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천사 같은 아기의 입양을 고려해본 사람들은 제법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 가족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양육부담 등 현실적인 제약 외에도 '아이가 자라면서 친부모를 찾으면 어떡하지' '친자와 입양아를 차별하게 되지는 않을지' 등 우려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지난 2009년 4개월 난 찬희를 입양한 고정환(41)· 김화목(37) 부부도 그러한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찬희와 함께 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엄마·아빠는 더 강하고 지혜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아빠 고정환 씨는 "고민의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자라면서 성장통을 겪는 것은 낳은 아이나 입양한 아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냐"며 "앞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헤쳐 나갈 것"을 다짐했다.
류승희 기자
◆ 진지한 가족의 해맑은 변화
"모든 아이들은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
정(情)이 많아서였을까. 총각 시절 고정환 씨는 우연히 홀트아동복지회의 슬로건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를 1~2명은 낳고, 또 1~2명은 입양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다행히 당시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가져온 화목 씨도 이에 선뜻 동의했다.
그러나 결혼 후 두 아들 찬영(11)·찬하(10)를 낳아 키우다보니 그러한 입양 결심은 차츰 무뎌져갔다. 엄마 화목 씨는 "연년생 사내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졌고, 입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런 부부에게 용기가 생긴 것은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사는 한 가족이 입양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다. "처음엔 입양아인 줄 정말 몰랐는데 친해지면서 가족 사연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입양을 결심하고 6개월 뒤 찬희를 만났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부모·자식의 만남은 오죽 하랴. 첫날부터 엄마·아빠는 범상치 않은 운명을 절감했다. 찬희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어 친척들에게 보냈더니, 조카가 뜻밖의 반응을 보냈다. "작은 엄마, 왜 찬영(큰 아들)이 어릴 때 사진을 보냈어?"
아닌 게 아니라 찬영·찬하 형제와 '가슴으로 낳은 아이' 찬희는 나이 차가 크고 성별이 다름에도 영락없는 붕어빵이다. 그런 찬희가 사랑스러워 엄마·아빠는 웃음이 절로 늘어났다.
"눈가에 주름이 늘었어요. 꽤 진지(?)한 가족이었는데, 맑고 밝은 찬희로 인해 유쾌한 가족으로 바뀌었죠."
찬희를 키우면서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물음에도, 딸 자랑하기 바쁘다. "밤 수유도 금방 떼고, 업으면 5분이면 자고, 젖병을 보는 앞에서 버렸더니 다시 찾지도 않았어요." 엄마는 아무리 어린 아기도 환경이 바뀌면 알아차려서 고생을 시킨다는데, 찬희는 참 순한 아기였다고 떠올렸다.
◆ "입양은 아픈 게 아니야" 예방주사 노력도
찬희는 이제 우리나이로 네 살. 어린이집에 다니는 꼬마 숙녀가 됐다. 그런 찬희를 위해 가족들은 올해부터 입양가족 모임에 나가고 있다. 사실 엄마아빠에게 입양가족 모임은 다가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지만 "차츰 마음을 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도 모임에 가면 '아, 찬희를 입양했지' 이런 생각이 새삼 들더군요. 그래서 가기 싫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겪을 정체성 혼란에 대한 '예방주사' 차원에서 모임에 나가고 있습니다."
입양가족들과 교류하면서 입양이 특별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가족 구성의 한 형태를 인지시키려는 것. '가랑비에 옷 젖듯'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찬희가 얼마 전에는 "난 입양(아) 아니야. 큰 오빠가 입양(아)이야"하는 말을 해서 엄마아빠는 깜짝 놀랐다. 이런 반응에 부모가 주저하면, 아이가 입양을 부정적인 것으로 느끼게 될까봐, 엄마는 애써 침착하게 찬희를 설득했다. "입양은 아픈 게 아니야. 찬희를 이렇게 예쁘게 낳아주신 부모님이 엄마는 정말 고맙단다."
그런 찬희 가족을 보며 주변에는 또 새로운 입양가족이 생겨났다. "과거 우리 부부처럼 입양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하셨던 가족이 찬희를 보면서 비로소 결심한 거죠."
입양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은 말 그대로 선입견일 뿐이라는 고정환·김화목 부부. '찬양의 기쁨'이란 이름의 속뜻처럼, 찬희로 인해 더 아름다운 삶의 기쁨을 새록새록 느낀다는 부부는 "서로 보듬어 가며 함께 나눌 수 있는 고귀한 사랑의 기쁨을 더 많은 가족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입양자격 및 절차
"낙태반대 운동도 거세고 우리나라가 G20회원국으로 해외입양에도 제한을 받아서 복지시설에 아이들이 참 많아요. 더 많은 아이들이 국내 입양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회복지기관 홀트아동복지회에 입양 가정 인터뷰를 요청하자, 입양가족모임의 한 아버지는 "요즘 입양을 기다리는 아가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을 꼭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따스한 가정을 기다리는 아기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양의 조건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입양으로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최근에는 기혼이 아닌 독신자의 경우도 입양이 가능하도록 입양자격 및 절차가 완화됐다.
구체적인 입양 자격을 보면, 기혼가정인 경우 만 25세 이상으로, 입양 아동과의 나이 차가 60세 미만이면 신청이 가능하다. 독신인 경우 35세 이상이며, 아동과의 연령차가 50세 이하인 경우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해야한다. 경제력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아동 양육에 필요한 소득 창출을 위해 안정된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
입양은 반드시 입양기관을 거쳐야 한다. 입양 기관에 문의하면 입양 희망자와 상담해 입양 자격 여부를 살펴본다. 자격을 갖춘 부부는 입양 상담원과 면접 후, 가족관계증명서ㆍ혼인관계증명서ㆍ부부건강진단서 등 구비서류를 갖춰 입양기관에 접수할 수 있다. 이후 입양 부모 교육과 가정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 입양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