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10년 만에 'SK텔레콤'이라는 든든한 주인을 만나게 되면서 이제 관심은 반도체 시장의 미래에 쏠린다.
일단 반도체 업계는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를 반도체 업계의 큰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이닉스는 과거 10년간 주인없는 신세였음에도 기복이 심한 메모리반도체 산업군에서 세계 2위의 회사로 발돋움했다. 매출 규모만 지난해 1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따라서 자금력을 가진 SK텔레콤이 새 주인이 되는 현 상황은 궁극적으로 하이닉스는 물론,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면에서도 충분히 '업그레이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하이닉스의 약진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낸드플래시, 하이닉스 공격경영이면 언제든 ‘순위변동’
지난 1~2년 동안 IT환경은 PC에서 모바일(스마트폰)로 빠르게 넘어오면서 삼성전자, 도시바 등의 기업들도 낸드플래시 투자를 늘렸다. 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사업의 강화가 절실했지만 채권단 체제에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웠던 게 현실이었다.
올 2분기 기준(아이서플라이 집계) 하이닉스는 D램 23.4%, 낸드플래시 13.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D램 시장에서는 2위,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3위의 위치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4S'에 하이닉스 낸드플래시가 사용되고 있는데다, 지난 2009년 9%대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황이어서 SK텔레콤의 공격적인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하이닉스로 인해 단기간 내에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구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세계 시장의 70%를 독식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올라갈 경우 선두권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낸드플래시의 최근 성장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D램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D램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세계반도체협회(WSTS)에 따르면 지난 9월 메모리 시장에서 낸드플래시가 25억5000만달러로 D램 24억1000만달러를 앞질렀다.
최근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이 낸드플래시 분야의 투자를 늘려 10%대의 낸드 시장 점유율을 상당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자금력이 튼튼한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경우 랜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지배구조는 충분히 흔들릴 만하다.
◆한국 반도체 경쟁력 ‘UP’, 삼성은 ‘고삐’
'새 주인' SK텔레콤의 가세는 하이닉스의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세계시장 지배력 역시 한층 굳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를 중심으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업체의 점유율은 D램의 경우 66.5%, 낸드플래시는 50% 수준으로 일본과 대만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에 따라 주인없는 10년 동안에도 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를 유지한 만큼 SK텔레콤이 새 주인이 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지수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연간 3조원이 넘는 시설투자비를 쏟아 붓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감가상각비 등을 통해 자체 조달이 가능했지만 적자가 지속된다면 투자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으로부터 실탄지원을 충분히 받는다면 향후 과감한 투자로 인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반면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1위 기업인 삼성전자로서는 갈 길이 더욱 바빠졌다. 특히 삼성은 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낸드플래시에 대한 사업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는 삼성종합기술원이 개최한 기술 전시 행사인 '삼성 기술전 2011'에서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선보이며 기술 완성도를 높여 내년 중 이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시바가 올 상반기 10나노급 플래시 메모리 시제품을 선보이고도 7월부터 양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을 틈타, 10나노급 제품 경쟁에서 다른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6개월 이상 추가로 벌리겠다는 삼성전자측의 각오로 해석된다.
◆하이닉스호 ‘순항’ 관건은…투자 얼마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의 내년 투자규모가 최소 4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채권단의 관리 하에 있어 기술력이 있어도 설비 등을 포함한 투자에 적극적일 수 없었지만 자금력이 있고 안정적인 SK텔레콤이 인수를 하는 만큼 하이닉스의 설비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관측이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대가로 지불하는 돈은 3조4266억원으로, 이중 신주인수대금 2조3426억원은 채권단이 아닌 하이닉스로 들어가게 되는 만큼 향후 설비투자자금 등으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얼마 만큼의 투자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하이닉스호의 순항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이닉스가 기술면에서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 것인지도 향후 하이닉스의 미래를 둘러싼 또다른 관심사다.
현재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기술수준은 대략 삼성전자와 비교해 6개월~1년 정도는 뒤처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적기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와의 기술격차를 좁혀나가는 것이 하이닉스의 과제다.
이밖에 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가운데 3%에 불과한 비메모리 비중을 늘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개척해나갈 수 있느냐도 하이닉스의 미래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