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을 규제키로 한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히고 펀드시장 건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지나친 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양상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과도한 계열사간 몰아주기는 금융소비자와의 이해상충을 발생시키고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계열사간 직접비율규제, 시장구조개편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펀드판매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판매 비중을 5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계열사 펀드의 판매 비중과 수익률을 비교 공시하고 투자 상담 시 비계열사 펀드를 함께 권유토록 하는 등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 개선을 위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해 직접적인 규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투자자 선택권 확대 기대
판매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은 펀드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았다. 특히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다.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을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조치가 시행되면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A증권사 관계자는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이 축소되면 상품 라인업에서 비계열사 상품의 숫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대형판매사들의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우수한 펀드들이 더 많은 판매사를 통해 판매될 경우 투자자들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계열사 판매 비중이 줄어들고 시장이 성과 경쟁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투자자들이 그동안 좋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한적으로 판매됐던 좋은 펀드에 투자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방안이 직접규제란 점에서 기존 규제보다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 축소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사 관계자는 "계열사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했던 시점"이라며 "금융당국이 그동안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 개선을 위해 취했던 여러 가지 조치들은 강제성이 없어 큰 효과를 내지 못했지만 직접적으로 규제하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직접 규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아무리 계열사 펀드라도 투자자가 원하는 상품과 크게 다르거나 수익률이 확연히 떨어지는 것을 추천할 수 있겠느냐"며 "계열사간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판매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비율을 정해서 규제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비율 제한에 걸려 성과가 좋은 계열사 펀드 대신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계열사 펀드를 추천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계열판매사에서 팔아준 펀드 비중과 수익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들은 큰 힘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설정액 기준) 10대 운용사의 계열사 판매 비중과 수익률 순위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8월 말 기준으로 계열판매사가 판매 비중이 78.64%로 가장 높았던 자산운용사의 수익률 순위는 8위였다"고 지적했다.
계열사 판매 비중 2위(78.56%), 3위(71.20%)에 해당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수익률 순위에서 각각 9위와 34위에 머물렀다.
배 연구원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모두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사들이 수익률이 우수한 펀드들을 중심으로 상품라인업을 구성하다보면 판매 비중 50%를 초과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판매 비중 제한으로 투자자의 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사 숨통 트이나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 제한 방안은 계열판매사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자산운용사들의 판매망 확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송 실장은 "계열사 펀드를 중점적으로 판매하면서 독립 자산운용사들의 진입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을 50%로 직접규제하면 운용사수를 기준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립계 자산운용사의 판매상의 어려움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립·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좋은 펀드가 있어도 은행 등 대형판매사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못해 펀드규모를 키우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며 "예전보다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 제한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중소형사의 펀드판매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B운용사 관계자는 "은행 등 대형판매사들은 판매할 펀드를 선택할 때 과거 수익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경향을 고려할 때 계열사 펀드판매 비중 제한 조치는 펀드 운용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신생 펀드를 주로 갖고 있는 중소형사보다는 장기성과를 보유한 대형사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와 달리 대형운용사들의 펀드판매만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인지도 면에서도 판매사들이 중소형사보다는 대형사 펀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는 대형운용사의 유명펀드는 중소형사의 신생 펀드보다 투자를 권유하기 쉽고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 하지 않겠느냐"며 "판매사들이 상품라인업을 새로 짤 때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대형자산운용사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