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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과도한 주택대출금으로 생활고를 겪는 '하우스푸어' 구제에 나섰지만, 시작부터 논란이 무성하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엇박자'를 내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어서다.
이러한 가운데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총대를 멨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갑론을박만 거듭할 것이 아니라 시범적으로 시행하면서 대책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우리은행의 하우스푸어 구제책은 대상자 제한 등으로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눈치 보기에 급급한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부채를 줄이고자 팔을 걷고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 하우스푸어 대책 '첫선'
우리금융은 최근 '세일 앤드 리스백' 개념을 활용한 가계부채 지원대책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주택거래 부진으로 주택 매각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1주택 보유 실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상품이다. 하우스푸어의 집을 금융회사에서 맡아주고(신탁), 주택소유자는 임대료를 내면서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경우 고금리 연체이자가 5% 수준의 임대료로 대체되고, 원금 상환 부담이 신탁기간(3~5년) 동안 유예되기 때문에 하우스푸어의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주택이 은행 신탁자산으로 귀속되면 다른 채권자들의 가압류 등 채권추심으로부터 분리돼 주거 안정을 기할 수 있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지원책의 대상자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지원대상 대출규모 약 900억원)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예상 대상자는 700여명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투기적 목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자 ▲고가의 주택 또는 다주택 구입자 ▲이 상품을 이용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되는 원리금 장기 연체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한 지원대상자가 돼서 당분간 대출을 유예 받더라도 대출금은 향후 별도로 갚아나가야 한다. 만일 신탁기한이 끝날 때까지 원리금을 갚지 못하거나 임대료를 장기간 납부하지 않으면 은행은 고객의 집을 처분하게 된다. 이렇게 집을 매각하면 연체된 금액을 우선적으로 은행이 가져가고 집주인은 남은 금액만 돌려받게 된다.
이 방식은 부동산 침체 상황에서 은행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정상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집을 맡은 은행이 리스크를 안게 된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주택담보인정비율(LTV·담보가치 인정비율)이 평균 50% 수준이기 때문에 은행이 실제로 대출금을 떼일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독자노선'을 펴는데 내심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 특정 금융회사가 소규모로 몇백 가구를 구제하는 것보다는 금융권 공동으로 추진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우리은행식의) 세일 앤드 리스백에 대해 검토는 하고 있지만 보류한 상태"라며 "한 은행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전 금융회사가 새로운 펀드를 구성해 대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현재는 우리은행 단독으로 하우스푸어 지원책을 추진하지만 은행권 공동안이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우선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는 것을 지켜보고 공동대응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락가락' 금융당국 실태조사부터 착수
현재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하우스푸어 지원대책을 두고 말만 무성한 상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딴소리'를 하며 갈등을 빚은 것이 화근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공동추진을 언급한 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아직은 정부가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공동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수장 간 갈등 속에 은행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하고, 대책은 오리무중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하우스푸어 대책을 일단 개별은행에 맡기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은행권 공동출자를 통한 공동대응 방안 등 재정지원이 필요한 하우스푸어 대책은 실태 파악 후 도입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사실상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주장해온 은행권 공동대응 방안이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금융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별은행이 할 수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부터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순서가 바뀌었지만' 뒤늦게 전국 하우스푸어 실태조사에도 나선다. 금감원에 따르면 LTV 기준(수도권 50%, 지방 60%)을 초과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6월 말 현재 48조원에 달한다. 3개월 사이 4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연말까지 6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가장 주시하는 것은 '연결 담보가치 인정비율'이다. 은행에서 빌린 선순위 대출과 제2금융권의 후순위 대출을 모두 대출금으로 산출하게 되는데, 이는 LTV를 초과할 리스크가 크다. 금융당국은 우선적으로 DTI(총부채 상환비율)와 LTV가 동시에 높아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대출자를 선별해 지원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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