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되는 카드 누적 사용액 알림 서비스
카드사, 사용액 감소 우려 '미적미적'…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듯
성승제 기자
1,743
공유하기
경기도에 사는 지름신 씨는 신용카드 결제날짜만 되면 자신을 의지박약이라고 자책한다. 회사에서 받은 급여를 매달 카드사에 상납(?)하고도 막상 사고 싶은 물건이 있거나,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여지없이 그의 이름처럼 지름신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매달 한번, 그것도 카드 결제날짜가 다가오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후회하는 지씨. 하지만 매 사용건수마다 누적 사용액을 확인 할 수 없어 막상 결제날짜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백화점 신상(품)에 애착을 보인다. 이른바 ‘월(月)기억 상실증’에 시달리는 셈이다.
고객들의 합리적인 카드 소비를 유도하는 휴대폰 월(月) 누적 사용 알림서비스(SMS)가 당초 올 하반기 도입에서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금감원은 올해 5월 하반기부터 고객들이 합리적이고 계획적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누적 사용액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신용카드 누적 사용 알림 서비스는 그 달의 누적금액을 매 건수마다 휴대폰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서비스가 도입되면 카드사용자들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0월0일 00카드 승인 000원, 누적 이용금액 0000원’이라는 문자를 받게 된다. 누적 이용금액은 회원이 향후 결제해야 할 총 금액(신용판매 및 현금서비스. 카드론은 제외)과 결제일 미도래 등으로 아직 상환하지 못한 결제대금 청구금액도 통보해 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들고, 문자 통보비용 지출까지 발생하면서 카드사들이 난색을 표해 서비스 도입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특히 최근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까지 불거지면서 누적 사용액 서비스까지 시행하면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감원도 일단 누적 사용액 문자 통보 서비스가 강제적인 도입이 아닌 만큼 카드사들의 입장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류승희 기자
◆카드사 전산시스템 핑계… 눈치보기 ‘급급’
금융당국이 누적 사용액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최근 카드 결제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은 이미 2002~2003년 카드대란을 통해 대규모 신용불량자를 양산한터라 카드 사용이 급증하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신금융에 의하면 올 상반기 민간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결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57.0%다. 이는 전년보다 4.4%포인트 높고 상승폭으로는 카드대란 이후 최대치다. 또 같은 기간 카드 하루 평균 이용실적은 전년보다 13.6% 증가한 1조6449억원으로 나타났다. 카드발급 장수 역시 1억만장을 훌쩍 넘었다. 상반기 카드 발급장수는 1억2233만장으로 국민 한명당 2.5장, 경제활동인구 한명당 4.8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그러나 애초의 의지와는 달리 카드사들의 입장을 변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강제로 서비스를 도입하라는 법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해 (카드사들에게) 지도를 한 것이지, 법적 규정이나 규제로 관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현재 카드사들이 최근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새 시스템이 완료되면 (누적 결제액 서비스도) 시행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금은 내부적으로 전산시스템 구축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서로 눈치보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의 카드사들의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내년 초나 하반기에 오픈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누적 결제액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시간도 번 셈이다.
현재 KB국민카드와 하나SK카드, 비씨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 및 전업계카드사들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중 일부 카드사는 올해 중순이나 내년 하반기에 새 시스템을 오픈 날짜를 정한 상태다. 만약 차세대 전산시스템 오픈에 맞춰 누적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실상 고객들은 내년 하반기에나 서비스를 서비스가 가능하게 되는 셈이다.
◆추가비용 늘고 수익 줄고 '울상'
이처럼 카드사들이 눈치를 보는 이유는 수익과 비용이 모두 악화되기 때문이다. 서비스가 시행되면 발송 데이터양 증가에 따른 추가비용이 불가피 하다. 무엇보다 현재 희망고객에 한해 건별 이용 결제액 알림 서비스를 대부분 무료로 지원하는 만큼 누적 결제 시스템 역시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누적 사용액을 확인한 회원들은 대부분 카드 사용을 자제해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실정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누적 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면 전산개발비와 발송 데이터양의 증가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 비용은 늘어나고 수익은 줄어드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누적 사용액 결제통보 서비스가 시행되면 실질적으로 카드이용건수나 사용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근 카드수수료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어 (서비스 시행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도입 시기나 세부적인 계획은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체된다면 카드사별로 (서둘러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독촉할 것”이라며 “일단 당국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