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분당에 사는 김모(여·33) 씨는 요즘 그림 보는 맛에 푹 빠졌다. 외국계 기업에서 연봉 5000만원을 받는 화려한 싱글인 그는 지난해 지인의 권유로 인사동 갤러리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그림과 첫 인연을 맺었다. 별다른 기대감 없이 참석했는데 작가들의 혼신을 담은 그림을 본 순간 가슴이 설레고 숨이 턱 막혔다. 김씨는 "그림의 매력이 이렇게 달콤할 줄은 몰랐다"며 "현재 500만원대 그림 두 점을 보유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비싸게 그림을 팔수도 있어 취미활동과 재테크가 동시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서울 강북구에 사는 이모(남·38) 씨는 투자처를 금융에서 그림으로 변경했다. 수천만원을 수년간 예금해봐야 10%도 안되는 이율을 따지느니, 아예 미래지향적인 작가의 그림을 매매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 이미 수차례 그림을 거래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경험한 이씨는 요즘도 시간만 나면 작가들의 이력을 확인하고 있다.
그림 시장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금융위기로 한동안 주춤하다가 부동산 가격 하락과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라서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접근 방법을 모르는 것이 현실. 아직까지 은행 예·적금처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자칫 보유한 그림을 팔고 싶어도 거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따라서 초보자들은 처음부터 무리하게 재테크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그림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설프게 수년을 내다보며 수익률을 저울질하기보다는 좋은 작품을 소장했다는 자부심과 그림을 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또 소장한 그림을 보며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삶의 해학과 색의 자유로움, 무질서하지만 치밀하게 계산된 질서를 서서히 깨닫게 될 때 느끼는 새로운 감동은 덤이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그림에 대해 해석하고 분석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림을 선택할 때는 이성보다는 감정을 움직이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별한 지식이 없는 초보자들이 무리하게 그림에 대해 주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좋은 그림을 구매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되거나 자신의 정서를 배척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취미나 소유목적으로 그림을 볼 때는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며 "작품의 진위 여부와 기본적인 작가의 이력만 파악된다면 구매 여부는 이성보다는 감정에 따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이정권 가나아트 팀장은 "미술작품은 보이지 않는 돈을 묻어두고 이익을 내는 은행 이자나 수익률과는 개념이 다르다"면서 "(초보자들은) 수익률 개념을 벗어나 작품을 감상하며 감성을 키울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이상 보유…희소성에 얽매이지 말라 투자가 주목적이라면 그림보다는 작가의 활동 여부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그림 가치를 판단할 때 접근성은 주식과 비슷하다. 코스피 지수가 상승해도 미래가 불안한 상장사의 주가는 떨어지기 마련.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지수 전체가 오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매수한 종목이 상승했는지 여부를 따진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미술시장이 크게 좋아진다고 해도 작가가 인정을 받지 못하면 그림 가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 코스피 시장에서 가치 평가의 핵심 요건이 상장기업이라면 그림 시장에서는 작가의 행보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김윤섭 소장은 "미술품은 그림 자체로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이 아니고 작가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초보자들이 첫 작품을 선정할 때는 작가의 활동여부와 비전,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연 경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원하는 작품을 선정했다면 작가가 시장에서 검증됐는지, 혹은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만약 작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초기에는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경매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그림을 구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여유자금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매한 그림은 최소 5년 이상 소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이나 적금처럼 단기성 혹은 1~2년 이내에 거래할 생각이라면 애초에 수익률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결국 장기 투자가 목적인만큼 무리하게 금융 대출이나 개인 빚으로 구입하지 말고 여유자금이나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비상금 등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작가가 비명횡사를 하거나 더 이상 작품을 그리지 못하게 될 때 그림의 가격이 오른다는 설 역시 일종의 편견이다. 물론 국내·외에서 작가가 죽거나 작품을 단절할 경우 희소성이 높아 그림 값이 급등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초보자들이 이런 정보만 믿고 그림을 구입하게 될 경우 오히려 손해만 볼 가능성이 높다. 희소성이 높은 작가라고 하더라도 그 가치가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수십에서 수백년 이상 걸릴 수 있어서다. 5~6년 이내 순수한 재테크를 원한다면 굳이 로또확률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첫발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트페어 중심 패러다임 열까 국내 미술시장은 2007년을 가장 큰 호황기로 꼽는다. 경제가 살아나고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의 시선을 잡기 위해 그림과 아트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시기인 탓이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미술시장도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이어가 현재는 2007년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따라서 이미 금융위기로 침체의 고통을 겪은 만큼 미술시장의 회복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대중들의 국민소득이 높아졌고 이제는 생활의 중심이 '먹는 것'에서 '즐기는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와 향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음악이 대중음악과 클래식, 뮤지컬 등으로 폭넓어지고 마니아층까지 생겨나는 것처럼 미술도 세계적인 인상파와 유명인 위주의 블랙퍼스트 위주에서 사고파는 아트페어 형식으로 변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부 미술거래 세금부과 추진, 지금이 기회?
그렇다고 미술업계의 미래가 무조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치가와 경제인들 사이에 그림 로비가 빈번해지면서 정부가 양도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4000만원 이상 고가의 미술품을 팔면 2~4%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세제개편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화랑들의 반발과 내부적인 문제로 2014년으로 미뤄졌다. 만약 고가의 그림에 세금이 부과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그림시장은 더욱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미술 양도세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안정적인 세수확보가 필요하다면 안정적인 (시장의) 기반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 작가들의 처우나 유통시스템, 유통구조의 안정화 등이 먼저 시행된 후 세금을 물린다면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초보자의 경우 오히려 지금 뛰어드는 것이 좋다는 상반된 견해도 내놨다. 그는 "세금이 부과되기 전까지는 오히려 시장이 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부터 첫 걸음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보 길잡이 꼭 알아야 할 10계명
그림에 관심이 있어도 막상 그림을 구입하려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미술품 가격이 수십만원에 불과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기까지 고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림에 관심을 갖는 초보자라면 어떤 그림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이러한 초보자들을 위해 가나아트는 미술품 구매하기 전 꼭 지켜야 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작품의 컨디션과 자신의 취향이 맞는지 여부다. 작품의 컨디션은 그림을 구입하기 전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다. 작품에 손상은 없는지, 혹은 관리가 잘 돼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림이 자신의 취향과 맞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성적으로 분석하지 말고 감성과 마음으로 느끼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구입할 그림을 어디에 놓고 그 공간과 어울리는지 확인하는 공간과 조화, 작가의 발전 가능성,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밖에 작가와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인 평가, 국내외 미술 트랜드, 무리하지 않는 소비, 설치, 보관의 용이함, 기존 컬렉션 작품들과의 조화 등도 생각해 보고 구매에 나서야 한다.
이정권 가나아트 팀장은 “미술시장에서 최근 이우환 작가와 사석원 작가, 김창열 작가, 김환기 작가 등이 새로운 블루칩으로 떠오고 있다”면서 “이들의 작품이 수년보다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구매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미술은 금전적인 수익으로 따질 수 없는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다"며 "초보자들 역시 수익성과 투기 잣대로만 보지 말고 감성과 정신을 키울 수 있는 문화 영역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