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범죄 문제로 대한민국이 시끄럽다. 하루이틀 된 논란은 아니지만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아동성폭행자의 대부분이 아동포르노물을 봤다는 점에서 18세 미만 아동이 나오는 포르노를 보관만 해도 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성폭력,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은 척결해야 할 반인간적 범죄행위다. 이런 짓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재범을 막기 위해 신상정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성폭력을 다룬 영화를 보면 범인은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대부분 도저히 용서할 구석이 없는 잔혹한 악당이다. 그리고 정의의 편에 선 인물이 그에 맞선다.

1991년 작인 <케이프 피어>(원제 ; Cape Fear,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로버트 드니로, 닉 놀테, 제시카 랭, 줄리엣 루이스)는 출감한 강간범의 복수극을 다룬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선과 악이 확연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강간범으로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는 그 명성에 맞는, '섬뜩한' 연기를 펼치지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변호사가 마냥 착하기만 한 선인(善人)도 아니다.

억울한 옥살이, 누가 보상해주나


◆강간범의 복수 그린 서스펜스물

강간폭행죄로 14년을 복역하고 출감한 맥스 케이티(로버트 드니로 분)는 과거 자신을 변호했던 공선 변호사 샘 보든(닉 놀테 분)을 찾아간다. 감옥에서 글을 배우고 문학서, 철학서 등을 돌파하고 법률공부까지 마친 케이티는 14년 전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샘이 이를 숨겨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됐다고 생각해 복수를 하러 나선 것이다. 당시 샘은 이 자료를 입수했지만 16세 소녀를 강간폭행한 케이티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이를 검찰 측에 제시하지 않은 것.

샘은 아내 레이(제시카 랭)와 15살 난 딸 대니(줄리엣 루이스)와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샘은 예전의 무식하던 케이티만을 떠올리고 돈으로 그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그러나 케이티는 샘이 아내 몰래 만나는 법원서기 로리(일네나 더글라스 분)에게 접근해 그녀에게 무자비한 성폭행을 한 것을 보고는 경악한다(로리는 법정에서 반복진술 등으로 고통 받는 피해자를 봐 왔기 때문에 케이티를 고발하지 않는다). 이일로 가정의 위기까지 느낀 샘은 사립 탐정 커젝(조 돈 베이커 분)과 청부업자를 고용해 케이티를 ‘법 대신 주먹’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샘에 대한 복수심을 더욱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케이티는 처절한 복수의 화신이 돼 샘을 괴롭힌다.

샘과 가족들은 케이티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집을 떠나 케이프 피어강(江)의 요트로 피난한다. 하지만 케이티는 폭풍우가 치는 그곳까지 샘을 쫓아가 본격적인 복수극을 펼친다.

<케이프 피어>의 최고 명장면은 바로 이 마지막 부문에서 나온다. 케이티가 성경구절을 중얼거리며 물에 가라앉으면서 샘을 바라보는 장면은 그야말로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압권이다.

1991년 작 <케이프 피어>는 1962년 J. 리 톰슨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시 케이티 역은 로버트 미첨이, 샘 역은 그레고리 펙(1962년 작에서는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다)이 각각 맡았다. 이들은 리메이크작에도 얼굴을 내비친다. 하지만 맡은 역은 과거작과 정반대다. 로버트 미첨은 케이티를 잡으려는 엘카트 경사역으로, 그레고리 펙은 폭행을 당한 케이티를 변호하는 변호사 역을 맡았다.
 
억울한 옥살이, 누가 보상해주나


◆억울한 옥살이 보상 200억

<케이프 피어>에서 케이티는 자신의 변호사였던 샘이 증거를 숨기지 않았다면 옥살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변호사로서 결정적인 증거를 숨긴 샘은 이 일에 법적 책임이 있을까? 일단 형법적으로는 아니다. 형법상 변호사든 검사든 어떤 증거물을 숨겼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변호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직업윤리적인 문제는 있다. 또한 피의자가 이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면 민사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수 있다.

물론 샘이 강간을 한 소녀가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였다고 밝히더라도 무죄 또는 감형을 받았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적다(영화 속에서는 이 사실을 밝혔다면 무죄 또는 감형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혹 그 소녀가 윤락녀였다고 하더라도 강간을 하고 폭행을 해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속 말대로 무죄 또는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면 케이티는 이를 근거로 정부로부터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이 그리고 법원이 항상 옳은 판결을 내리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경우 정부는 이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형사보상법은 피고인이 구금 상태에서 일반 형사재판이나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경우 구금일수에 따라 하루 5000원 이상씩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 판결이 확정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형사보상 결정이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7년 23억2300만원에 불과했던 형사보상금 지급 규모는 2008년 61억5900만원, 2009년 105억7200만원, 2010년 183억6100만원, 지난해 225억6500만원 등 해마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도 7월 말까지 1만7033건이 신청돼 205억6000만원의 형사보상금이 지급됐다.

◆범죄자 인권보호 필요, 성폭행 예방은 더 중요

심증으로는 범인이 거의 확실한데 물증이 부족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보면 증인과 증거 확보 등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진실 규명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부실하고 무리한 수사도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재판 과정에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오늘날 형사재판의 기초는 ‘10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만큼 인권을 최우선시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검사든 변호사든 판사든 자의적으로 심의를 해 죄의 경중을 따지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피해자이면서도 상처를 평생의 업으로 안고 살게 만드는 아동성폭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길을 다져 놓아야 한다. 특히 상대적 약자인 아동과 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