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 개인 땅을 KCC가 수년에 걸쳐 공시지가보다 비싸게 매입한 정황을 놓고 논란이 이는가 하면, 정 회장의 또 다른 소유지인 가평의 광산부지와 관련해서는 ‘일감몰아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어서다.
우선 지난 6월 정 회장 소유의 경기도 용인 땅을 KCC가 36억여원에 매입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구설의 발화점이 됐다.
KCC는 정 회장 소유의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산1-27번지 임야 2만3835㎡(약 7223평)를 약 35억6333만원을 주고 사들였다. KCC중앙연구소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는 게 KCC측 매입 명분.
그런데 해당 임야의 공시지가는 지난 1월 기준 14억7300만원(㎡당 6만1800원). KCC가 공시지가의 2배 이상 가격으로 정 회장의 땅을 매입한 셈이다.
◆‘정몽진 토지’ 공시지가 2~3배 높여 KCC 매입
통상적으로 부동산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비싼 가격에서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 회장이 해당 토지를 시세보다 부당하게 높게 계열사에 넘겨 이득을 챙겼다고는 볼 수 없다.
다만 해당 부지가 ‘자연 녹지지역’인 탓에 부동산 거래가 쉽지 않고 당시 거래시점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잘 팔리지 않는 정 회장의 땅을 KCC가 비싼 값을 치러 사들였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 마북동 임야의 공시지가가 2002년 5만7000원에서 올해 6만1000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KCC측은 “감정평가사 두 곳에 평가를 맡겨 평균 금액으로 매입했고 이사회 결의 후 매매가 이뤄진 것”이라며 “시장공략을 확대하고 있는 회사 전략상 KCC중앙연구소를 확장하기 위해 인근 땅을 사들였다”고 해명했다.
정 회장의 부동산 거래가 ‘논란’으로 둔갑한 데는 무엇보다 정 회장과 KCC간 토지거래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앞서 정 회장은 2006년말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산1-33번지 4만3603㎡(약 1만3213평) 규모의 임야를 KCC에 매각했다. 당시 매매가는 약 53억원. 2007년 1월 기준 공시지가가 ㎡당 1만95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부지의 공시지가는 총 8억5026만원이 되는데, 이 역시 KCC가 공시지가의 6배가 넘는 가격으로 정 회장의 땅을 매입한 격이다.
이보다 이전인 2004년 7월에도 KCC는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방내리 9-1번지 8739㎡(약 2648평) 규모의 부지를 정 회장으로부터 15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KCC강릉물류센터를 위한 창고 부지 확보용이 매입 이유였다.
◆과거에도 3차례나 KCC와 ‘수상한 거래’
정 회장은 이 거래를 통해서도 공시지가의 2배 이상 가격으로 ‘차익’을 남겼다. 강릉 땅의 2004년 1월 기준 공시지가가 ㎡당 6만8500원으로, 총 5억9862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역시 정 회장이 보유한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연라리 659-2번지 토지 1795㎡(약 544평·지목 전)를 KCC가 1억1012만원을 주고 고스란히 매입했다. 지난해 1월 기준 이 땅의 공시지가는 3734만원(㎡당 2만800원). 정 회장은 이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금액으로 KCC에 땅을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오너의 땅을 매입한 대기업 사례는 KCC 이외에도 많다”며 “계열사가 사지 않을 경우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땅이 많다는 점에서 일종의 특혜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을 둘러싼 또 다른 ‘부동산 구설수’는 바로 경기도 가평군 일대에 그가 보유한 ‘광산부지’와 관련해서다.
1985년부터 정 회장은 경기도 가평군 개곡리 일대에 임야 704,430㎡(약 21만4,000평)을 보유하고 있다. 광산부지로 이용되고 있어 가평군 일대에서는 ‘가평광산’으로 불리는 곳이다.
현재 이 땅에는 KCC그룹 계열 비상장사인 ‘KCC자원개발’의 본사와 공장이 자리해 광물 채굴과 관련된 사업(광산업)을 벌이고 있다.
◆가평광산, KCC자원개발 통해 일감·배당금·수수료 ‘챙겨’
그런데 눈여겨 볼 점은 KCC자원개발의 개인 최대주주(지분 38.6% 보유)가 정 회장이라는 부분이다. 그룹 지배회사인 KCC가 60%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지만 KCC의 최대주주가 정 회장이라는 점에서 KCC자원개발은 사실상 정 회장의 소유나 다름없다.
문제는 KCC자원개발의 매출 대부분이 그룹 지배회사인 KCC로부터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334억1202만원 중 267억5489만원을 KCC로부터 올렸다. 전체 매출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치. 따라서 최근 재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물량 몰아주기’ 로 해석될 소지가 높다.
KCC자원개발의 최대주주인 까닭에 정 회장은 회사 매출로 인해 발생되는 수익 외에 배당금까지 챙기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정 회장은 6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여기에 광구에서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인 ‘광업권’을 통해서도 정 회장은 매년 KCC자원개발로부터 수십억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 KCC자원개발의 2000년도 감사보고서만 봐도 그는 ‘조광료’ 명목으로 약 17억원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한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정 회장의 ‘가평광산’ 사업을 전형적인 부당내부거래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회사 매출의 80% 정도가 그룹의 지배회사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며 이는 ‘회사기회의 유용’에도 속한다는 얘기다.
연구소 관계자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될 ‘회사기회유용금지법’에 따라 이같은 거래관계는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