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간혹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면 오히려 몸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식욕·식탐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본래의 흐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고여버려 소화를 시키지 못하게 되고 일상생활에 무리를 주기도 한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음식을 섭취하고 그 음식이 식탁에서 변기까지 문제없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강도’가 되는 음식
우선 체격, 체중, 활동량 등을 계산해 적당한 열량을 알고 자신이 먹는 음식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인터넷에만 접속해도 음식과 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와 계산기를 구할 수 있다. 필요한 양 이상을 먹는 것은 내 몸에 고여 썩는다고 봐야 한다.
도둑을 밤손님이라고도 한다. 반갑게 맞아들여야 할 손님도 있지만 도둑과 강도처럼 위에 해를 가하는 음식도 있다. 보편적으로 좋은 음식과 해로운 음식이 있고, 다른 이에게는 해롭지 않으나 나한테 맞지 않는 것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채소와 과일은 좋은 흐름이고 술, 고기, 가공이 많이 된 음식 등은 적게 들어오도록 해야 하는 '강도'다.
◆ 위암 부르는 소금·탄 고기
음식을 처음 받아들이는 곳은 입이고 그 다음으로 식도, 위의 순서다. 기계적인 소화는 입에서 시작된다. 단단한 음식을 찢고 부수고 갈아내는 것은 손님맞이의 시작이다. 씹기 운동은 위와 창자가 소화를 준비하도록 명령을 내려주므로, 수술 후 장 운동회복을 위해 환자들에게 껌을 씹도록 처방하고 있을 정도로 유익하다. 또한 열심히 씹어 곱고 잘게 만듦으로써 위의 고생을 덜어줄 수 있다. 위는 음식을 저장하고 위산으로 살균해 몸을 보호하며 잘게 만들어 혼합하는 제2의 치아역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위는 많은 일을 하지만 보드랍고 약한 속살로 구성되어 있어 쉽게 다치고, 다친 부위가 빠르게 재생돼 새로운 점막으로 갈아입지 않으면 견디지 못한다. 이처럼 연약한 위를 공격해 위암의 발생을 촉진시키는 것이 바로 염분과 탄 음식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소금이 들어가며 평균 이상의 염분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암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염분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 고기, 특히 불에 직접 구워 조리한 고기도 수십 가지의 발암물질을 안고 위를 공격한다. 더불어 발암성이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맵고 뜨거운 얼큰한 음식들, 잘 씹지 않은 거친 음식들은 섬세한 위에게는 가혹한 시련이 되므로 섭취 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장의 신경질, 운동저하 개선해야
음식이 위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입이나 식도에 비해 훨씬 길고 손님을 자기화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지만 실제 흡수는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위는 음식을 부숴 몸 속으로 들어가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 소장에게 인도한다. 소장은 실제 대부분의 영양흡수가 일어나는 곳이다. 이런 영양흡수의 특성을 이용해 심한 고도비만환자에게 음식이 소장을 우회하도록 하는 수술을 시행해 영양흡수를 덜어줘 체중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장을 거치며 영양분을 다 뺏기고 남은 음식은 대장으로 이동해 몸 밖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대장은 알뜰한 살림꾼이어서 수분을 흡수하고 남아있는 영양도 마저 빨아들인 후 대변으로 만든다. 대변의 고약한 냄새는 대장에 눌러앉아 사는 세균들이 만드는데, 이 세균들은 장 운동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가 흡수하지 못하는 재료를 분해해 우리 몸이 활용하도록 한다.
우리가 음식에서 얻는 열량의 10% 이상은 대장의 세균들이 건네주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를 열심히 해도 이별이 순탄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장은 제2의 뇌라고 할 만큼 민감하다. 스트레스, 생활리듬, 섭취하는 음식 등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검사에서 눈에 띄는 병이 없어도 복통, 설사, 변비, 또는 이러한 증상이 교대로 발생해 괴로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상이 없다는데 왜 아프고 불편할까 고민하면 그 고민이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 따라서 장의 신경질, 운동저하를 도와주는 약을 꾸준히 먹고 물과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해야 한다.
◆과음은 대장암·직장암 유발
채소와 현미, 견과류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식이섬유는 특히 대장에 많은 도움을 준다. 대장을 편안하게 하여 변비를 막고 대장암·직장암의 발생을 예방한다. 대장에서 만들어진 대변은 항문에 가까운 직장에 보관됐다가 항문을 통해 배설되는데 이 마지막 배설장치 때문에 고통 받아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도 많다.
이 환자들이 호소하는 출혈, 통증, 항문혈관 등이 점막과 함께 튀어나오는 치질 같은 증상과 질환들은 사실 환자들의 장을 다스려온 기록이며 배변습관의 이력서이다. 과음, 변비, 설사,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과도한 힘을 주는 일, 지나치게 열심히 닦아내는 뒤처리 방식은 결국 말썽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많은 신경이 밀집해 있는 항문은 그만큼 예민하고 중요한 장기다. 대변도 한때는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다. 대변을 뱉어내는 항문도 행복했던 혀의 기억을 공유한다. 더럽다고 박대 말고 배변습관을 성실히 조절해 무리한 일을 시키지 않아야 늘어나는 수명만큼 오래오래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음식은 식탁에서 변기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거쳐간다. 우리에게 생명을 건네주는 음식과 건네 받는 소화기들을 보다 더 배려한다면 우리가 영위하는 삶의 질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