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발목을 살짝 삐끗했다는 50대 주부 김모씨. 며칠 쉬었더니 발목은 곧 나아졌지만 얼마 후 무릎에서 이상이 느껴졌다. 무릎이 시큰거리기도 하고 움직일 때마다 딱딱 소리도 나더니 무릎을 구부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집안일 하다 보면 종종 있어왔던 일인지라 별 생각 없이 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져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 
 
김씨의 진단명은 내측 반월상 연골판 파열. 쉽게 말해 걸을 때 서로 스치는 무릎 안쪽 부위의 연골판이 찢어진 것이다. 심하게 부딪친 것도 아니고 단지 살짝 삐끗한 것뿐인데, 어째서 연골판이 찢어진 것일까?


◆가사노동에 연골판도 나이를 먹는다
 
사람 몸 중에서 체중의 하중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무릎인데 이러한 하중을 지탱하고 분산시켜주는 것이 바로 연골이다. 무릎연골은 정강이뼈와 넓적다리뼈 사이의 마찰을 감소시키고 외부충격을 완화시키는 쿠션역할을 하는 부위다. 이 연골을 보호하기 위해 마찰면을 감싸고 있는, 연골보다 조금 탄성이 많은 판이 연골판이다. 흔히 축구나 농구, 유격훈련 등 격렬한 운동을 하다가 충격을 받았을 때 연골판 파열이 나타나지만 김씨처럼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고 노화 문제가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하는 중년 여성의 경우에는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주부들의 경우 늘 집안을 쓸고 닦고,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아이를 안거나 업는 등 무릎에 무리가 가는 일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체중이 55㎏인 주부가 무릎에 받는 하중을 계산해보면, 서있을 때는 체중의 1.2배인 66㎏지만 걸레질을 할 때는 4.5배인 248㎏의 하중을 받는다.
 
특히 이런 가사 일을 수년 째 지속해온 중년여성의 경우 이미 연골판이 약해지고 상처를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태에서 집안의 가구 모서리에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쉽게 연골판 파열로 진행될 수 있는 것이다. 젊을 때에는 연골판의 탄력이 높고 질겨서 잘 찢어지지 않지만, 나이를 먹으면 연골판도 점점 노화가 되면서 딱딱해지고 약해져 작은 충격이나 특별한 외상 없이도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 20년 앞당겨

무릎 연골판 파열이 있는 경우 무릎을 누르면 아프다거나 무릎 주변이 붓는 증상이 있다. 특히 쪼그려 앉거나 일어날 때, 계단을 내려올 때 또는 갑자기 몸의 방향을 틀 때에도 통증이 올 수 있다. 당장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다친 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손상된 만큼 무릎에 부담을 계속 주게 되면서 서서히 관절염으로 진행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연골판은 자연적으로 재생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젊을 때 연골판 파열을 방치하면 훗날 관절염을 20년 가까이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관절염이 발생한 후의 진행 속도 또한 더 빠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연골판 파열이 있을 경우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무릎관절 내의 연골까지 손상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지름길이다.

◆검사하면서 수술까지 받는 관절내시경

무릎연골판 파열 여부의 확진을 위해서는 MRI 검사나 관절내시경을 하게 된다. 관절내시경의 경우 무릎연골판 파열이 발견된다면 검사하면서 치료까지 한번에 가능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피부절개가 아주 작아 흉터가 거의 없으며 회복기간이 짧고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 수술 시간은 15~20분 정도로, 손상된 연골판을 다듬거나 봉합하는 수술이다. 연골판 손상부분의 재생이 가능하다면 특수실을 사용해 봉합술을 시행하고, 만약 재생이 불가능한 경우 손상부위를 정리해주는 절제술을 시행한다. 연골판의 절제 부위가 늘어날수록 수술 후 퇴행성 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커지므로, 되도록 최소한의 절제와 봉합을 배합할 줄 아는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며 그만큼 시술자의 숙련도가 중요하다. 절제술이나 봉합술만으로 복원이 불가능할 만큼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연골판 이식술을 시행하게 된다.
 
물론 연골판 파열이 있다고 무조건 수술을 하는 건 아니다. 진행 정도에 따라 보존적 치료를 하면 상태가 호전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발병 초기에는 약물이나 물리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단 증상을 발견했을 때 한시라도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비용과 노력을 절약하는 지름길이다.


◆생활 속 예방운동으로 관절나이 되돌려야

연골판은 재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50세 이상부터는 연골판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너무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손상된 연골판을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연골판 파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근육량을 키우는 운동, 특히 허벅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해주면 좋다. 운동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주부들이라고 해도, 생활 속에서 틈틈이 할 수 있는 동작들이 있다.

흔히 소파에 앉거나 혹은 누워서 TV를 보는데, 이때 다리를 쭉 뻗어서 발목은 당기고 허벅지를 편 상태에서 다리를 10초쯤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한다. 허공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동작을 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설거지를 할 때는 무릎을 곧게 펴고 허벅지에 힘을 준 상태로 뒤꿈치를 올렸다 내렸다 해준다. 또한 집 안팎의 벽에 등과 허리를 붙인 상태로 천천히 앉았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모든 운동은 한 번 할 때 15회 이상씩 해주어야 효과가 있다. 이러한 예방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노화에 따른 연골판 파열은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