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인 태화강 중상류의 대곡천은 세계에도 유래가 드문 비밀스런 장치를 간직하고 있는 계곡이다. 이곳 물가바위엔 공룡발자국 화석에서부터 선사시대 원시인들의 고래잡이 그림, 그리고 신라 화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곳을 천천히 거닐며 시간여행을 즐겨보자.
울산의 젖줄 태화강의 중상류인 대곡천은 백악기 공룡시대부터 선사시대를 거쳐 신라시대 화랑의 흔적을 한꺼번에 더듬을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공룡발자국화석(울산문화재자료 제6호)부터 울주천전리각석(국보 제147호), 그리고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까지 한코스로 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유적의 중간에 자리 잡은 울산암각화박물관
울주군 두동면 대곡천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울산암각화박물관이 반긴다. 2008년 문을 연 이곳은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 등 울산의 소중한 암각화에 대해 소상히 살펴볼 수 있는 공간. 1층엔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각석의 실물 크기 모형과 세계의 바위그림이 전시돼 있다. 2층에선 반구대암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고, 대곡천 주변의 지질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다. 주차료, 입장료 없음. 전화 052-229-6678, 홈페이지 bangudae.ulsan.go.kr
공룡발자국 화석.
박물관을 나와 대곡천에 걸린 다리를 건너면 길은 두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반구대암각화, 왼쪽은 천전리각석 가는 길이다. 둘 다 똑같이 1.2km 떨어져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먼저 반구대암각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대곡천을 오른쪽 옆구리에 끼고 걷는다. 경주 최씨 문중 정각인 집청정(集淸亭), 고려 말기에 성리학 발전에 공이 큰 포은 정몽주, 희재 이언적, 한강 정구 등 삼현을 모신 반구서원(盤龜書院) 등이 들어서 있는 서원마실의 정취가 괜찮다.
마을 맞은편으로 보이는 경치 좋은 바위가 바로 ‘반구대암각화’ 명칭의 유래가 된 반구대(盤龜臺)다. 20~30m 정도의 단애 층암이 흡사 거북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인데,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부분엔 ‘포은 정몽주’의 유배를 기리기 위한 작은 사당이 있다. 그래서 ‘포은대’라고도 한다.
서원마실 앞의 나무다리를 건너고부터는 걷기 좋은 길이다. 짧지만 울창한 대숲과 공룡발자국 화석 하나를 지나 한굽이를 돌면 드디어 반구대암각화 조망대에 닿는다. 여름엔 강변 풍광이 시원해 좋지만, 수량이 불어 물에 잠겨있을 때가 많으니 애써 먼 걸음하고도 맨 바윗덩이만 바라보다 씁쓸히 돌아서기 일쑤다. 하지만 요즘 같은 겨울 갈수기엔 암각화를 직접 목격할 확률이 높다.
반구대암각화 전경.
암각화란 선사시대 사람들이 성스러운 장소에 새긴 바위그림을 말한다. 이 그림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사냥을 안전하게 잘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바위에 새긴 그림이다. 바위 면엔 고래·호랑이·사슴·멧돼지·곰·거북·물고기·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배와 어부의 모습, 사냥하는 광경 등이 그려져 있다. 이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의 생활과 풍습을 알 수 있는 최고 작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65년 사연댐을 건설할 때 물속에 잠겨버린 것이다.
조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찾는다. 그렇지만 목표물을 확인하기란 그리 수월하지 않다. 암벽에 그려진 그림은 물때가 묻은 탓에 자료에서 보는 탁본보다 훨씬 흐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암각화를 찾는데 애를 먹기 마련인데, 이런 이들을 위해 물가엔 대나무 하나가 꽂혀 있다. 그곳을 기준으로 삼으면 손쉽게 찾을 수 있으니 누군가의 배려가 고맙기 만하다.
반구대는 동해안에서부터 물길로만 계산해도 어림잡아 30km가 넘게 떨어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이런 곳에 고래사냥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일까. 거기에 대해 학자들은 당시엔 반구대지역이 사냥과 어로의 풍요를 빌고 사냥물의 영혼을 달래는 주술과 제의를 행하던 성스러운 장소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암각화 하나밖에 없는 것일까. 혹시 저 호수 속 어딘가에 또 다른 암각화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상상의 나래는 한없이 펼쳐진다.
울산암각화 박물관.
반구서원.
◆낙서 사건이 발생했던 천전리각석
천전리각석은 반구대암각화에서 상류로 2.4km 떨어진 지점에 있다. 그곳으로 가려면 박물관 앞의 갈림길까지 되짚어간 다음 다시 강변길을 따르면 된다. 처음엔 차량도 다닐 수 있을 정도 넓은 길이지만 마지막 500m 정도는 호젓한 강변 오솔길이다. 그 오솔길이 끝나갈 때쯤 왼편 아래쪽으로 천전리각석이 보인다.
천전리각석은 대곡천 암벽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다. 위쪽엔 가운데 태양을 상징하는 원을 중심으로 양 옆에 네마리의 사슴이 뛰어가는 모습 등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그린 무늬가 새겨져 있고, 그 아래엔 신라 법흥왕 때 이곳을 찾은 왕족의 행차에 대한 기록과 기마 인물상 등을 그렸다. 이 글엔 영랑(永郞) 정광랑(貞光郞) 등 화랑들의 이름과 당시 벼슬이름 등이 포함되어 있어 신라 역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수학여행 온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 암각화에 한 낙서가 지난 9월 발견되면서 보호대책 마련을 위해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천전리각석 맞은편 물가의 너럭바위엔 공룡 발자국이 수백개나 흩어져 있다. 1억년 전인 백악기시대에 살았던 공룡들의 발자국 화석이다. 학자들은 공룡들의 발자국이 일정한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돌아다닌 점,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루어 이 일대가 초식공룡들의 평화로운 생활공간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별미 언양은 ‘한우불고기 특구’로 지정될 정도로 불고기가 유명하다. 언양불고기는 질 좋은 한우를 재료로 해 육질이 부드러운데다 먹기 좋게 다져져 부드럽다. 언양시장 주변에 언양기와집불고기(052-262-4884), 한마당한우촌(052-262-2047) 등 언양불고기를 전문으로 차리는 식당이 20여개나 된다. 언양불고기 1인분 1만7000원, 한우암소고기 각 부위별 1인분 2만2000원.
●참조 울산광역시 관광과 052-229-3851~6, 울산종합관광안내소 052-277-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