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점가의 화두가 '정의'였다면 올해의 화두는 단연 '협상'이다. 이 돌풍을 이끌어낸 것은 미국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원제 : Getting More)라는 책에서 협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의 책 속에는 여러 가지 협상의 사례가 마술처럼 펼쳐진다. 자녀교육에서부터 기업 혹은 국가관계와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협상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책 속의 촘촘한 사례들은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지난 15일 4번째로 방한한 다이아몬드 교수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협상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협상의 자리에서도 중요한 것은 상대와의 관계라는 것이다. 100만 달러짜리 협상의 자리에서도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 다이아몬드 교수 자신은 정말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는가?
▶ 물론이다. 내가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이 9살 된 내 아들이다. 나는 항상 아들과 협상을 통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내 아들은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나는 아이가 피아노 몇 시간을 치면 그 시간만큼 만화나 TV를 보게끔 했다. 아들에게는 피아노를 치는 것이 곧 만화를 보는 것이 됐다. 이후에는 뉴욕의 국제 콩쿨에도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사진=류승희 기자)
- 비즈니스에서 원하는 것을 얻은 사례도 말해 달라.
▶ 최근에 한 의료기기 회사와 10억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번 계약에는 특히나 갈등이 많았다. 나는 이 협상 자리에서 이 계약이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인지를 되물었다. 협상의 모든 주체가 계약을 원한다는 대답을 듣고서는 어떻게 딜을 할 것인지를 먼저 제안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얘기는 개인적인 질문들이었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학교에서는 무엇을 전공했는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캐물었다. 얘기를 하면서 공통점을 발견했고, 이것을 계기로 개인적으로도 친밀해졌다.
이후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함께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더 많이 얻는 비결(Getting More)이 결국에는 사람이다. 통계나 힘,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상대방 입장에서는 너무 주변적인 것 머무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다.
▶ 그런 경우에는 '지금 딴 생각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묻는다. 그리고선 '저는 귀하가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여쭤보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상대에 대해서 더 알아야 하는 것은 911테러 이후에 은행에도 생겨난 변화다. 고객을 더 많이 알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서로를 잘 알아야 한다. '나는 피자를 좋아하는데 당신도 그렇습니까?'라는 간단한 질문을 통해서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고, 딱딱한 분위기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 거래에서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금액만 가지고 싸울 뿐이다. 상대의 니즈가 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좀더 창의성을 발휘해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상대에 대해서 알수록 더 큰 신뢰를 쌓을 수 있고 믿을 수록 더 많은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건 단지 변죽만 울리는 얘기가 아니다.
- 강의와 책을 완성시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 나는 뉴욕타임즈를 떠나서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갔다. 로스쿨에서 협상에도 구조적인 절차가 있다는 것을 배웠고 여기에 흥미를 느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도 나는 기자였기 때문에 사람들을 설득해서 정보를 얻어내고, 사람들에게 잘 읽도록 해야 했다. 항상 협상이라는 것이 몸에 뱄었다.
그래서 난 협상에 대해서 연구했고, 조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감성에 대한 강조가 충분치 않았다. 오히려 논리에 대한 얘기만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았다. 나는 이후 여기에 대해 좀더 자세히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내 학생의 경우 기업의 임원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20년동안 연구한 결과 어떤 결과가 효율적이고 설득적인지를 테스트하게 됐다. 그 결과 기존에 하고 있던 것들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의 협상이론은 너무 감정적이 된다든지, 공격적이 되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할 때 오히려 협상이 잘 타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방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는 것이 협상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책의 내용대로 막상 시도하려고 할 때는 주저하게 된다. 격식을 차리는 한국인의 양반문화도 한몫 하는 것 같다.
▶ 물론 처음부터 '할인을 해주세요'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우선 작은 것, 쉬운 것부터 접근하는 것이 방법이다. 두번째는 좀 다르게 생각해야한다. 내가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을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매장 직원은 할인을 해주면서 고객의 충성심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즉 양측의 대가를 교환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사례를 들어 보겠다. 2달 전, 내 학생 한 명이 약혼자에게 반지를 사주기 위해서 티파니 매장에 갔다. 그 학생은 돈이 많이 없었다. 그는 내 수업에서 배운 방법을 적용했다. "나는 티파니를 너무 좋아하고, 정말 갖고 싶지만 아직 돈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평생 티파니를 사고 싶고, 내가 티파니의 단골이 되고 싶다. 내게 어떤 것을 해주고 싶은가?" 그 학생은 1만5000달러 짜리 반지를 5000불에 살 수 있었다. 그가 티파니의 단골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사실 거래 한 건의 측면에서는 수익이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티파니는 평생의 단골고객을 얻은 셈이다.
- 대우의 사례처럼 국내 사례가 여럿 있어 한국에 대한 사정도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갈등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도 협상으로 문제를 풀 수 있을까?
▶ 싸우려고만 한다면 얻을 수 없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에 대해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러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계속 갈등하고 충돌한다면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일단 차분히 앉아서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해봐야 한다. 내 책에서 밝혔듯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할 수록 더욱 가치가 올라간다.
누구의 잘못인지 비난하는 것에서 벗어나 바꿔나갈 현재가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게 말 한마디 바꾸는 것에서부터 많은 변화가 시작된다.
■원하는 것을 얻는 12가지 비밀
1. 목표에 집중하라. 2.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그려라. 3. 감정에 신경 써라. 4.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5.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6.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7.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8. 절대 거짓말을 하지 마라. 9.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하라. 10.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11. 차이를 인정하라. 12.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