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를 품고 있는 태백 금대봉(1418m)에서 대덕산(1307m)으로 이어진 산자락은 생태계의 보고다.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날아다니고 꼬리치레도롱뇽이 집단 서식하고 있다. 식물상도 좋아 이곳에서 처음 발견된 대성쓴풀을 비롯해 모데미풀, 한계령풀 같은 희귀식물도 자라고 있다. 특히 해발 1300~1400m를 넘나드는 산마루의 초원지대는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로 이름 높다. 요즘 같은 초가을엔 바로 그곳이 천상의 화원이다. 
 

 
태백 금대봉 야생화 트레킹은 백두대간 태백과 정선을 잇던 옛길 두문동재(1268m)에서 시작한다. 금대봉 가는 산길은 넓고 부드럽다. 땀 흘릴 필요 없이 천천히 걸으며 야생화와 눈만 맞추면 된다. 숲 그늘엔 새며느리밥풀이 붉은 자주색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빼곡하다. 길 양쪽으로 노란 두메고들빼기가 하늘거리고, 연보랏빛 둥근이질풀이 앙증맞은데, 개미취도 활짝 웃으며 가을을 노래한다. 
 
◆가을 노래를 부르며 반기는 야생화들

조금 걷자 오른쪽으로 헬기장 터가 나타난다. 그 주변엔 달맞이꽃, 마타리꽃, 둥근이질풀꽃, 각시취, 개미취, 산솜방망이, 촛대승마들이 가득 피어나 있다.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아담한 화단 같다.

동행한 숲 전문가 김부래 씨(70세)는 꽃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름의 유래, 생태 등을 자세히 일러준다. 태백, 정선, 평창, 삼척 등 강원도 오지의 수많은 산들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는 그는 산의 식생에 대해서도 거의 박사급이다. 현재 금대봉, 대덕산 일대의 생태를 조사하는 모니터 요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에 어울리는 지역 최고의 숲 전문가인 것이다.

두문동재 고갯마루의 감시초소에서 약 800m 지점. 야생화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는 오른쪽으로 숲길이 보인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금대봉 정상을 들르는 길이다. 정상에선 임도로 다시 내려설 수 있다. 이 길을 따르면 30분 정도 더 걸리지만 금대봉 정상을 들를 수 있어 대부분 탐방객이 이 길을 선택한다.

 

 

임도를 뒤로하고 숲길로 들어선다. 키 작은 신갈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선 숲 사잇길. 야생화 종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래도 단풍취, 두메고들빼기, 도라지모시대, 서덜취들이 반갑다고 인사한다. 응달서만 자라는 자줏빛 그늘돌쩌귀도 있다.

금대봉 정상. 널찍한 공터엔 양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꽃을 피웠다. 금대봉 정상에서 길이 갈린다. 오른쪽 길은 매봉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가는 등산로다. ‘분주령·대덕산’ 이정표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선다. 10분쯤 내려서자 아까 뒤로했던 임도를 다시 만난다. 임도는 부드럽게 나있다. 양지바른 초원에선 햇살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화사한 표정으로 반긴다. 둥그렇게 조성된 관찰로를 따라 한바퀴 돌면서 꽃구경 삼매경에 빠져든다.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오면 취 종류의 꽃이 제일 먼저 피어나기 시작하죠. 그리고 그늘돌쩌귀, 수리취, 물매화, 곤드레도 장관을 이뤄요. 여기에 도라지모시대, 까실쑥부쟁이, 놋젓가락나물, 쥐손이풀….” 가을에 반겨줄 야생화 목록은 한없이 이어진다.

오른쪽 숲속으로 난 산길은 분주령~대덕산으로 이어진다. 본격 산행이 아니라 야생화 감상이 목적이라면 이쯤에서 발길을 돌려도 된다. 분주령~대덕산을 거쳐 검룡소 입구로 간다면 차량을 세워둔 두문동재로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없어 콜택시(3만원)를 불러야하기 때문이다. 
 


◆금대봉과 대덕산 구간을 따로 걸을 수 있어

태백 금대봉~대덕산의 야생화 감상코스는 두군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두문동재~금대봉 구간은 산책 같은 코스로 원점회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노약자 낀 가족 단위가 다녀오기 정말 좋다. 천천히 걷기만 한다면 왕복 2시간 소요. 야생화를 감상하다 보면 3~4시간 정도 걸리기도 한다.

야생화도 감상하고 본격 산행도 곁들이고 싶다면 대덕산을 오르면 된다. 대덕산 산행은 두문동재가 아니라 검룡소 초입의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분주령 고갯마루엔 노랑물봉선과 물양지꽃이 한창이다.

분주령에서 야생화 감상의 핵심인 대덕산으로 가려면 고갯마루 갈림길에서 능선을 따라 곧장 오르면 된다. 이어 이깔나무 숲으로 들어가면 제비난초, 수리취, 어수리 군락이다. 대덕산 정상 직전의 초원을 벗어날 무렵엔 벌개미취들이 소매를 붙잡는다. 어여쁜 단풍취와 눈 맞추다보면 대덕산 정상. 산마루를 따라 개미취, 각시취, 돌마타리 같은 온갖 가을꽃이 지천이다. 검룡소 주차장~분주령~대덕산~검룡소 주차장 구간은 산행만 4시간 소요. 야생화 구경을 한다면 6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두 구간을 모두 합친 두문동재~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로 이어지는 전 구간 답사는 걷는 데만 6시간 이상 걸린다. 원점회귀가 안 되기 때문에 지원 차량이나 택시가 필요하다. 태백 합동콜택시 033-552-1212, 태백 콜택시 033-552-0808.

태백 금대봉과 대덕산 일대는 생태경관보존지역이기 때문에 입산 전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3923)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야생화 트레킹 가이드가 필요하면 1주일 전에 역시 환경보호과에 신청하면 된다. 태백의 숲 전문가인 김부래 씨가 진행한다. 주말엔 무료이지만, 평일엔 유료다.
 


여행수첩

●교통 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영월·제천 방면)→제천→38번 국도(태백 방면)→영월→두문동재 삼거리(우회전)→두문동재 <수도권 기준 3시간 소요>

●숙박 두문동재 근처엔 숙박업소가 없다. 황지동에 메르디앙호텔(033-553-1266), 카스텔로호텔(033-553-2211), 오투리조트(033-580-7000) 등이 있다.

●별미 두문동재 고갯마루에 함백산쉼터(010-2977-3889)가 있다. 콩국수(5000원)와 잔치국수(5000원) 등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다. 두문동재 아래 태백 화전동의 감자옹심이식당(033-554-0077)의 감자옹심이가 맛있다. 1인분 6000원.

●참조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태백관광안내소 033-550-2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