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배기 딸아이를 둔 주부 배은현씨는 장을 볼 때마다 유기농 우유를 찾곤 한다. 아이가 워낙 우유를 좋아하는데다, 이왕이면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유기농 우유가 일반 우유와 품질에 별반 차이가 없다”는 소비자시민모임의 발표 이후 배씨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자연적 환경에 가깝게 우유를 생산하는 유기농우유와 비교해 공정 과정에서부터 차이가 큰 일반우유가, 품질에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 때문이다. 가격 또한 유기농우유가 일반우유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이 현실이어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과 유업체들로부터 ‘유기농 우유 품질 논란’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들어 봤다.
류승희 기자
◆ 소시모 “비슷한 품질, 가격은 2.7배 비싸”
소시모는 지난 9월초 공정거래위원회의 예산 지원을 받아 국내 프리미엄우유의 품질 조사에 나섰다.
조사 대상은 남양유업, 매일유업, 파스퇴르 유업 3개 유기농우유와 서울우유의 비타민 강화 우유. 소시모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농협중앙회 축산연구원, 건강기능식품연구원에 ‘가격 및 영양 분석’을 의뢰한 결과를 발표했다.
유기농우유는 일반우유에 비해 항생제와 농약의 잔류랑, 칼슘 함유량 등 기본항목 검사 결과 품질 측면에서 차이가 없었다. 대표적으로 남양유업의 경우 ‘남양 맛있는 우유 GT’와 ‘남양 맛있는 우유 GT 유기농’을 비교한 결과 세균, 대장균균, 항생제,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았고 산도(0.11%) 수준은 동일했다. 칼슘함유량은 유기농우유가 124mg, 일반우유가 121mg이었으며 유지방은 유기농 우유 3.1%, 일반우유 3.6%로 사실상 차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가격은 유기농우유가 최대 2.7배, 서울우유가 1.2배 가량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것이 소시모의 지적이다. 판매되는 제품에 있어서도 용기 크기는 동일하지만 실제 용량은 일반우유(1000ml)에 비해 프리미엄우유(900ml)가 더 적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유기농우유의 경우 일반우유와 비교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가격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소시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기농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로 유기농 사료의 가격이 높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하지만 유기농 사료 가격은 일반 사료에 비해 50~60% 정도 가격이 높은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한 성분 비교로 프리미엄 우유와 일반 우유의 품질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소시모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분명하게 품질을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사였다”며 “유기농 우유가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성분과 영양소를 지니고 있는데 비해 2.7배 정도의 가격 차이는 지나치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시모는 현재 유기농 사료의 가격 등을 감안했을 때 1000원 정도의 가격 차가 적당하다는 입장이다.
◆ 유업체 “성분은 같다. 그러나 품질은 다르다”
그러나 유업체는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유기농 우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단순히 성분 함량이 비슷하다고 품질까지 같다고 매도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유기농우유는 가치소비성 제품”이라며 “결과가 아닌 과정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무시한 채 단적으로 두 제품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가장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소를 키우고 우유를 생산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똑 같은 우유를 생산하는데 포함하고 있는 성분에 차이가 있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성분 함량이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영양소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칼슘 함유량이 비슷하다고 두 제품의 품질이 비슷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파스퇴르유업 관계자는 “소비자들 역시 유기농 우유에 더 좋은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제품의 안정성 등을 고려해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기농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유기농 인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유기농 사료는 물론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소를 키울 수 있도록 공간 범위까지 규정이 마련돼 있다. 이처럼 생산 과정에서 정성과 비용이 많이 투자되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격 차이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가격도 최종소비자가격이 아닌 출고가를 기준으로 하면 2배 만큼의 차이는 나지 않는다”며 “유통 단계에서 가격 차이가 더 발생하기 때문에 2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는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유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유기농 소금을 비롯해 대부분의 유기농 제품은 일반 제품과 비교해 3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는 제품도 적지 않다”며 “유기농 제품 생산을 위해서는 목장 시설을 비롯해 모든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에 수반되는 비용 투자가 큰 만큼 지금의 가격 차이가 과다하지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확실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