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강남소재 모 증권사 PB센터를 찾은 A씨는 ELS(주가연계증권)에 무려 15억원을 투자했다. A씨는 한 상품에 '몰빵'하지 않고 지수형 ELS 3개 분산투자 했는데, 매월 1000만원씩 수익이 나는 월지급식을 선택했다.
#. 다른 증권사 PB고객인 B씨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5% 밑으로 떨어져 시중은행 금리 대비 매력이 떨어지자 ELS로 눈을 돌렸다. 그는 코스피200과 HSCEI(홍콩 항셍중국기업주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3억원을 투자했다. 이 상품은 지수가 각각 6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연 12%가량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개인 '큰손'들 사이에서 ELS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추가 상승 동력을 잃고 방향을 잡지 못하자 주가 하락을 방어하면서도 10% 내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ELS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 중이다.
◆ELS 발행액 사상 최대, 조기상환도 속속
ELS의 선풍적이 인기는 발행규모에서 바로 확인된다. 한때는 최소 금액도 채우지 못해서 발생이 취소되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선 100억원 이상 뭉칫돈이 유입되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규모는 4조650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보다 1조8933억원이나 많은 수치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5월 3조8560억원도 훌쩍 뛰어 넘는 규모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원금 보장형이 19%, 원금비보장형이 81%를 차지했다. 원금비보장형은 조건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지만 기대하는 최고 수익률은 원금보장형에 비해 월등히 높다.
ELS의 기초자산 유형은 해외지수형(40.5%) 지수형(38.9%) 종목형(18.7%) 혼합형(1.9%)의 비중으로 나타났다. 해외지수형은 HSCEI나 S&P지수 등 해외증시 지수 단독 혹은 국내증시 지수와 혼합으로 상품을 구성한 것을 말한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우리투자증권이 지난달 말에 모집한 ELS 5627회의 경우 150억원을 모집했는데 무려 175억원이 청약됐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과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지수가 40% 이상 하락한 적이 없으면 원금을 지킬 수 있다.
특히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면 연 11.50%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ELS 5623회는 월지급식 상품으로 90억원가량이 몰렸다. 이 상품은 매월 평가일에 코스피200과 HSCEI가 50% 이상 하락한 적이 없으면 0.792%의 수익(연 9.504%)이 지급되는 구조다.
대우증권이 최근 발행한 ELS 6821, 6823, 6824회에도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6821회는 코스피200지수를, 6823회와 6824회는 코스피200, HSCEI지수를 함께 기초자산으로 활용했다. 모두 각각의 지수가 투자기간 동안 40~50%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일정 수익을 챙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식투자 하기는 겁나고····"
최근 ELS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배경에는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증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월 말 2030.25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연속 하락해 2000선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8일에는 나흘 만에 반등에 성공, 2000.76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시가 2000선을 전후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잡기 못하자 직접 주식투자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상승에 따라 시장에 투자하고 싶은 유동성 대기자금이 ELS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면서 "개별 주식 투자에 대해선 불안하지만 수익은 얻기 위해 ELS를 통해 간접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재영 우리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주가가 2300~2400으로 오를 거라는 상단에 대한 기대보다는 하락 방어를 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면서 "주가가 1~2년 내에 폭락할 거라고 보지는 않지만 상승에 대한 기대감 또한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30~40%의 고수익을 욕심내기보다는 10~20% 사이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PB고객들이 ELS에 수억원씩 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조기 상환되고 있는 ELS의 수익률도 투자 매력도를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이 발행한 ELS 6337회는 발행 4개월 만에 조기상환이 확정됐다. 이 상품은 OCI와 S-Oil을 기초자산으로 했는데, 4개월 만에 원금의 110%를 받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에 발행한 ELS 5212회는 4개월째 매달 0.92%로 확정됐다. 연 수익으로 환산하면 11.04%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2일부터 가이드라인을 마련, ELS를 중도상환 할 경우 투자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하한선을 상향 조정했다. 종전에는 공정가액의 90% 이상을 돌려받았지만 앞으로는 ELS 발행 후 6개월 미만일 경우 공정가액의 90% 이상, 6개월 경과는 95%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만큼 투자자 보호도 강화됐다.
◆투자성향 따라 꼼꼼한 투자를
ELS는 상품의 특성상 기초자산이 크게 하락할 경우에는 주식에 직접투자 하는 것 못지 않게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주식형펀드와 달리 중도에 손절매를 하기도 여의치 않다.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PB센터 차장은 "종목형이 지수형 대비 기대 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가 크게 밀릴 경우에는 주식형펀드보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ELS에서는 종목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금융주나 포스코, 현대제철 등 비교적 안정적이면서도 전고점 대비 주가가 많이 오를 수 있는 종목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2월 ELS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종목은 대부분 성장성에 기반을 둔 변동성이 큰 주식이었다. 대표적으로 삼성SDI, 현대모비스, S-Oil, 제일모직 삼성중공업 등을 기초로 한 ELS의 발행이 전월 대비 크게 증가했다.
조 부장은 "매달 0.8% 내외 수익이 나는 월지급식 ELS에 가입하는 것도 향후 원금 손실 리스크(위험)에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면서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원금 보장형 ELS를 먼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