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역 4번 출구를 나와 시선을 올리면 진기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길을 따라 늘어선 빌딩의 벽면이 온통 성형외과 간판으로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성형이 보편화된만큼 더 이상 여성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진 요즘 성형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었다.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시대가 바뀌었다"며 "이제는 성형에 있어서 남녀 구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 "진작 할 걸 그랬어요"

한낮을 넘긴 시간,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김모(34) 씨를 만났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수술을 받은 지 3주째 된 그는 낮은 코가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김씨가 수술 부위를 말하지 않았다면 성형 부위가 어디인지 단번에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그가 수술을 고민한 것은 무려 10년 전. 하지만 막상 성형외과에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남자가 수술을 받는 게 흔하지 않았거든요.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남자가 성형외과에 드나드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잖아요. 주저하다가 나이가 더 들면 못할 것 같아서 마음을 굳혔습니다."
 
김씨가 수술을 결심하게 된 것은 성형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많은 남자 연예인들이 성형수술을 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정도라면 자신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마침 운영하던 학원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수년간 고민만 하던 김씨는 "이때다"라며 병원을 찾았다. 그는 바로 여자친구가 수술을 받았던 병원을 택했다.
 
"성형수술을 받는 것도 힘든데 여기저기 찾아다닐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이 병원 저 병원 고민하지 않고 바로 선택해서 상담했죠."
 
그는 수술 직후 붕대로 가리고 다니는 것이 가장 걱정됐다고 한다. 남자가 수술한 것을 티내고 다니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 그는 일반 회사원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주일 정도 붕대로 가리고 다녔어요. 학생들 앞이라서 그런지 별로 거리낄 건 없더라고요. 일하는 직원들도 제가 성형한 거 모두 알지만 뭐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문득 김씨의 수술 전 얼굴이 궁금해졌다. 수술 전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하자 휴대폰을 꺼내서 저장돼 있던 사진을 보여준다. 예전에도 보기 흉할 정도로 낮은 코는 아니었다. 자신의 외모에 불만족했을 뿐이다. 남들보다 외모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이마가 높아서 코가 더 낮아 보였다"며 웃는다. 그는 콧대를 더욱 높이고 코의 굵기 역시 넓히고 싶었다. 수술 이후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니지만 경과는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80% 정도 만족해요. 코끝을 조금 더 올리고 싶긴 한데 한번 해서 이 정도면 잘 된 케이스죠."
 
김씨는 고친 코가 썩 마음에 드는지 "진작할 걸 그랬다"며 오히려 후회하는 눈치였다.
 
"강남에서 학원을 하다 보니까 학부모들이 강사의 외모에도 많이 신경 쓰는 걸 알았어요. 옷도 깔끔하게 입는 것을 좋아하고. 어른뿐 아니라 학생들 역시 외모가 잘 생긴 선생님을 더 따르고 수강생도 더 많습니다."(웃음)
 

김영진 성형외과 원장. 사진=류승희 기자 

◇ 단시간에 성형男이 늘어난 것은 아냐
 
1987년 김영진성형외과를 개원한 김영진 원장은 남자 성형이 오늘날에만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라고 말한다. 20년 전에도 젊어 보이기 위해 주름을 펴고, 보톡스를 맞는 등 남자 성형은 있어 왔다는 것. 최근 들어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는 성형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김 원장은 "예전에는 성형이 탤런트나 유명인만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수술을 하고서도 숨기고 꺼리던 것이 이제야 드러나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요즘에는 필요에 의한 성형이 많다. 낭비나 사치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의 결점을 커버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형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서울 잠실의 김상태성형외과는 남자 환자가 전체의 30%나 된다. 이 병원의 김상태 원장은 남성들의 성형은 미용을 위해서라기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를 위한 목적이 많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비즈니스를 하거나 사업하는 이들이 피곤해 보이지 않고 활력이 있어 보이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시술을 한다"며 "결막 밑에 지방을 재배치해 또렷한 눈매를 만드는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남성들은 큰 수술보다는 겉으로 표시가 많이 나지 않고 회복 기간이 짧은 시술을 원한다. 보형물을 넣는 융비술은 회복이 빠르고 티가 많이 나지 않아 남성 환자의 문의가 많다. 또 '쁘띠성형'이라고도 하는 시술은 실로 살짝 잡아 주거나 주사를 이용해 변화를 주는 간단한 성형이다. 이 역시 성형한 표시가 나지 않는 수술을 선호하는 남성들에게 인기다.
 
▦성형남 모이는 인터넷 카페
 
외모에 변화를 주고 싶은 남성이 늘어나다 보니 온라인 상에서도 남성들의 성형에 대한 문의가 많다.
 
▶코 성형 1주일째인데 밥 먹으려고 입 벌릴 때 입이 크게 안 벌어지는 것은 붓기 때문인가요? 입 벌리면 코가 당기고 불편합니다. 절골하고 살짝 매부리 깎고 3mm 올렸습니다. 코가 전체적으로 크고 뭉뚝한데 얄상해지나요?
 └ 저도 남잔데 어디서 하셨어요? 저도 하려고 하는데 정보가 많지 않아요. 정보 좀 주세요~
 └ 코 성형 후에는 원래 1주일 정도 입이 안 벌어져요. 전 3.5mm 올렸는데 자연스럽게 됐네요. 코는 샤프해짐. ㅋㅋ 아직 붓기 많을 시기이니 참고 기다려요.

'성예사'(성형수술 후 예뻐진 사람들)라는 온라인 카페에서 회원들끼리 주고받은 대화 중 일부다. 이 카페에는 '남자성형방'이라는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다. 성형을 원하는 남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코 성형에 대한 문의 외에도 쌍커풀, 탈모 등에 대한 게시글이 빼곡했다.
 
아직까지 성형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직접 병원을 찾아다니기를 꺼리는 남성들은 성예사 등의 카페에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또 실제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 올린 사진을 보며 성형 스타일을 참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