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꼭대기에 올라 두 손으로 푸른 하늘을 떠받치니
햇빛은 머리 위에 비추고 별빛은 귓전에 흐르네.
아래로 구름바다를 굽어보니 감회가 끝이 없구나.
다시 황학을 타고 신선 세계로 가고 싶네.
 -주세붕의 시 '정상에 올라'
 
'밖에서 보면 다만 흙묏부리 두어송이뿐이나, 강 건너 골 안에 들어가면 사면에 석벽이 둘러 있고, 모두가 만길이나 높으며 험하고 기이한 것이 이루 형용할 수 없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淸凉山, 870m)을 본 조선시대 최고의 지리학자 이중환이 자신의 저서 <택리지>에 묘사한 감탄이다.
 
◆낙동강 상류에 우뚝 솟은 바위산

강원도 태백의 황지에서 시작한 낙동강은 경북 봉화의 명호에 이르러 비로소 강의 모양새를 갖춘 뒤 안동, 상주 등 영남 내륙지방을 적시고 남해까지 흘러간다. 심산유곡을 굽이도는 낙동강 물줄기를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는 청량산은 강가에 우뚝우뚝 솟은 기암절벽이 돋보이는 명산이다. 
 


수묵화 병풍을 보는 듯한 경치에 반한 이들이 어찌 없겠는가. 주세붕은 <유청량산록>에서 청량산의 아름다운 기품을 자세히 적고 있다. '청량산은 안동부의 재산현(才山縣)에 있다. 태백산의 한줄기가 날아와 정기가 모인 것이니 두루 설키고 가득 찬 기운이 합쳐져 많은 봉우리가 다투어 빼어나게 솟아 깨끗한 빛은 멀리서 바라보면 푸른 죽순이 어지러이 빼어난 것 같아 늠름한 것이 공경할 만하다.'

퇴계 이황은 자랑스레 청량산 주인임을 내세웠다. 퇴계는 13세 때 숙부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집에서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을 거닐며 청량산과 낙동강이 빚은 자연의 조화를 즐겼다. 청량산을 이상향처럼 여겼던 퇴계는 나중에 스스로 호를 '청량산인'이라 짓고 이 산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퇴계의 청량산 관련 시편만 50여편에 이르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중 '망산(望山)'은 청량산의 맑은 기운을 잘 표현하고 있는 시다.

어딘들 구름 낀 산이 없으랴만
청량산이 더더욱 청절하다네.
정자에서 매일 먼 곳을 바라보면
맑은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든다네.


청량산 봉우리들은 흔히 육육봉(六六峯)이라 불린다. 이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내세우는 12봉우리를 말하는데, 가장 높은 장인봉을 비롯해 외장인봉·축융봉·경일봉·선학봉·금탑봉·자소봉·자란봉·연화봉·연적봉·향로봉·탁필봉이 그것이다. 조망 좋은 어풍대·밀성대·풍혈대·학소대·금강대·원효대·반야대·만월대·자비대·청풍대·송풍대·의상대는 따로 12대(臺)라 일컫는다.

청량산엔 12봉 12대와 잘 어울리는 절집이 깃들어 있다.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청정도량' 청량사(淸凉寺)다. 연꽃 같은 청량산 암봉들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청량사는 이보다 완벽할 수 없을 정도로 산과 절집이 조화롭다. 본전인 유리보전(琉璃寶殿)은 모든 중생의 병을 다스리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전각. 부처님은 종이를 다져 만든 '지불(紙佛)'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6·25전쟁 때 불에 타버린 문수전의 문수보살과 명부전의 지장보살을 약사여래불 좌우에 모셨다. 현판은 청량산으로 피신을 왔던 공민왕의 친필이라 전한다.
 

 
청량산엔 한때 30암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금탑봉 중간 절벽 아래에 응진전(應眞殿)만 남아 있다. 전망이 으뜸인 이 암자엔 석가삼존불과 16나한, 그리고 공민왕의 부인인 노국공주의 상이 안치돼 있다. 제2차 홍건적의 난 때 공민왕이 피신해왔던 역사의 흔적인 셈이다.

응진전 뒤쪽의 큰 암봉 위엔 작은 바위가 얹혀 있는데, 이를 동풍석(動風石)이라고 한다. 저절로 움직인다는 전설의 바위다. 옛날 한 스님이 이곳에 절을 지으려 했다. 스님은 암봉 위에 바위가 있는 걸 보고 올라가 떨어뜨렸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그 바위가 제자리에 있었다. 놀란 스님은 결국 절을 짓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청량사에서 응진전으로 넘어가는 길목, 곧 외청량과 내청량을 연결하는 어풍대(御風臺)는 청량사 감상의 최적지. 여기에 서면 '산은 연꽃이요, 절터는 꽃술'이라는 사실을 저절로 깨달을 수 있다.

