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구글은 안드로이드 OS를 운영하는 데 ‘개방형 플랫폼’을 원칙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협력업체들 입장에서도 동등한 경쟁이 가능했다. 구글은 이제까지 OS만 만들어 공개했을 뿐, 직접 제조에 나선 적은 없었다. 안드로이드 OS 레퍼런스폰(기준이 되는 폰)이 되는 넥서스원과 넥서스S의 제작에 관여하긴 했지만, 이 역시 각각 HTC와 삼성전자가 개발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상, 앞으로 구글이 안드로이드 OS와 관련해 모토로라에 우선순위를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구글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면서까지 모토로라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데 대해, 앞으로 스마트폰 사업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겠냐는 분석하고 있다.
 
 


 
◆삼성·LG에 불똥…삼성은 독립 전략 시동?
 
따라서 안드로이드 OS 제품 생산에 주력해 온 국내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로서는 향후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구글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겠지만, 향후 안드로이드 OS의 레퍼런스 스마트폰은 모토로라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 업체들의 스마트폰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겠지만, 구글 의존도를 탈피할 구조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안드로이드폰 단말기 자체로는 세계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었음에도, 현재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상황. 특히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맹추격하는 데 성공한 LG전자로서는 이번 인수로 인한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 안드로이드 OS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추이는 삼성전자 1위, HTC 2위, 그리고 3위와 4위를 나란히 LG전자와 모토로라가 차지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인수 소식이 알려진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며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당장 자체 OS인 ‘바다’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은 지난해 5월부터 바다 OS를 사용한 저가형 스마트폰 ‘웨이브’를 내놓았지만 판매량은 아직 800만대에 그치는 수준. 바다 OS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현재 1.9%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 플랫폼을 무기화 할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며 “다음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에 바다 OS를 사용한 ‘웨이브3’를 발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공개할 웨이브3에 사용된 바다 2.0은 스마트폰결제기능(NFC), 음성 인식 등 최신 기능들을 탑재해 경쟁력을 높였다. 
 
◆구글의 차기 레퍼런스폰 개발사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차기 구글 레퍼런스폰의 개발사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퍼런스폰이란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를 적용하는 데 있어 표준이 되는 폰. 안드로이드 OS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때마다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향후 구글의 레퍼런스폰 개발이 모토로라에 넘어가게 된다면, 기타 안드로이드폰 경쟁 업체들로서는 기술적 불리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구글의 첫번째 레퍼런스폰인 ‘넥서스원’은 대만의 HTC가, 두번째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바 있다.
 
때문인지 15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직후 네티즌들은 물론 업계 전문가들 역시 구글의 차기 레퍼런스폰인 넥서스 프라임의 개발을 모토로라가 맡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보통  크리스마스 전후를 앞두고 개발사 선정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안다”며 “모토로라 인수와 상관없이 개방형 플랫폼 체제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올해도개발사들의 경쟁을 통해 선발할 것이다”고 밝혔다.  넥서스 프라임의 개발사 역시 현재로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고 확인했다.
 
곧 이어 18일 또 다른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10월 삼성전자가 ‘넥서스 프라임’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인 부품 조달에 나섰다는 것.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글의 발표도 없었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향후 구글의 레퍼런스폰 개발과 관련해서는 “결국 구글 마음 아니겠냐”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