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긴 한데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중소상인 및 사회적 취약계층들을 위한 지원 및 복지 정책들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아쉬움이 들 만하다.
박 시장의 서울시장 당선 전 내놓았던 공약과 취임 후 조금 더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정책이 무상급식과 부동산 관련 사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서울시의 권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시민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시장으로서 업무를 본격 시작한 만큼 박 시장이 중소상인 및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을 점차 구체화, 체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뉴시스 ◆중소상인, SSM 극복 할 수 있을까
영세한 중소상인들이 박 시장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특히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지역 상권을 독식한 것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불만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물론 아직까지 박 시장이 중소상인들을 위한 뾰족한 정책이나 대안을 내놓은 것은 없다. 그렇지만 중소상인들은 일단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희망을 갖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박 시장의 공약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박 시장은 영세한 중소상인들을 사업조합화하거나 프랜차이즈화하고, 다양한 행정지원을 통해 중소상인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대기업의 SSM 사업 확장을 자제하도록 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시·도지사에게 사업조정심의 권한을 포함한 사업조정권한 전체를 위임하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렇지만 실효성 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박 시장이 민생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하지만 영세자영업자 문제 해결에 대한 현실 인식은 다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일 등이 서울시 권한을 뛰어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역시 "SSM 규제 등과 관련한 법률 및 조례 개정, 중앙정부와의 협의 등은 서울시의 권한을 뛰어넘는 것이므로 중앙정부와 협조가 될지 미지수"라며 "서울시의 의지만으로는 될 수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소상인들을 위한 박 시장의 정책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지 가늠할 수 없지만, 중소상인들은 시장 여건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재홍 유통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박 시장은 후보 시절 시와 중소상인 그리고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기구인 '풀뿌리경제와 자영업자살리기 특별위원회(가칭)'를 만들기로 약속했는데 조속히 이행되길 바란다"며 "기구를 통해 중소상인들의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간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역시 "대형마트 규제 등에 있어 중앙정부와 상충하는 면도 있지만 전임 시장처럼 무관심한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전했다.
◆일자리 창출 의지, 그러나 걸림돌은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일자리 창출도 주요 관심사다. 박 시장의 일자리 창출 방안은 ▲창조적 청년 벤처기업 1만개 육성 및 다양한 사회적 창조직업 개발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 및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투자기금 조성 ▲서울소재 2년제 전문기술대학 경쟁력 강화 및 저소득층 학자금 장학지원 ▲서울시 및 산하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역시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특히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 김호균 교수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먼저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될 게 많다"며 "예컨대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면 인건비가 증가하게 되는데, 서울시 부채 문제와 양립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 감소를 지나치게 내세우면 결국 서울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일자리를 나누는 것은 좋지만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투자기금 조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김한기 팀장은 "사회투자기금은 시가 예산을 내놓고 기업 등이 매칭펀드식으로 출연하는 식으로 조성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정부가 이와 비슷한 영화 모태펀드를 했지만 모럴해저드가 많았음을 생각하고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부족한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관심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박 시장이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공약을 내놨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장애인 정책의 경우 최대 이슈인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에 대한 지원 계획은 매우 타당하다"며 "노인의 경우 일자리 확대 정책 등에 대해서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노인, 장애인 이외의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면이 있다"며 "우리 사회에 양극화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빈곤 및 저소득 계층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족하므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취약계층 지원에 있어서도 재원 마련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손병덕 총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박 시장이 내세운 공약과 정책의 중심이 무상급식이다 보니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예산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자칫 무상급식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면 다른 시급하고 중요한 복지정책들에 소홀해질 수 있다"며 "비록 정치적인 색은 다르더라도 기존에 진행되던 좋은 복지정책들도 최대한 수용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나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