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정년은 통상 55∼60세다. 하지만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40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은퇴 압박에 정년을 채우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안정적인 회사의 울타리를 벗어나고 나서야 노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국민연금이라는 최후의 보루가 있지만 이 역시 연령별로 60세 이상이 돼야 수령이 가능해 40대 후반 혹은 50대 은퇴준비자들은 5~1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국민연금은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유일한 연금이기 때문에 노후를 대비하기에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최저생계비 수준인 국민연금만으로 부부가 노후를 보내기엔 역부족이다.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비은퇴 가구가 예상하는 월평균 노후생활 필요자금은 235만원인 반면 준비된 자금은 필요자금의 46.3%밖에 되지 않는다.
김희규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30대는 노후준비자금의 50~60%가량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비해 40~50대는 절반도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노후생활에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 때문에 안갯속을 걷는 듯한 40, 50대 은퇴준비자들. 그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 은퇴준비, 현 재무상황 파악부터
전문가들은 은퇴준비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재무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현재 수입과 은퇴시점까지의 소득, 총 연금수령액을 꼼꼼하게 챙겨보라는 얘기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자신이 받게 될 연금액이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며 "전문가와 상담해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예상 수령금액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소장은 "부부의 노후자금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부모 간병비로 얼마를 쓸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있다"며 "그래야만 자녀에게 다 주고 정작 자신의 노후자금이 없어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따져서 나온 총 금액이 죽기 전까지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평생월급'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2인 가구의 한달 평균 생활비를 200만~250만원으로 보고 있다. 최소생계가 유지되는 마지노선은 100만원 안팎이다. 따라서 자신의 생활패턴을 따져보고 총 연금액을 분석한 후 부족한 자금은 보완하고, 보완의 여지가 없을 경우에는 지출을 최대한 줄여서 월 생활비를 만드는 게 관건이다.
연금액이 적을 때는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50대의 은퇴준비자들은 자산배분이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자산에 치우친 것이 특징. 이른바 '깔고 앉아 있는' 자산이 많아 활용도가 떨어진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는 "매월 월수익이 나오는 수익형부동산이 아니라면 부동산은 과감히 처분할 필요가 있다"며 "부동산을 처분하면 각종 세금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큰집에 살고 있다면 집을 줄여 금융자산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동산 매각 후 얻은 목돈은 즉시연금에 불입할 것을 권했다. 즉시연금은 두가지 유형이 있는데 원금과 이자를 함께 받는 '종신형'과 이자만 받고 원금은 추후에 받는 '상속형'이 있다.
종신형은 원금을 조금씩 나눠 받기 때문에 이자만 받는 상속형보다 월 수령액이 많다. 따라서 노후준비가 빈약해 연금액이 적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반면 상속형은 이자만 받다가 약정기간인 20년 또는 30년 후에 원금을 받게 되므로 목돈을 자녀에게 상속할 수 있다. 또 연금수령을 앞당겨 받은 사람이라면 거동이 어려운 시기에 간병비 또는 병원비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송 이사는 노후생활자금도 2단계로 나눠 불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유지되는 75세 이전과 거동에 제한이 생기고 병치레가 많은 75세 이후로 나누는 것이다. 75세 이전까지는 생활비 비중을 높이고, 75세 이후에는 병원비와 간병비 등 의료비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
우재룡 소장은 부동산을 활용한 주택연금을 추천했다. 우 소장은 "주택연금은 1억원을 예치했을 때 평가액이 다른 금융상품의 절반가량인 24만원에 불과하지만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예상한다면 연금화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동PB센터 팀장은 "50대는 잔병이 없도록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병원비로 큰 돈을 쓰게 됐을 때 전반적인 재무상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