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란 의미다. 순리에 맞는 인사는 만사형통이지만 부적절한 인사는 만사를 틀어지게 한다. 
 
어떤 집단이나 조직을 막론하고 인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특히 한 산업 내에서 규칙을 정하고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이라면 그 중요성이 절대적이다. 적절치 못한 인사로 스스로도 반듯한 길을 걷기 힘든 공공기관이 시장 참여자들의 잘못을 고치고 질서를 제대로 잡아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부적절한 인사에 대해 올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았다. 관료출신 등의 낙하산 인사를 비롯해 이사회 구성, 인력구조, 내부통제 허점 등 인사 전반에 걸쳐 비판이 쏟아졌다.
 
 


◆고연봉으로 낙하산 싹쓸이(?)
 
무엇보다 지배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원 대부분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관료 출신인데다 특정업체 출신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임원 경력 자료에 따르면 상임이사 7명 가운데 4명은 전직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김성배 상임감사위원은 재경부 외환제도과장을 지냈고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은 재경부 조세정책국장, 김진규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재경부 조세정책국장을 각각 역임했다. 이호철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재경부 산업정책과장 출신이다. 
 
또 2008년부터 임명된 총 15명의 한국거래소 임원 중 13명이 정부부처 또는 외부기관에서 영입된 인사였다. 내부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능력과 경험을 갖춘 전직 관료의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한 부처 출신이 상임이사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거래소가 오히려 더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국거래소는 직원 평균연봉이 공기업 중 가장 높은 곳으로 정부부처나 정권의 의지에 따라 싹쓸이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비판받을 문제"라며 "거래소는 낙하산 인사들에게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자리로 인기가 높다"고 지적했다.
 
작년 기준으로 거래소 이사장은 2억6500만원, 본부장은 2억2100만원, 상임감사는 1억8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우선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몸담았던 키움증권 출신 2명이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키움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와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거래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삼성선물 사장이 2006년 이후 계속해서 비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도 도마에 올랐다. 거래소는 비상임이사 가운데 주주대표는 증권사, 중소형증권사, 선물회사에서 각각 선임하는데 선물회사 대표자리는 계속 삼성선물 사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상위직급 넘쳐…인력구조, 상체 비만
 
한국거래소의 상위직급은 정원을 초과하는 반면 하위직급은 정원에 미달하는 등 인력구조도 기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말 정규직 기준으로 거래소의 현원은 총 706명으로 정원 695명보다 11명 많다. 직급별로는 M2(과장급) 이상 직원이 정원을 초과했다. M2 현원은 194명으로 정원보다 23명, M1은 148명으로 13명 많았다. 부장급인 D2와 D1은 각각 정원을 15명, 40명 초과했다.
 
상위직급 편중현상은 거래소의 평균 연봉을 공공기관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원인이다. 거래소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453만원으로 268개 공공기관 중 가장 많다. 또한 거래소의 인력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거래소가 고액 연봉을 받는 인력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것처럼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취임 직후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구조조정을 고려하겠다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쳤다.
 
김 이사장은 "1980년대 이후 증권시장에서 수작업으로 주식을 매매할 때 주식시장 거래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매년 50~100명의 직원을 뽑아도 야근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그 당시 뽑은 인원이 현재 40대 후반 연령으로 고임금을 받고 있는데 이들의 임기가 끝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당장 고임금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틀에 한번 주식거래"…내부통제 허점
 
내부통제에 대한 허점도 드러났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거래소 임직원 368명은 총 257억원의 주식거래를 했다. 이 중 시장감시본부, 유가증권본부, 코스닥본부, 파생상품본부, 감사실 등 기업 내부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부서의 직원들이 209명이나 됐다. 공시를 담당하는 공시부 직원 9명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주식 거래횟수가 많은 직원의 경우 이틀에 한번 꼴로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에는 기업 공시정보를 사전에 빼돌려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거래소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거래소는 이후 주식·파생상품 직접 투자 금지, 감찰활동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쇄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거래소는 그동안 주식거래를 월 20회, 연봉의 5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었다. 사실상 연간 5000만원가량을 매일 거래할 수 있었던 셈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주식시장이 문을 연 날은 월 평균 21일이다.
 
김종훈 의원은 "거래소는 공시정보 유출 직원 자살로 직원들의 주식거래를 금지했지만 주식보유 및 거래현황을 보면 거래소가 그동안 직원들의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