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뜸 이곳의 지형 이야기를 꺼냈다.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 밀집지역인 마린시티의 땅 생김새가 돈을 불러들인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실제 땅 생김새가 동쪽으로 45도 가량 기울어진 복주머니처럼 보였다.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 몰리는 곳, 해운대 마린시티는 2005년 이후 투자자들에게 매번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A아파트를 사서 2~3년 뒤면 2배 값을 받고 이 돈으로 다시 마린시티 내 B아파트로 옮겨 타는 식으로 10년간 10배의 수익을 올린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이 중개업소 관계자의 말이다.
사실상 마린시티는 인공산을 방불케 한다. 마린시티 내 30층 이상의 아파트단지만 무려 13개다. 현대카멜리아(32층·2001년11월), 베네시티(38층·2005년7월), 한일오르듀(34층·2005년12월), 우신골든스위트(37층·2005년12월), 현대하이페리온(41층·2006년11월), 더샵아델리스(47층·2006년12월), 두산위브포세이돈(45층·2007년2월), 대우드럼프월드마린(42층·2007년5월), 우신골드메르시아(30층·2010년10월), 현대아이파크(72층·2011년10월),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2011년12월), 경동제이드(46층·2012년10월), 아라트리움(38층·2013년4월) 등이다. 한화콘도(32층) 등 아파트가 아닌 휴양시설도 30층 이상이다.
◆ 마린시티를 향한 투자자의 믿음
놀라운 점은 이곳 투자자의 마린시티에 대한 믿음이다. 마치 신앙과도 같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곳은 IMF로 인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10~20% 하락했을 때도 현상유지를 했다. 리먼사태 때는 오히려 1~2%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운대 불패신화가 이곳 투자자에게 뿌리 깊이 박혔다. 이른바 학습효과다.
때문에 해운대아이파크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처럼 초고층빌딩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에 따르면 해운대아이파크의 펜트하우스 프리미엄이 15억원을 호가할 정도로 기대가 크다. 다만 호가일 뿐 거래가 부진해 입주 시점에 호가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고 전한다.
마린시티 투자자들의 ‘배짱’에는 해운대관광리조트의 영향도 상당하다. 해운대관광리조트는 해운대구 옛 한국콘도 부지에 들어서는 108층짜리 초고층 빌딩이다. 이 빌딩의 상당수가 아파트로 채워질 예정인데 분양가격이 3.3㎡당 5000만~60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높은 분양가가 예상되는 이유는 초고층으로 건설될 경우 면적당 건축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현재 마린시티 내 3.3㎡당 평균 최고 가격은 두산위브더제니스로 1650만원이다. 해운대아이파크는 1600만원 선이다. 해운대관광리조트보다 조망권이 좋은 마린시티의 매매가격이 급격히 뛸 것으로 믿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는 조금 다르다. 프리미엄도 상당히 빠졌고 일부 대형평형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부동산 정보업체의 설명이다. 프리미엄을 포기하더라도 집을 빨리 팔아달라는 집주인의 상담 현장을 목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해외 자본? “글쎄”
2008년 분양 당시부터 해운대에 해외 투기자금이 몰렸다는 소문이 한참 돌았다. 초고층 프리미엄이 해외 자본을 끌어들인 근거였다. 올해 초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자 일본의 자본가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건설사는 일본인들이 부산에 분양하는 아파트를 단체로 보고 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 일본인을 비롯한 해외 계약자가 얼마나 될까?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일본인의 투자가 높았다고 하는데 실제 외국인이 투자한 비율은 0.01%도 되지 않는다”면서 “아마도 한 것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대의 랜드마크인 해운대아이파크의 실제 외국인 계약자가 없다는 것은 곧 다른 곳도 없다고 판단할 만한 하다..
하지만 중개업소의 주장은 다르다. 중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분양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계약 내용을 일부라도 보여 달라고 하자 ‘영업상 밝힐 수 없다’고 거부의 뜻을 밝혔다. A중개업소 관계자는 “부산은 몰라도 해운대는 알고 있다”면서 “마린시티 주변을 돌아다녀봐라. 놀이터에 4명 중 1명은 외국 아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실제 아파트 단지를 둘러봤지만 외국인의 수는 10명 중 한 명꼴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주택 구입자가 아닌 월세입자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지역 주민의 의견이었다.
그렇다면 이곳의 부동산 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해운대아이파크 계약자의 거주지역을 토대로 추론해보면 12~13%가 서울 사람이다. 주로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집을 구입한 것으로 여겨진다. 나머지는 부산 거주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매가 허용됐기 때문에 초기 계약자와 현재 집주인은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전체 물량의 70% 정도가 집주인이 교체됐다. 적어도 70% 이상이 한 차례 이상 분양권 거래를 한 셈이다.
분양권 거래를 통해 입주한 계약자는 회사에서 분양 초기에 제공한 정보를 직접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직접 집을 보지 않은 채 계약을 했으니 기대수준이 이들의 기준이 된다. 회사 관계자는 “이들은 분양 초기 전시된 모델하우스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태반이다.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쪽 고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