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다. 유로존 위기에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ETF가 시중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ETF 시장은 9년 만에 쑥쑥 자라 순자산 1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TF가 효자 상품으로 톡톡히 자리매김 하자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증권거래세가 적용된다는 점과 거래가 편리하다 해서 단타를 노린 잦은 매매는 오히려 투자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갈수록 커져가는 ETF 시장
국내 ETF 시장은 지난 2002년 10월 첫발을 뗐다. 그 당시에는 '삼성 KODEX 200' 등 4개 종목만이 상품으로 존재했다. 순자산총액은 3400억원이었다. ETF 시장은 그 사이 무럭무럭 성장해 지난 17일 기준으로 상품수는103개, 순자산 총액은 9조5046억원으로 커졌다. 9년 전에 비해 순자산은 25배 이상 불어났다.
돈도 밀려들고 있다. 올 들어 ETF로 유입된 자금만 4조2163억원에 달한다.
시장이 이처럼 급속하게 커지다보니 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산은자산운용은 'KDB PIONEER SRI' 상장지수펀드(ETF)를 2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산은자산운용의 ETF 시장 신규 진입으로 ETF발행 운용사는 총 14개사로 늘어났다.
현재 주요 5대 ETF 운용사로는 삼성자산운용(점유율 56.46%),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점유율 13.59%), 우리자산운용(점유율 10.41%), 교보악사자산운용(점유율 5.05%), 한국투신운용(점유율 5.02%)이 손꼽힌다. 이와 더불어 올 들어 출사표를 던진 새내기 ETF 운용사는 마이다스에셋, 교보악사, 이번에 진출하는 산은자산운용까지 총 3개사다.
전문가들은 국내 ETF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성숙기 단계가 아닌 만큼 앞으로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우리나라는 아직도 시가총액 대비 ETF 시장 규모가 작아 성장 여지가 크다"며 "앞으로 상품 유형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편리성+안전성, '삼박자 갖췄다'
올 들어 ETF 시장이 더욱 급속하게 성장한 이유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시장 영향이 크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고, 상승장에서는 추가수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매매의 편리성도 투자 매력을 꼽힌다. 분산투자하는 펀드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상장해 있어 수시로 매매할 수 있다. 증권거래 계좌만 있으면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펀드보다 환매도 쉽다. 평균 수수료율도 0.5%로 일반 주식형펀드(연 2~2.5%)와 인덱스펀드(연 1%)보다 낮다.
적은 금액으로도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KODEX200, KOSEF200, TIGER200 등은 한 주에 2만2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어 한주만 매수해도 코스피200에 분산투자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주가와 채권 지수에서 원유와 금 선물 등 원자재, 해외지 수, 달러 등 외환 등에 연계된 ETF가 출시되면서 ETF만으로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2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KODEX자동차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2.25%에 이른다. 같은 기간 '대신GIANT현대차그룹증권상장지수형투자신탁[주식]'의 수익률도 21.85%에 달한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10.3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뛰어난 성과다.
'동양FIRST스타우량상장지수증권투자신탁(주식)'과 '미래에셋맵스TIGER코스닥프리미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5.06%, 5.66%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2.14% 보다 두 배 이상 웃돈다.
삼성자산운용의 배재규 ETF운용본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개별 종목보다는 시장 자체에 투자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매매가 편리하고 저렴한 수수료도 ETF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1주만 보유해도 기초지수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큰다"며 "특히 이번에 상장된 장기국고채는 듀레이션이 길어 기존 채권 ETF대비 자산배분과 장기투자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 다양한 상품 출시가 투자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급성장 ETF 시장, 개선돼야할 점은?
ETF 시장이 성장에 속도를 더하려면 투자자들 사이에서 ETF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기관들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TF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것은 국내 ETF 상장 1호로 대표 종목인 'KODEX 200'의 자산 규모가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 쏠림 현상이 강한 데서 잘 드러난다.
반대로 괜찮은 ETF이지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해 하루에 거래가 몇 백, 몇 천주에 그치는 ETF도 많다. 거래량이 이처럼 적을 경우 상장폐지 당할 수 있어 종목을 샀다가 팔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하루 평균 거래량이 1만 주가 넘지 않는 종목이 절반이 넘고 하루에 1000주도 거래되지 않는 종목도 10개 이상이나 된다.
'큰 손'인 기관들의 투자 물꼬를 트는 것도 과제다.
일부 연기금은 ETF 시장 규모가 아직 작아 기관이 뛰어들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로 ETF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부 규정까지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거래소는 ETF의 장점과 거래소의 최근 규제완화 등을 널리 알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중복 과세도 해결돼야할 문제다. 국내 주식형 ETF를 제외한 나머지 ETF를 환매할 때는 배당 소득세까지 물게 돼 이중 과세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또 정부에서는 ETF도 주식처럼 내년부터 거래세를 부과키로 해 업계에서는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거래소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활성화와 펀드의 장기투자 유도를 위해 세제혜택 부여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가 안심하고 ETF에 장기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