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웰다잉의 가장 경제적 결합… '적극적 삶의 향유' 확산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삶을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의미 없이 허투루 보낼 수 있는 하루하루의 삶에 더없이 소중한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죽음이란 단어를 감히 꺼내기 힘든 새해 벽두, 버킷리스트라는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내 생애 가장 소중한 한해'로 기억될 수 있는 2013년을 위해 단순히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을 넘어, 살면서 꼭 실천해야 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자.
 
'나를 괴롭혔던 놈들에게 복수하기/ 탱고 배우기/ 갖고 싶고,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 참지 않기/ 웨딩드레스 입어보기/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키스하기/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눈 감기…. '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여주인공 연재(김선아 분)가 작성한 버킷리스트의 일부다. 그는 20가지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하나하나 실행해가면서 주변을 정리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버킷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은 목록을 가리킨다. 2007년 미국에서 제작된 롭 라이너 감독, 잭 니콜슨·모건 프리먼 주연의 영화 <버킷 리스트>가 상영된 후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버킷리스트 열풍은 비단 영화나 드라마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연말 영남이공대학 도서관에는 특이한 나무가 등장했다. 대학생들의 죽기 전 소원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버킷리스트 트리가 설치된 것. 설치 보름 만에 약 500여장의 버킷리스트가 달릴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버킷리스트에는 '30살 이전에 벤츠타기', '아프리카로 봉사활동 가기' 등 이색적이고 톡톡 튀는 소원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카페를 중심으로 '버킷리스트 프로젝트' 등 버킷리스트 실행모임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개설된 한 네이버카페에는 7000명에 육박하는 회원들이 가입했다. 이 카페에는 '단순히 상상으로만 작성하여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아닌 버킷리스트 실행모임을 통해, 혼자가 아닌 여럿이 다양한 체험을 통해 평생의 소중한 추억을 마음 속에 새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라는 소개 문구가 올라와 있다. 사격, 카트, 암벽,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생을 마감하기 이전에 꼭 한번쯤 해보고 싶은 경험을 얻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버킷리스트가 시한부 삶을 예고 받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삶을 적극적으로 향유하려는 이들의 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것. 이러한 버킷리스트 열풍에 대해 김동식 인하대 교수는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들을 실천한다는 것은 '웰다잉'은 물론 '웰빙'과도 연결된다"며 "버킷리스트는 웰빙과 웰다잉이 통합적으로 성취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결합점에 있다"고 풀이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