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순위 40위권의 건설사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것은 기본이고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시세차익이나 정치권의 특혜 시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잡음의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임광토건·진흥기업, '돈 때문이야~'

201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40위부터 49위는 평가액 6000억원에서 8000억원 가량의 중견 건설사다. 40위 임광토건이 8128억원, 49위 호반건설이 5968억원의 평가액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국내 건설면허 1호 업체로 알려진 임광토건은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굴욕을 맛봤다. 법원의 허가가 없다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임광토건의 금융권 채무는 9월 말 기준 1조2636억원이다.


문제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앞두고 채권은행에 알리지 않은 채 1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빼돌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임광토건은 유동성 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3년 만기 우선상환주를 발행했다. 유상증자는 임광수 명예회장을 비롯해 회사 계열사가 참여했는데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상환한 것이 문제였다.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에 조기 상환을 통해 임 회장과 계열사가 1000억원 이상의 돈을 미리 챙겼다는 도덕적 해이가 논란의 핵심이다.

위기를 겪었다면 시공순위 41위인 진흥기업이 선배다. 2008년 효성그룹으로 편입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의지까지 보였던 진흥기업은 최근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 꼬리자르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고 있다.

진흥기업은 그동안 효성의 수천억원 투자에도 불구하고 여건이 나아지지 않자 올해 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 주가는 바닥을 쳤고 아직도 끝을 모르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진흥기업에 11월 중순 1주일 만에 주당 156원에서 267원까지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채권단이 대출금 출자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시황변동사유 요구에 대해 진흥기업은 “주가급등에 사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거품은 순식간에 빠졌다. 12월1일 현재 진흥기업의 주가는 178원으로 다시 최저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남양·삼호·한일, 엎친데 덮친 격


앞의 두 기업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재무악화가 원인이었다면 남양건설과 삼호, 한일건설은 재무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까지 겹쳐 골머리를 앓게 된 경우다. 남양건설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삼호와 한일건설은 각각 2009년과 지난해에 워크아웃을 개시한 상태다.

시공순위 43위 남양건설은 9월 말께 전남 나주 하수관거 공사현장에서 건설노동자가 굴삭기에 깔려 사망한 사고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공사 중 부당한 지시로 인해 사망사건이 벌어졌다는 의혹이 쟁점이다.

건설노조는 “위험한 작업이라 굴삭기 노동자의 작업거부가 있었음에도 현장소장이 작업을 강행해 벌어진 일”이라며 “남양건설과 나주시에 사고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양건설이 굴삭기 노동자가 부당한 업무 지시로 사고를 일으킨 데 대한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사망한 일용직 노동자에 대한 보상만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남양건설은 사망한 굴삭기 노동자 유족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해야 하며, 근로복지공단과 민간보험사로부터 수천만원에 이르는 구상권이 청구될 예정이다.

대림산업의 계열사이자 시공순위 46위인 삼호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내공동 땅과 연루돼 있다. 2003년 이 의원은 최근 문제가 됐던 대통령 사저 부지 인근의 1만1198㎡의 땅을 삼호에 매각했는데, 삼호가 불과 열흘 만에 이 땅을 다시 국정원에 팔아넘긴 것이 의혹의 발단이다.

문제는 삼호가 이 의원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에 비해 국정원에 매각한 금액이 1억원이나 적다는 점이다. 삼호가 열흘 만에 1억원을 손해 보는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비상식적인 판단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순위 48위인 한일건설은 내부자정보를 통한 시세차익 논란에 휩싸였다. 17일 자본시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2008년 내부자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를 통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다.

한일시멘트와 함께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검찰의 칼끝은 한일건설을 향해 있다. 현재 검찰은 한일건설의 추가 비리를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올 여름을 ‘핫’하게 보낸 건설사도 있다. 시공순위 44위인 신세계건설은 올 여름 여주 자유컨트리클럽 증설 공사에서 마을 대표 등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었고, 비슷한 시기 시공순위 47위의 삼성에버랜드 역시 노조 부위원장을 해고하고 어용 복수노조를 설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위기는 기회' 순항 중인 포엔과 호반

반면 최근 대우엔지니어링에서 사명을 교체한 포스코엔지니어링(42위)과 건설업계 소리 없는 강자로 손꼽히는 호반건설(49위)은 위태로운 40위권에서 비교적 순항 중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사명 변경 이후 포스코파워와 인도네시아의 석탄화력발전사업 개발을 진행하는 등 관계사와의 동반진출 성과를 내고 있으며, 호반건설은 3주당 1회씩 주택공급을 진행하는 동시에 전국 요지에 공동주택용지를 사들이는 등 위축된 다른 건설사와 달리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조달청은 최저가낙찰제 공사 입찰에서 허위 서류를 제출한 68개 건설사를 부정당업체로 지정했다. 해당 업체는 3~9개월 동안 공공이 발주하는 공사에 대한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상위 50개 건설사 중 불과 9개사 정도만 부정당업체 지정을 피했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한화건설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동부건설,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이 부정당업체 명단에서 제외됐다.

9개사 중 4개사가 40위권에 몰려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엔지니어링과 신세계건설, 삼성에버랜드, 호반건설 등은 앞으로도 공공 발주 공사에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시공순위 45위 화성산업은 6개월 입찰자격 제한으로 매출액 대비 22.32%에 이르는 900억원 가량이 거래 중단되는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임광토건 본사 건물(맨위)과 에버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