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 부동산 가격과의 상관관계가 재미있다. 8월24일 서울시의 단계적 무상급식안과 시의회의 전면적 무상급식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투표율 25.7%에 그쳐 투표함조차 개봉하지 못했다. 하지만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투표율을 살펴보면 서초구가 36.2%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35.4%)와 송파구(30.6%)가 차례로 30%를 넘겼다. 이들은 이미 부동산 시장에서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하는 곳이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이들 3구의 시가총액은 각각 81조9549억원(서초구), 107조9839억원(강남구), 74조3568억원(송파구)으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강남구는 알려진대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치적 지지기반이다. 그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명함을 바꿨는데 그 때 출마한 곳이 ‘강남 을’이다. 당시 강남 을구 유권자는 59%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오 전 시장에게 보냈다.
오 전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평균 이상의 득표를 받은 곳을 살펴보면 이번 투표 결과와 크게 차이가 없다. 61.05%라는 기록적인 득표율을 올린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평균 득표율을 상회하는 곳은 25개 자치구 중 6곳에 그쳤다. 강남구(74.75%), 서초구(71.70%), 송파구(65.76%), 강동구(64.64%), 양천구(61.49%), 용산구(61.48%) 등이다.
한명숙 전 총리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쳤던 2010년 6·2지방선거 역시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당시 오 전 시장의 평균 득표율은 47.43%. 강남구(59.94%), 서초구(59.07%), 송파구(51.28%), 용산구(51.15%), 강동구(49.99%), 양천구(47.47%), 영등포구(47.45%) 등 7곳이 오 전 시장의 0.6% 차 승리를 이끌었다.
◆평균 상회 투표율 지역도 아파트 인기 지역
그동안 오 전 시장에게 평균 이상의 표를 던진 지역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부동산 시가총액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도 마찬가지다. 강남3구를 제외하면 평균득표율 25.7%를 넘은 구는 강동구(27.6%), 용산구(26.8%), 노원구(26.3%), 양천구(26.3%) 등 4곳이다.
서울시 자치구별 부동산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이들은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투표율 4위를 기록한 강동구는 시가총액 31조6705억원으로 자치구별 시가총액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용산구(시가총액 23조4004억원)가 10위로 다소 처져있기는 하지만 노원구(시가총액 41조6779억원)나 양천구(시가총액 37조3264억원)는 나란히 4·5위를 달리는 부동산 선호 지역이다.
용산구의 부동산 시가총액이 낮은 이유는 주택 수가 다른 구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유권자 수로 비교해보면 가장 많은 송파구(54만7691명)의 5분의 2(20만8267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부동산 강세지역의 투표율은 높은 반면 부동산 이슈가 적고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낮은 자치구의 투표율은 낮게 기록된 것으로 해석된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강남3구를 제외하더라도 부동산 이슈를 생산하는 지역의 투표율이 대부분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오 전 시장의 지지기반이 부동산과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투표율 높은 곳 어떤 부동산 이슈 있었나
투표율이 높았던 지역은 매번 부동산 이슈를 양산하는 곳이다. 강남3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부동산의 메카다. 이들의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최근에는 재건축단지 몇 곳의 이주공고가 나면서 수도권 전체로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파급력을 보이기도 했다.
용산구는 오 전 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개발사업의 최대 수혜지역이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이 수익성 악화로 다소 부진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용산은 강남 이후 새로운 주거타운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한강르네상스라는 이슈의 중심에 있으면서 재개발 압력이 높아졌고, 불행하게도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강동구 역시 고덕시영이나 둔촌주공 등 재건축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정부나 서울시의 작은 입김에도 크게 요동쳤던 곳이다. 지리적으로 강남과 가까우면서 비교적 규제를 많이 받는 강남3구에 비해 투자 수요의 접근이 쉬워 부동산에서 소리 없는 강자로 통한다.
노원구와 양천구는 아파트 밀집지역인데다 학군수요가 많은 학원가 밀집지역이다. 특히 노원구는 2008년 봄 소형아파트 가격 폭등을 주도했던 곳이다. 당시 강북 아파트 가격을 주도한 곳으로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을 꼽았는데 이중 노원구는 학군수요를 등에 업고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향후 서울시 부동산 정책은
한편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향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이 전면 개편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의 큰 그림은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라 좌우되지만, 세부적인 그림은 광역자치단체장의 입김이 절대적이다.
오 전 시장이 추진한 부동산 정책 중 대표적인 것이 장기전세주택인 시프트다. 시프트는 이미 시민들로부터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는 주택정책이어서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더라도 바꾸기에는 부담스런 정책이다. 다만 공급 규모의 변동이 있을 수 있어 향후 서울시의 주택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공공관리제 등 정비사업과 관련된 공공의 역할 강화도 꾸준히 시행될 것인지 눈여겨 봐야한다. 향후 정비예정구역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5대 권역별 주거지 관리체계와 휴먼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뉴타운·재촉지구·균촉지구 등 정비사업과 관련된 제도의 변화가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9년 1월에 발표된 한강프로젝트와 유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초고층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성수·압구정·여의도·이촌·합정지구 등 한강변일대도 정책의 연속선상에서 개발을 담보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초고층개발과 공공기여에 따른 기부채납 문제가 불거지면 지구단위계획 등 장기적으로 개발일정이 좀 더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 “특히 양화대교 공사논란으로 이어졌던 서울한강과 경인아라뱃길을 연결하는 15Km 서해비단뱃길 조성은 국제·연안터미널 조성(2012년 여의도, 2016년 용산)사업, 국내 최초 한강 수상호텔(2016년 용산지구)사업 등과 연결돼 정책의 지속성이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밖에 2008~2009년에 걸친 서남권·남산·동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서울지역의 동북선(왕십리~중계동), 우이~신설, 목동선(신월~당산), 신림(여의도~서울대) 등 2017년까지의 경전철사업, 도시형 생활한옥 건설 사업도 꾸준히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