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자금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좀처럼 예·적금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 사태로 여신처를 확보하지 못하고 과거 거액을 예치해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한 중년층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저축은행 여·수신은 수십조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고객 마케팅도 새롭게 바꾸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자금을 관리하는 20~30대 직장인을 상대로 영업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저축은행 측은 젊은 직장인들을 끌어들이면서 고객층이 다양해지고 장기적 충성고객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지만 여수신 규모 감소에 불안감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잔치 2년간 ‘실종’
일반적으로 저축은행들은 수신 확대를 위해 연말에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했다. 정기예금 만기 고객 상당수가 연말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말이 되면 만기 예금의 이탈을 막고 재유치하기 위해 연말특수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통상 많게는 전달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대체로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인하하는 추세다. 여신이 어려워지고 있어 굳이 수신을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신은 물론 수신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올 6월 말 현재 저축은행들의 여신 총액은 58조260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조4222억원)에 비해 약 18조원 가까이 떨어졌다. 수신 총액 역시 6월 말 71조원으로 전년대비(76조원) 5조원 정도 감소됐다.
예·적금 금리 추세도 사정은 비슷하다. 12월1일 현재 전국 저축은행 평균 금리를 보면 정기예금은 4.60%, 정기적금은 5.05%다. 3개월 전인 올해 9월 평균금리(정기예금 5.01%, 정기적금 5.16%)와 비교하면 각각 0.41%포인트, 0.11%포인트 하락했다. 물론 작년 12월과 비교하면 정기예금(4.26%)과 정기적금(4.96%) 소폭 오르긴 했다. 하지만 지난해도 전년에 비해 저축은행들의 금리인상은 인색했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2년간 연말 예·적금 금리 잔치는 실종된 셈이다.
그렇다면 예·적금 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어디일까. 정기예금의 경우 최고 이자율을 지급하는 곳은 경기·인천지역의 예람저축은행으로 연 5.10%를 제공한다. 이어 부산지역 우리저축은행과 대구·경북 유니온저축은행 등은 각각 연 5.00%를 지급해 뒤를 이었다.
정기적금은 연 5.70%의 이자를 지급하는 삼정저축은행이 제일 높다. 다음으로 대구·경북지역 참저축은행이 5.60%, 더블유·삼성·신안·서일·솔브레인·남양·하나로저축은행 등 7개 저축은행이 각각 연 5.50%의 이율을 지급해 세번째로 높았다. 가장 낮은 곳은 4.30%를 지급하는 대구·경북지역 오성저축은행이다. 삼정저축은행과 비교하면 이율이 1.4%포인트 차이가 나는 셈이다.
◆저축은행 대규모 자금이탈에 ‘울상’
저축은행들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이유는 올해 초 옛 삼화저축은행으로 촉발된 구조조정 때문이다. 이후에도 계속된 부실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각 저축은행들은 저마다 쓰라린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을 경험했다.
그동안 저축은행의 최우량 고객이었던 중장년층 거액자산가들이 언제 영업정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거 예금을 인출한 것.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1금융권이나 주식,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이동했다. 이는 수치상으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시중은행 수시입출식 저축예금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한 124조2800억원을 기록했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고액을 맡긴 고객들이 이탈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부실 저축은행이 계속 나타나면서 이미지가 좋지 않아 자금이탈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저축은행들이 걸러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시장상황이 다시 좋아질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뱅크런이 지속되면서 일부 저축은행들은 거액자산가인 중장년층보다는 20~30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층은 일반적으로 예금보다는 목돈을 만들기 위한 적금을 주로 이용한다. 따라서 예치금액이 예금자보호가 되는 5000만원 미만이다. 빠른 시간에 목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은행보다 저축은행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축은행에 목돈을 맡기고 이자로 생활을 충당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예금자보호법에 허용되는 5000만원 미만자들이 많다”면서 “젊은 직장인들이 매달 30~50만원 정도를 불입하는 정기적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신뢰 되찾기 내년부터 활성화
저축은행업계는 내년부터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저울질 중이다. 최근 부실 저축은행 검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어 신뢰 회복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이 오히려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뿌리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앙회 자체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략을 계획 중”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알 수 없다. 내년 초가 될지 그 이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검찰 조사에서 고객 돈을 횡령하거나 불법 운용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이미지는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섣부른 행동 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뢰 회복 개선 방향에 대해 그는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사회공헌에 주력하고 서민금융 이미지를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