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의원 사촌오빠 제보 드립니다." "안철수 ☆☆모임 정회원 등록 확인, ○○○ △△△ 대표."
주식시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이런 이메일이 들어온다. 선거의 해, 유력 대선후보와의 '인연'을 강조한 테마주 바람의 단면이다.
최근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관련주가 새로운 주인공이다. 선거정국을 노린 SNS 관련주는 이미 연초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진화하는 정치 테마주
SNS 관련주 열풍의 태동은 지난해 말에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29일 인터넷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 규제에 관한 법률(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잠겨있던 SNS 선거전의 빗장이 풀렸다
앞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180일 전부터 공공 게시물을 통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금지한 선거법에 트위터 등 SNS도 해당된다며 포괄적 규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SNS 규제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트위터,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한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테마주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테마의 범위는 인터넷 관련 회사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포털사이트 네이트와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는 지난 3, 4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주가가 26.4% 올랐다. 문자투표 기술을 보유한 양방향 모바일서비스업체 인포뱅크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난해 12월29일부터 5거래일째 상한가 행진 중이다. 이 기간 상승률이 100%를 넘는다.
중소기업 대상 웹서비스 전문기업 가비아도 5일까지 닷새째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자회사인 케이아이엔엑스 덕이다. 케이아이엔엑스는 기업 등에 서버와 네트워크를 외주 형태로 제공하는 업체로 문자메시지 서비스업체 카카오톡에 서버를 제공하고 있다. 케이아이엔엑스도 지난 4, 5일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실시간 모바일 영상서비스가 주력인 이루온(64.9%)과 나우콤(53.2%), 필링크(46.5%), 코원(45.9%) 등도 올해 들어 SNS 관련주 강세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종목의 급등세는 한국거래소의 투자주의종목 지정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증시 부진에 투자금 갈 곳 없어
새해 벽두부터 선거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는 데는 최근 지지부진한 증시 탓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증시 진입을 노리는 유동성은 풍부한 편인데 정작 증시는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곤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소액 투자자들이 투자할 곳이 마땅찮다는 얘기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 팀장은 "올해 경제전망이 불확실하고 성장 동력을 찾기도 어려워 투자자들이 단기 이슈에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종목을 보면 SNS 관련주 외에도 안철수연구소, 아가방컴퍼니 등 선거 테마주가 상위 종목을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 4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대금 1~4위 종목은 안철수연구소(3075억원), EG(2987억원), 아가방컴퍼니(1868억원), SK컴즈(1048억원)였다.
안철수연구소의 경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출마의사를 고민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급등세를 보인 대표적인 대선 테마주다. 지난 5일 종가는 15만5000원으로 지난해 3월15일(1만6500원)에서 1년도 지나지 않아 주가가 10배 가까이 뛰었다.
산화철 전문 제조업체인 EG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지만씨가 최대주주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9월26일 1만9350원에서 연말 6만원대까지 뛰었고 지난 4일에는 8만7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조현정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비트컴퓨터에도 투자자가 몰리면서 최근 보름사이 주가가 3배가량 올랐다.
◆'과유불급'…묻지마 투자 곤란해
결과만 놓고 보면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할 것 같지만 전문가들은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테마주는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부분이 실적을 기반으로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는 어느 순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NS 관련주의 경우 대부분이 매출 규모가 작아 증권사 분석 보고서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SK컴즈, 인포뱅크, 가비아, 케이아이엔엑스, 이루온, 나우콤, 필링크, 코원 등 8개 종목 가운데 최근 1년 동안 증권사 보고서가 나온 곳은 3곳에 불과하다(증권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 등록 기준).
2010년 매출액은 가비아가 260억원, 이루온이 270억원, 케이아이엔엑스가 156억원에 그쳤다. 인포뱅크의 경우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NS 선거운동의 수혜를 받더라도 실적으로 이어질지 의문인 데다 실적이 좋아진다고 해도 이익 개선 폭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캡담당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광고 등이 주수입원이기 때문에 SNS플랫폼으로 조금 늘어날 수 있겠지만 실제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