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신의 출퇴근 전용 ‘미니 버스’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때 아닌 곤혹을 치렀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기 위해 혼자 고가의 버스를 타고 출근한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정 부회장의 이번 사건이 ‘재벌총수의 전용차’ 논란으로 확대되더니 점차 재벌 총수들의 ‘전용기’에 대한 관심으로 새롭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몽구 회장 전용기(보잉737-700)(출처=씨크릿오브코리아)
공교롭게 지난 3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나란히 전용기를 타고 해외로 출장을 떠난 터라 관심의 폭도 더 넓어졌다.
‘회장님들의 전용기’,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삼성 이건희 ‘보잉737’…이재용은 ‘글로벌익스프레스’
지난 2000년 3월 국내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전용기(헬기 제외)를 도입한 삼성그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사장단이 폭넓게 전용기를 활용하고 있다.
삼성이 보유중인 전용기는 캐나다 봄바르디사의 글로벌익스프레스(BD 700-1A10)와 보잉비즈니스제트기인 보잉737(B737-7EG) 등 2대.
이 중 이건희 회장은 보잉737을 주로 이용한다. 보잉737은 지난 2006년 11월 제작된 뒤 2008년 4월 국내에 등록됐으며 18명이 탑승할 수 있다. 이 항공기의 가격은 대략 600억원대.
이 회장은 올 상반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위해 해외를 오갈 때 이 전용기를 이용했다. 반면 이재용 사장은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티브 잡스의 추도식에 초청됐을 때 글로벌익스프레스를 사용했다. 지난 5월10일에는 두 대의 전용기가 각각 모스크바와 LA로 동시에 '출격'한 일도 있었다.
(출처=씨크릿오브코리아)
◆LG 구본무, 걸프스트림 신품 보유
구본무 회장의 LG그룹은 총 5대의 전용기를 갖고 있다. 이 중에는 주력 전용기인 걸프스트림 외에 시코르스키헬기 2대가 포함됐다. 특히 LG는 지난 2월 최신형 걸프스트림 전용기인 ‘GV-SP’를 새로 매입했는데 이 비행기는 지난해 9월 걸프스트림사가 생산한 신품으로 HL8288이란 편명이 부여됐으며 모두 12명이 탈 수 있다.
LG그룹은 앞서 지난 2008년 4월19일에도 같은 기종인 14인승 걸프스트림 GV-SP(HL7799) 1대를 도입했었다. 그러나 그 비행기는 2003년 8월에 생산된 중고를 들여온 것이다.
구본무 회장은 주로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등 경영진과 함께 해외 공장 방문이나 협약식 참석 등에 걸프스트림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 최태원, 회의시설 갖춘 개조된 걸프스트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타는 전용기 역시 LG그룹의 걸프스트림 기종과 동일하다. 한 대 가격이 500억~550억원정도인데 SK는 지난 2009년 9월 미국 걸프스트림사의 18인승 ‘G550’을 구입한 뒤 기내에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꿨다.
글로벌 사업 영역이 확대된데 따른 최 회장의 지시로 개조된 비행기로, SK그룹 내부에서는 ‘전용기’라는 말 대신 ‘업무용 항공기’로 불린다. 실제 SK그룹의 전용기는 올해 북미와 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 호주 등 세계 각국에 20여 차례 비행하면서 기내회의가 자주 열렸다.
최근 최 회장은 이 항공편으로 B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칸으로 출국했으며 이후 유럽 지역의 에너지·화학분야 업무도 이 전용기를 타고 움직였다.
◆현대차 정몽구-한화 김승연, 보잉737로 장거리 ‘거뜬’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과 동일한 ‘보잉737’을 전용기로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중국 총괄담당 설영훈 부회장과 함께 이 전용기편으로 출국해 중국 장쑤성 옌청의 기아차 제3공장 건립 행사에 참석했다. 앞서 올 4월에도 중국 쓰촨성 청뚜시에서 쓰촨난쥔기차유한공사와 합자사 설립을 위한 계약 체결을 위해 보잉737에 올랐으며, 6월과 9월 역시 미국 조지아와 앨라배마 공장, 체코 공장, 프랑크푸르트 판매법인을 시찰 때에도 이 전용기를 사용했다.
그리스와 동남아시아 5개국 등 유독 올 들어 해외 출장 일정이 많은 김 회장은 최근 최태원 회장과 함께 G20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또 한번 올랐다.
지난해 9월 한화가 구입한 전용기는 기존 보잉737을 개조한 보잉비즈니스 제트기로 구매가격이 900억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 이건희 회장과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에 힘을 보태준 비행기이기도 하다.
한편 국내에서 보잉 737-700기는 모두 4대로 이건희 회장(HL7759)과 정몽구 회장(HL7787), 김승연 회장(HL7227), 그리고 대한항공에서 보유하고 있다.
■전용기, 얼마나 편리하길래
‘회장님의 전용기’는 편리함과 최고급 편의시설을 갖춘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호텔’이다. 비행기 좌석상황이나 출발시각 등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데다 일반 비행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통상 전용기 내부는 잘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최고급 침실과 회의실은 물론 각종 음료가 갖춰진 바와 식당도 구비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든 가구나 의자는 장미목 등 최고급 원목으로 마감처리가 돼 있기도 하다. 삼성 전용기의 경우 간단한 수술이 가능한 의료 장비들도 장착돼 있을 정도다.
한편 외국 기업인들이 타는 전용기의 경우 미사일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아직 국내 기업인들의 전용기에는 이같은 방어시스템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방부에서 ‘무기’로 규정해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