청량산엔 조선뿐 아니라 신라시대 석학, 명필의 묵향도 그윽하다. 어풍대를 뒤로 하면 최치원이 마시고 머리가 맑아졌다는 총명수(聰明水)를 만난다.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는 물론 많은 이들이 찾아와 마셨다는 전설의 석간수다. 요즘도 지나는 등산객들은 누구나 한모금씩 마시고 한다.
 

 
곧이어 만나는 김생굴은 신라 명필 김생이 글씨를 공부했다는 석굴. 10년을 기약하고 이곳에서 글공부하던 김생이 9년 만에 하산하려 하자 그의 부족함을 일깨워줘 10년을 채워 공부하게 만들었다는 청량봉녀의 전설이 전해온다. 이곳에서 공부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한 김생의 필법은 청량산 암봉을 닮았다 전한다.

한편 청량산 남쪽의 축융봉은 청량산 전체를 조망하기 좋은 곳. 이곳엔 1361년 홍건적의 침입을 피해온 공민왕이 1년간 머물면서 쌓았다는 16km의 청량산성이 있다. 죄수를 절벽 끝에서 밀어 처형했다는 밀성대, 공민왕이 거쳐했던 곳에 세워진 공민왕당 등 많은 유적지가 있다. 산성 위의 정자에서 보는 청량산 전체 조망은 가히 일품이다.


 
청량산 산행은 보통 청량산휴게소 500m 전의 '입석'에서 시작한다. 입석~응진전~어풍대~김생굴~자소봉~연적봉~청량사~입석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가족 산행에 일반적이다. 3~4시간 정도 걸린다. 하늘다리와 정상을 거치는 입석~응진전~어풍대~김생굴~자소봉~연적봉~하늘다리~장인봉~청량폭포 코스는 6~7시간 정도 잡는 게 좋다. 이 코스를 탈 때 청량사 구경을 하려면 어풍대와 김생굴 사이의 갈림길에서 다녀와야 한다.
 

 
◆9월30일부터 10월3일까지 열리는 봉화 송이축제

청량산이 솟아 있는 봉화는 '버섯의 왕자'라 불리는 송이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동쪽으로는 낙동정맥을 끼고 있어 나라 안에서 오지 중의 오지로 손꼽혀 온 고을 인만큼 숲이 잘 보존돼 있고, 특히 토양이 산성이라 예부터 이웃의 울진과 더불어 '소나무 중의 소나무'로 꼽히는 금강송이 잘 자라는 땅으로 이름 날렸다. 이 금강송 숲에 송이가 숨어 있는 것이다.

봉화에선 매년 가을 송이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9월30일(금)부터 10월3일(월)까지 나흘간 '자연의 향기 봉화 송이와 함께'라는 주제로 열린다. 봉화읍 체육공원과 송이산 일원에서 진행되는 이번 축제엔 각종 체험행사, 전시행사, 공연행사, 참여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송이채취 체험행사는 축제 기간 동안 하루 두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진행된다. 한사람이 한두개의 송이를 직접 채취할 수 있다. 채취한 송이는 산림조합의 공판가격으로 구매 가능하다.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풍기 나들목→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918번 지방도→봉성→명호→35번 국도→청량산 <수도권 기준 4시간 소요>

●숙박 청량산 입구의 청량산휴게소(054-672-1447) 등의 식당은 민박도 함께 친다. 명호면 강변유원지에도 민박집이 많다. 봉화 읍내에 궁전파크(054-674-0300), 낙원장(054-673-2351), 신라장(054-673-2049), 이화장(054-673-3533)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별미 청량산과 가까운 봉성면은 돼지숯불구이로 유명한 마을. 암퇘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소나무 숯불에 석쇠로 구우면서 소금으로 간을 하면 고기가 연하면서도 쫄깃쫄깃해진다. 기름이 빠진 고기에 솔향기가 스며들어 담백하다. 두리봉식육식당(054-672-9037), 봉성숯불식당(054-672-9130) 등이 있다. 삼겹살 1인분(200g) 삼겹살 9000~1만원.

●참조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11, 청량산 관리사무소 054-679-6653, 청량사 종무소 054-672-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