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고현솔 기자


파기름국수와 꽈리고추 닭볶음, 떡볶이 등 각종 음식을 손에 든 사람들이 예산상설시장 중앙 장터광장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테이블로 향했고,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시장 골조와 벽돌 기둥, 옛 감성을 살린 간판 사이로 둥근 스테인리스 테이블이 늘어선 공간은 전통시장보다 레트로 콘셉트의 푸드코트에 가까웠다.


지난 26일 오후 방문한 충남 예산군의 예산상설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시장 앞 주차장은 차량으로 가득 찼고, 방문객들은 음식을 손에 든 채 장터광장과 시장 곳곳에서 인증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서는 예산시장과 지역 관광지를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나왔고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다.

예산시장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시장이지만 1990년대 이후 찾는 이가 줄며 빈 점포만 늘어갔다. 이후 더본코리아가 예산군과 손잡고 장터광장을 조성하면서 이전과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됐다. 더본코리아는 시장 내 유휴 점포를 활용해 창업을 지원하고 인테리어 개선과 메뉴 개발, 운영 컨설팅 등을 맡아 시장 운영 전반에 변화를 줬다. 먹거리와 상권, 관광을 하나로 묶어 시장을 '목적지'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일반적인 식당보다 테이블이 낮다는 것이다. 통로를 지나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음식에 시선을 빼앗기도록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높이를 테스트하고 결정했다. 식사 후 테이블 정리는 지역자활센터와 연계한 인력이 맡는다. 방문객의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까지 고려한 설계다.

메뉴에는 지역색이 담겼다. 예산의 특산물인 쪽파와 꽈리고추, 사과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예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거리로 자리 잡으며 시장을 찾는 이유가 됐다.


신양튀김을 운영하는 손우성씨는 더본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창업하며 예산으로 터전을 옮겼다. /사진=고현솔 기자


지역개발은 외지 청년들의 정착으로 이어졌다. 신양튀김을 운영하는 손우성씨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 '레미제라블' 출연을 계기로 더본코리아와 인연을 맺은 뒤 예산에 자리를 잡았다. 유휴 점포를 활용해 낮은 임대료로 창업했고 별도의 로열티도 없다.

손씨는 "서울에서 이 정도 매출을 내려면 월세만 수백만원이 들지만 이곳에서는 월세 부담이 훨씬 적다"며 "더본에서도 꾸준히 컨설팅을 해주고 있어 장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 그룹 투어스 멤버 신유의 고향이 예산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중국 팬들이 성지 순례하듯 시장을 찾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방문객들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냉동 제품을 상품화해 택배 판매까지 시작했다.


기존 상인들은 더본코리아의 컨설팅 효과를 체감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슈퍼마켓을 이어받아 카스테라 가게로 업종을 바꾼 광시카스테라 점주 이강민씨는 "백 대표님이 메뉴를 직접 주셨고 오픈 후 두세 달 간격으로 방문해 피드백과 컨설팅을 해줬다"며 "바쁠 때는 대기 번호가 1000번을 넘을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모두가 변화를 반긴 것은 아니었다. 50년 넘게 대흥상회를 운영해온 안흥순씨는 "처음에는 '이렇게 안 해도 장사는 잘된다'며 백 대표와 실랑이를 벌였다"며 "지금은 젊은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결국 그 방식이 맞았다"고 말했다.

예산상설시장은 지난 5월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예산상설시장 내 골목을 둘러보고 있는 방문객의 모습. /사진=고현솔 기자


성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재정비 이후 본격적으로 문을 연 2023년에는 방문객 370만명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400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더본코리아와 백종원 대표를 둘러싼 논란으로 방문객이 130만명 수준으로 줄었지만, 올해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달 누적 방문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더본코리아는 예산상설시장을 통해 검증한 지역개발 모델을 예산군 전역으로 넓힌다. 충남방적 유휴공간 복합 콘텐츠화, 삽교시장 곱창특화거리 조성, 전통주 체험단지 구축 등 지역의 산업·상권·관광 자원을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여주 등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예산시장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맛과 이야기, 산업과 공간을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역민과 지자체,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