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5일 오후 7시 서울의 한 이마트 지점. 2층으로 올라오는 매장 입구에 '이마트 금융센터'가 새롭게 들어섰다. 부스 앞에 비치된 대형TV에서는 라이나생명·삼성화재 등의 보험상품 광고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고객들을 손짓했지만, 평일 저녁이어서인지 부스 앞은 한산하기만 했다. 텅 빈 부스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설계사는 "(설계사들이) 대부분 오후 6시면 퇴근한다"며 "단 상담 예약이 있는 경우 마트 폐장 시간인 오후 12시까지 상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마트와 보험의 동거, 이번엔 성공할까?
국내 대형할인점 선두업체인 이마트가 보험판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간 국내 최대 유통망과 '가격 파괴'를 무기로 피자, TV 등 진출하는 업종마다 이슈를 몰고 다닌 이마트였기에 이번 진출이 마트슈랑스(mart-surance)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려있다.
이마트는 지난 9일 성수점, 가양점 등 서울·경기권에 9개 매장을 우선적으로 오픈한 데 이어, 2012년까지 전국 이마트 가운데 60개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보험 상품으로는 삼성화재의 연금보험과 통합보험, 동양생명의 어린이보험과 저축보험, 라이나생명의 치아보험과 실버보험, PCA생명의 암보험, 현대하이카다이렉트의 자동차보험을 판매한다. 금융센터 운영은 재무상담 전문업체인 AMC와 리치빌더스, 플리페 등에서 맡았다.
최병렬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 금융센터는 할인점이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고객 삶의 가치 향상을 위한 새로운 장으로 거듭나는 또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는 유통업체 자체 라벨(PL)을 붙인 '이마트 보험'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불필요한 요소를 뺀 가격파괴형 보험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러한 이마트의 '실험'을 호기심어린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판매채널의 다각화를 꾀하는 보험업계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마트판매를 시도해왔지만, 대부분 판매 실적 부진과 저렴한 상품 위주의 판매로 인한 손해율 악화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홈플러스 서울 영등포점에서 마트슈랑스 창구를 운영해왔으나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 월 평균 신계약 건수는 20건 안팎(매출 170만~180만원)에 머무르고 있다. 롯데손해보험도 롯데카드와 함께 롯데마트에서 금융센터를 운영해왔으나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향후 선보일 가격파괴 '이마트 보험(PL)'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분분하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장을 축소해서 싸게 나올 수는 있지만 이제는 보험소비자들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므로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 금융센터의 파트너이기도 한 보험사의 관계자 또한 "아무리 가격파괴 보험이라고 해도 보험은 기본적으로 장기계약이고 금액이 크기 때문에 치킨 사먹듯이 파급력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당장의 성과 여부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마트의 승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트슈랑스는 미래채널로 의미가 큰 시장"이라며 "저가 위주의 상품 판매 한계를 극복하고 사후관리 미비 등 기존 마트슈랑스의 단점을 보완한다면 국내 최대 유통망이라는 장점을 살려 미래시장 선점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