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와 영업점간의 상생이 필요합니다. 서민금융 상품이 늘어날수록 영업점의 이자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판매는 지점이 하더라도 연체율과 고객관리는 본점이 맡아야 합니다. 만약 각 영업점에서 연체율 관리를 하지 않으면 본사가 굳이 지시하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서민금융 대출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죠."
OO은행 서민금융지원부 A씨는 서민금융 상품 지원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지원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금융권 영업지점인데 일반 대출상품보다 연체율이 높아 영업직원들이 꺼리게 된다는 게 이유다. A씨가 제시한 대안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일선 영업직원들이 부담 없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 상품이 그나마 꾸준히 판매되는 이유가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에, 은행은 각 영업점에 압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점은 본점의 눈치를 보고, 본점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판매를 계속하고 셈이다.
하지만 영업점의 연체율 부담을 덜게 해주면 자발적으로 서민금융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 이를 위해 서민금융 상품 판매는 지점이 하지만 연체율은 본점이 맡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영업점은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것 못지않게 연체율 관리가 중요하다. 자칫 기업이나 개인이 대규모 대출을 받고 나서 연체를 할 경우 적지 않은 손실이 날 수 있어서다. 또 연체율이 높을수록 영업점 지점장이나 담당 직원이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서민금융 상품의 경우 연체율이 발생하더라도 건전성 지표에 포함되지 않거나 본점에서 책임을 지게 되면 굳이 지시가 내려오지 않더라도 많이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세제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상품은 이익금을 가지고 운영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내부적으로 보면 일반 대출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서민금융 대출을 판매하면 은행도 적지 않은 수익을 챙겨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부 서민금융 상품은 고이자 논란도 빚고 있다"며 "이자를 최대한 낮추고 (금융기관이) 기부를 한다는 명분을 주기 위해서는 정부나 금융당국도 일정부분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도 "서민금융 지원 상품의 경우 정부가 혜택을 주면 실질적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저소득층을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 국장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절충안을 만들어 도덕적 해이 논란을 빚지 않고 실질적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지_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금융당국 연체율 높으면 규제 강화 검토
그렇다면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어떨까. 금융당국은 우선 서민금융 상품의 연체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각 금융사의 연체율 수준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만약 오름세가 급격히 빨라질 경우 대출자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9월 말 현재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의 연체율이 각각 9.6%, 8.5%를 기록해 10%에 달했다. 미소금융과 새희망홀씨도 작년 12월 말보다 각각 2.5%포인트, 2.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초 올해 말 기준 서민금융 상품 연체율이 20% 내외일 것으로 전망했는데 현재 생각보다 낮은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지만 시기에 따라 대출자격을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체율이 높으면 대출조건을 강화하고 연체율이 낮으면 대출조건을 완화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금융당국이 좀 더 근본적인 것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엇보다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만든 상품을 연체율이 높다고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빚에 쪼들리는 서민은 갈 곳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금융기관은 공공성을 버릴 수 없는 구조다. 고객이 맡긴 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익만큼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만약 서민금융의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서민금융제도 비교
◇미소금융 금융소외계층(저소득자·저신용자)을 대상으로 창업·운영자금 등의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지원하는 소액대출사업이다. 대출한도는 5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가능하며 금리는 연 2.0~4.5%다. 대출조건은 6개월에서 1년 거치 후 최대 5년간 분할상환이 가능하다.
◇햇살론 저신용·저소득 서민에게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담보로 10%대의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서민전용 대출상품이다. 대상은 신용등급 무등급자와 6~10등급,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서민층으로 농림어업인, 무등록·무점포 자영업자, 근로자 등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도 포함된다. 단 신용관리정보 보유자 및 연체자인 경우 대출이 제한된다.
◇바꿔드림론 대부업체 등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저신용·저소득자가 저리 은행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전환대출'이다. 이율은 평균 연 8.0~12.0%(평균 10.5%)이며 신용등급 6등급 이하,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대출 받은 후 6개월이 경과하고 연 20%를 초과하는 고금리대출 원금을 한도로 1인당 30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새희망홀씨 생계자금을 빌릴 수 있는 서민대출상품으로 외국계와 지방은행을 포함해 16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신용평가회사 기준) 5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혹은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사람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1인당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금리는 연 11~14%(평균 13%)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