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야심차게 한국 증시에 상장했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 부실기업의 섣부른 유치가 화근이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내 증시가 개방의 폭을 점차 넓혀야 하는 상황에서 꼭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내 상장된 중국기업들에 대해 국내 투자자들은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을까. {중국고섬} 등 일부 이슈가 되는 종목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중국 기업들을 도매금으로 평가절하하고 있지는 않나.
중국 기업들은 "중국이라는 타이틀이 아닌 기업 자체의 가치를 봐달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중국기업들은 투자자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실적주'다.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성장주'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7년 中 기업 첫 상장… 2009년부터 봇물 터져
국내 증시는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중국 및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거래소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이 더 요원해지자 중국기업 유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손쉽게 해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은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뿐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국내 상장된 중국기업은 3노드디지탈이다. 지난 2007년 8월 상장된 3노드디지탈은 중국 광저우 소재 기업으로 주요 제품은 멀티스피커다. 11월에는 화풍집단 KDR이 국내 상장됐다. 화풍집단은 방직업체로 광저우에 본점을 두고 있다.
2008년에는 코웰이홀딩스와 연합과기가 상장했다. 코웰이홀딩스는 카메라모듈 제조업체이며 연합과기는 합성피혁을 만드는 기업이다.
2009년에는 다수의 기업이 국내 시장에 상장했다. 연초 음료수캔 등 포장용기를 생산하는 중국식품포장이 상장한데 이어 5월 원양어업 전문 업체 중국원양자원이 한국에 상장했다.
같은 달 운동화 및 스포츠용품 생산업체 차이나그레이트가 상장했으며 12월에는 오토바이와 제초기 엔진을 만드는 중국엔진집단과 국내 기업이면서도 중국에 모회사를 두고 한국에 상장한 특이한 이력의 금속부품 생산업체 글로벌에스엠이 한국 증시에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2월 제지 및 재생펄프 생산업체 차이나하오란이, 3월에는 건강보조식품을 생산하는 차이나킹하이웨이가, 4월에는 스포츠의류 생산업체 이스트아시아스포츠가 상장했다. 이어 7월에는 전동기구 제조업체 웨이포트, 9월에는 태양열에너지기업 성융광전투자가 각각 상장했다.
올 들어서는 1월 섬유 업체이자 최근 차이나디스카운트 논란의 핵심에 선 중국고섬과 6월 타일 제조업체 완리자업이 각각 상장했다. 이후 상장된 중국기업은 없다.
◆업종 다양한 中 기업 "한 가지 시선으로 보는 것 자체가 실수"
적잖은 기업이 상장되다보니 '문제아'가 나왔다. 코웰이홀딩스는 국내 시장 상장폐지 후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 원주 회계문제가 불거지며 상장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두 종목 모두 거래 정지된 상황이다.
특히 중국고섬의 경우 주관사 대우증권이 빠른 상장을 위해 사전 검열 등 듀딜리전스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주들로부터 소송이 제기될 정도로 문제가 커졌다. 거래소의 부실심사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일부 기업의 문제를 전체 중국기업의 문제로 연결시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해석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한 중국기업 중 우량한 기업의 실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들을 언제까지 중국기업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해외기업 상장규정을 강화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거래소의 입장도 근본적으로는 같다. 해외기업 유치가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상황에서 중국기업에 대한 최근의 논란은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기업의 회계수준이 국내 기업의 70~80년대 수준인 것은 맞지만 국내기업도 그와 같은 과정을 모두 겪어 성장해 왔다"며 "무작정 중국기업의 진입 문턱을 높인다면 결국 누가 손해를 보겠느냐"고 말했다.
◆실적주 찾아 투자할 수 있는 여건 갖춰져야
투자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이들의 실적이다. 적잖은 국내 상장 중국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의 수혜를 입으면서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디스카운트 논란 속에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이 적잖다.
3분기 실적을 먼저 발표한 차이나그레이트는 영업이익이 1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나 늘었다.
3분기 실적이 아직 발표되지 않은 중국기업 중에도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낸 기업들이 적잖다. 중국원양자원은 2분기 영업익이 전년 대비 54.45% 늘었다. 매출도 40% 이상 늘었다. 차이나하오란은 20.6%, 차이나그레이트는 37%씩 각각 영업익이 늘었다. 중국식품포장은 영업익이 86.9% 늘었으며 차이나킹은 33.07%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가는 실적과 괴리가 크다. 중국원양자원과 차이나하오란 정도가 공모가를 웃돌 뿐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하는 주가를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스몰캡 팀장은 "지금 한국 증시는 수익이 두 자릿수 비율로 늘어나는 기업이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덮어놓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한국 증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과연 이게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될지, 아니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될지 진지하게 따져볼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