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관심사이자 걱정거리 중 하나가 은퇴 후 삶이다. 금융회사들도 경쟁적으로 은퇴 준비를 위한 금융상품을 출시하면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개별 금융상품이 아니라 전반적인 자산관리 계획이다.
대중들의 이런 요구를 감안해 삼성증권은 최근 은퇴설계시스템을 개발, 전 지점에 보급했다. 컴퓨터를 통해 한층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리고 명확하게 자산관리 및 투자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증권사가 은퇴설계시스템을 도입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한다는 점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은퇴설계, 이제 시스템에 맡긴다
삼성증권이 고안한 은퇴설계시스템은 고객의 가족정보, 자산정보, 은퇴자금 목표 등을 반영해 은퇴준비자금 설계, 부족자금 분석, 은퇴상황 조정, 은퇴 후 재무목표 조정, 자산 리밸런싱 등에 맞춰 다양한 은퇴설계를 제시한다. 삼성증권의 모든 PB(프라이빗뱅커)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고객들에게 은퇴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삼성증권은 이 시스템을 빨리 정착시키고 은퇴설계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은퇴설계마스터 교육과정을 이수한 '은퇴설계 리더' 120명을 양성, 전국 지점에 배치했다.
삼성증권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그동안 여러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은퇴설계 서비스에 한계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장은 "보통 금융회사들이 고객의 현재 자산과 은퇴 후 필요자금 정도만을 파악하고 연금 가입에 의존하는 단순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퇴설계는 단 한번의 설계로 끝나선 안 된다는 게 김 소장의 견해다. 그는 "은퇴를 앞두고 세운 계획이 30년 동안 유효할 수 없으므로 여러 변수와 리스크를 고려하면서 반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며 "은퇴 후 삶을 연금에만 의존하려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증권 고객은 우선 은퇴설계시스템의 '간편모델'을 통해 대략적인 자산관리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 기본적인 신상명세와 현재 자산, 재무목표 등을 입력하면 약 30분 만에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더 세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표준모델(전문가 시스템)'로 은퇴설계를 하면 된다. 표준모델은 고객의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는 데만 대략 두시간이 걸릴 정도로 구체적이다.
현재는 고객이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가능하지만, 6월경 홈페이지에 공개해 일반 투자자들도 온라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사진 류승희기자
◆간편모델을 통한 은퇴설계 시뮬레이션
삼성증권이 간편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김씨(본인 남 52세)와 이씨(배우자 여 47세)의 사례를 살펴보자. 우선 김씨의 은퇴연령과 예상수명을 각각 55세와 86세, 이씨는 각각 48세와 87세로 예상했다. 두 사람의 은퇴 후 생활비는 월 350만원(물가상승률 3.8% 적용 시)으로 잡았다.
또 김씨는 55세가 된 후부터 1000만원(1년간), 65세부터는 5000만원(4년간)의 자녀교육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보유자산은 유동성 2000만원(수익률 가정 2.5%), 금융자산 1억원(주식형 10%, 채권형 4%), 부동산 1억원(3%)으로 자산합계는 2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밖에 공적연금 수령액은 김씨와 이씨가 각각 월 67만원과 33만원이며, 퇴직금 수령액은 각각 2억2062만원과 7815만원이다. 이런 개인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포트폴리오 현황을 분석해 ▲가중평균 수익률 4.09% ▲금융자산 위험률 6.5%가 도출된다.
이어 은퇴자금(현재 가중평균 수익률 4.09% 적용)을 분석해 필요자금 18억438만원(100%), 준비자금 8억8278만원(48.92%), 부족자금 9억2159만원(51.08%)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시스템은 ▲자산배분 변경을 통해 보유자산 투자수익률 연 11.08%일 경우 목표달성 가능 ▲거치식 8억1717만원 또는 적립식 월 2403만원 추가 투자 시 목표달성 가능 등의 해결안을 제시한다. 아울러 시스템은 ▲은퇴상황(은퇴생활비 등) 조정 ▲은퇴 후 기타 재무목표조정 ▲자산 리밸런싱 제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개선효과에 대해서도 수치상으로 보여준다.
간편모델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표준모델을 통해 은퇴설계를 하고 싶다면 고객은 PB에게 더 많은 자세한 정보와 의견을 진솔하게 털어놔야 한다. 김 소장은 "그동안 어떻게 돈을 벌었고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 것이며 가족들의 신상에 특별한 점이 있는지까지 세부적으로 PB와 상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후 필요한 숫자들을 입력하고 관련 자료들을 받아 분석하면 2주 정도 지난 후 솔루션이 나오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