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의 불완전판매와 초기해약 환급금이 적다는 이유로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투자위험을 충분히 알리고 해약 시 환급금이 지금보다 많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
최근 보험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의 지적이다. 최근 주가 급락으로 변액보험 해약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생명보험사들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가입자들의 원성과 금융당국의 지적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손해보험사들은 변액보험시장 진출을 엿보고 있어 향후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초기 해약환급금 불만, 생보사 '울상'
폭락증시의 불똥이 변액보험으로 옮겨 붙었다. 생명보험협회의 비교공시에 따르면 8월25일 기준 변액보험의 주식형펀드 최근 1개월 수익률이 심하게는 ―20%에 육박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업계가 울상이다. 주식형 변액보험 펀드의 순자산은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7월29일 기준 9조3337억원에서 지난 8월19일에는 8조1497억원으로 주저앉았다. 3주 만에 1조1840억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증시환경 악화에 따라 변액보험 해약을 고민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면서 해약환급금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변액보험은 장기 상품으로, 보험료에서 떼는 사업비 비중이 초기에 매우 높고 이후 점차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 환급 시 특히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D사의 변액보험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가입 1년 만에 해약하면 실제 납입보험료의 60%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투자수익률 4% 가정 시). 가입 2년 후 해지할 경우 80%, 4년이 돼야 90%가 넘게 환급 받을 수 있다. 환급금을 실제 납입 보험료 수준으로 받으려면 10년이 경과해야 한다.
회사별·상품별 차이는 있지만 이와 같이 대체로 가입 1~2년 만에 중도 해지하면 실제 납입한 금액의 20~40%는 돌려받기 어렵다. 이 때문에 초기 환급을 희망하는 가입자들과 보험사들 사이에 잦은 마찰이 빚어지면서 금융당국도 "초기 환급금을 높이라"라고 시정 요구에 나서게 된 것.
그러나 이에 대한 뾰족한 개선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생보사들의 깊은 고민이 깔려있다.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 지급 문제가 무엇보다 큰 걸림돌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금융정책실 실장은 "국내 변액보험의 사업비용이 총량 측면에서 볼 때는 외국과 비교해 많은 수준이 아님에도, 설계사들에게 판매수수료를 선지급하는 비중이 높아 초기사업비 집중이 과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설계사 배당금 조기 지급을 위해 보험가입 초기에 사업비를 집중적으로 떼어내는 것에 대한 개선이 모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국내 보험사들의 판매수수료 선지급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안철경 실장은 "보험을 판매하고 바로 배당금을 줘야 설계사들의 판매 의욕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보험의 유지보다 판매에 더 무게를 두는 업계 관행과도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보험사들이 초기 사업비 비중을 줄이게 되면 영업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사업비 후취형 상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결국 후취형 구조로 가려면 초기사업비 일부를 보험사가 이를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보험사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영업력 또한 떨어뜨리지 않는 방안을 찾기 위해 폭넓은 협의가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 생보사 변액보험 주춤, 손보사에겐 기회될까
생보업계가 주춤하는 사이 손해보험업계는 변액보험시장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실손형 의료보험, 통합보험 등 손보사의 주력 시장에 생보사들이 이미 들어온 것처럼, 현재 생보사만 판매하는 변액보험시장이 손보사에게 개방돼야 한다며 영역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변액보험시장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급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회계년도에 1975억원에 그쳤던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는 2010회계년도에는 19조4129억원으로 무려 10배 급성장했다.
그러나 실제 손보사의 변액보험시장 진출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변액보험시장을 지켜야하는 생보사는 물론 금융당국도 손보사가 진출하면 불완전 판매와 민원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손보사도 이미 수십년짜리 장기상품을 판매해오고 있고 유능한 재무설계사들이 많다"며 "손보사에 변액보험 판매를 풀어준다고 민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치게 일방적인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손보사 특성상 대형사고가 터지면 일반보험 계약자의 자산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손보사 관계자는 "일반계정과 특별계정을 나눠 운용하기 때문에 이치에 맞는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같은 손보업계의 지속적인 변액보험시장 진출에 대한 요구에 따라 언제든 '영역다툼'의 불씨가 재현될 수 있어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TIP> '추락하는' 변액보험 수익률 올리려면
변액보험 수익률 하락에 고민하는 가입자라면, 무턱대고 보험을 해약하기 전에 잘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액보험은 가입한 펀드 종류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를 변경하는 것이 변액보험 수익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핵심이다.
먼저 펀드의 성격과 주식 투입 비율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료를 채권이나 유동성 자산 등 안정성을 추구하는 채권형 펀드가 있는가 하면 일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혼합형펀드가 있다. 보통 하나의 펀드를 고르기 보다는 3개 정도의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추천된다.
또한 주식시장이 계속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투입비중이 낮거나 채권형으로 갈아타고, 반대로 주식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주식투입비중이 높은 펀드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펀드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보험사 고객센터를 방문하거나 콜센터, 홈페이지의 인터넷 창구를 통해 직접 변경도 가능하다. 펀드별 수익률이나 투자와 관련된 상세내용은 각 보험사나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www.klia.or.kr)의 변액보험 공시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