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그콘서트>의 코너 '애정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애매한 것을 명쾌하게 정해준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 비록 웃자고 만든 개그 프로그램이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특정 사안, 또는 아주 사소한 일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평소 자신의 생활태도에 대해서 곱씹어보자. 어떤 일을 하고 싶지만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하염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진 않았을까? 더 심한 경우에는 이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조차도 결단 내리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것이다.

이 일을 해도 될 지 애매한 상황. '애정남'에게라도 묻고 싶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구자홍 동양자산운용 부회장은 "일단 저질러봐"라고 명쾌하게 얘기한다. 특히 젊은이라면 얼마든지 실패를 견뎌내면서 도전할 수 있는 패기와 시간이 있는 데 뭐가 문제냐고 충고한다.


그리고 얼마 전 구 부회장은 이런 생각과 경험들을 모아 신간 <일단 저질러봐>를 내놨다. 관료출신으로 오랫동안 여러 회사에서 CEO로 일해온 구 부회장이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구 부회장의  집무실을 찾아 그가 그동안 '저질러 왔던 일'에 대해 들어봤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린 시절 화롯가에서 어머니께서 바느질을 하며 해주신 많은 이야기들이 내 인격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단순히 자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한 것이다. 그러다 점차 내용이 방대해졌고 책으로까지 엮게 됐다. 거의 2년에 걸쳐 글을 썼다.

- 책에 대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책 속에서 나는 하나의 샘플인 셈이다. 나 같은 사람도 일단 저지르고 이만큼 해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젊은이, 직장인, 경영인 등이 더욱 용기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 자식에게 권하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일단 저질러 보는 게 무모한 행동일 수도 있는데
▶젊은이들은 실패를 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또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실패를 한 후 다시 도전할 때에는 분명 부족한 부분을 보완 할 수 있을 것이다. 몇번의 실패가 모이다보면 결국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일단 저지르고 봤던 개인의 경험을 얘기한다면
▶책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삶의 전환점이 된 특별한 일로 네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전북 진안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을 졸라 혼자 전주에서 하숙을 하며 초등학교를 다녔던 일이다. 2년간 부모님을 설득했다. 또 대학시절 행정고시에 도전한 일이다. 경제정책을 바로 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했고 세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신 후 합격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공무원으로 일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유학 기간 2년 동안 허투루 하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공부했다. 마지막으로 공직생활을 접고 기업에 투신한 일이다. 항상 재정난에 허덕이는 기업을 되살리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있나
▶물론이다. 그리고 장점이 때로는 단점이 될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직설적인 성격이다. 마음은 상당히 여리지만 경영인으로서 항상 직원들에게 직설적으로 대하는 편이다. 그런 나를 야속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큰 조직을 끌고가려면 우유부단해선 안 된다.

아내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성격을 단점이라고 지적한다. 모든 게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무조건 달려들기 때문이란다. 책에서 아내가 많이 등장하는 데 내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아내이기 때문이다.

- 은퇴 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나
▶천주교를 믿는 아내가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 장애아들도 도와주거나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데 나도 아내와 함께 봉사활동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아내도 은퇴 후 자신을 따라다니라고 얘기한다. 책을 쓰면서 괜한 큰 욕심도 버리게 된 것 같다.

- 끝으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88만원 세대들이 슬퍼하지만 말고 꿈이 있다면 일단 저질러 봤으면 좋겠다. 젊을 때 소위 말해 '깨지면' 어떤가. 다시 하면 된다. 나이 40대까지는 망설이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다.

'수호천사' 창시자 구자홍 부회장

'불도저' '핫 블러드' '미다스의 손' 등. 구자홍 부회장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경제기획원 관료였던 그는 1987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로선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그건 단지 화제의 시작일 뿐이었다.

동부그룹에서 8년을 일한 그는 1995년부터 동양그룹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했다. 특히 구 부회장은 여러 회사의 최고경영자를 맡으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신화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동양그룹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한국법인을 인수해 설립한 동양카드의 수장이 된 뒤 고급화 전략으로 회원을 늘렸고, 첫해부터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이어 퇴출 직전의 동양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으로 회사를 알렸다.

직접 회사 광고모델로 나서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했고, 전국 지점을 돌며 세달 동안 직원들과 소주 3000잔을 마신 일화도 유명하다. 보험 브랜드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수호천사'도 구 부회장의 작품이다. 이후에도 그는 동양시스템을 흑자로 바꿨고, 그룹 부회장이 된 2007년에는 법정관리 중이던 한일합섬을 인수해 6개월 만에 경영을 정상화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