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내렸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침체에 빠졌던 국내증시가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1700선이 붕괴돼 1600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다시 1800선을 회복했다.
10월12일 1809로 장을 마감한 코스피는 조금씩 오름세를 보였고 19일에는 1855까지 치솟았다. 비록 다음날 1805까지 다시 크게 떨어지면서 여전히 박스권 장세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연말을 앞두고 국내증시가 뒷심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증시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보면 대략 ▲한국과 미국 기업의 견조한 3분기 실적 ▲4분기 경기모멘텀 강화 가능성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 등에서 증시 회복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지난 9월 EU 재무장관 비공식 회담에서는 세계의 경기 침체 및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4가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한국-미국의 견조한 3분기 실적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으로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겠지만, 기업 실적이 생각만큼 나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분기 실적의 시작을 알리는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실적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치를 바꾸어 놓았다"고 밝혔다.
즉, 기업 실적이 주가 상승의 촉매가 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게 오 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적 발표를 마무리한 KT&G와 하이마트 역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증명했다.
오 연구원은 "아직 실적 시즌 초반이지만 미국 기업들도 나쁘지 않다"며 "애플의 실적은 예상보다 저조했지만 BoA, 씨티그룹 등 금융주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실적을 발표한 38개 기업 중 65%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미국 실물경제와 기업의 실적 호조가 증시를 떠받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경기모멘텀 강화 가능성
연말을 앞두고 경기모멘텀 역시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3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9%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 리스크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4분기 성장률은 4.6%로 관측된다"며 "올해 분기별로는 최대 성장률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민간소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건설투자도 소폭이나마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더딘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호적인 환율 여건과 개선된 제품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 둔화폭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해 연말에는 1080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 정도 수준의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고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와 내수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4분기 한국경제는 확장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모멘텀이 재강화 되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의 매력도가 다시 높아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역시 차츰 해법을 찾아갈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10월 들어 국내증시가 안정세를 보인 것도 금융위기에 대한 내성이 그만큼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디스가 스페인 신용등급을 2단계 강등했다는 소식에도 코스피는 견조한 상승을 보여줬다"며 "유럽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공조 기대감으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은 악재로서 영향력이 약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스피가 안정되고 있다는 점은 방향이 위로 전환된 것 뿐 아니라 흔들림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곽 연구원은 "장중 흔들림과 종가의 등락을 나타낸 장중변동성과 종가변동성 모두 8월 이후 하락하며 감소하고 있다"며 높아진 안정감 덕분에 급락 우려도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오온수 연구원은 "현재까지는 유럽위기와 관련해 위기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분위기를 압도하는 모습이고, EU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며 "다만 최근 들어 재정위기 국가를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망 업종 선별하고 싶다면… "실적에 주목하라"
현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업종은 무엇일까. 우선 낙폭과대 업종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코스피가 10.1%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 대비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은 의료정밀, 화학, 증권, 건설, 섬유의복, 기계 업종"이라며 "지난 8월 급락 이후 낙폭이 가장 컸던 업종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 및 전기전자 업종에도 기관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됐다"며 "하지만 기관과 외국인도 크게 하락하고 덜 오른 업종에 대한 관심을 우선시하면서 시장은 기존 박스권 상단 진입을 시도 중이다"고 덧붙였다.
단, 본격적인 어닝시즌에 들어선 만큼 실적 호전이 기대되는 개별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라는 게 유 연구원의 조언이다.
오온수 연구원은 "안도랠리 가능성은 열어 놓을 필요가 있지만 박스권 상단이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위기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시기"라며 "실적 논리가 뒷받침되는 업종과 종목을 중심으로 선별적 대응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오 연구원은 자동차, 정유, 내수, 게임 업종 등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종이/목재, 상업서비스, 자동차/부품, 음식료/담배, 반도체 등을 유망 업종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가격메리트, 이익모멘텀, 수급모멘텀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본 결과 이들 업종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며 "단기적인 가격갭 축소 및 업종별 순환매 국면에서 차별적인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