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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척간두 갱진일보'(百尺竿頭 更進一步). 박진수 LG화학 사장(61)이 올 초 신년사에서 밝힌 각오다. '백척이나 되는 낭떠러지에서 다시 한 발짝 나아간다'는 뜻이다. 위기국면의 세계경제 속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업계를 호령하겠다는 LG화학 신임 사장의 포부다.
이제 취임한지 갓 두달이 된 상황. 박 사장의 2013년 계획표엔 여전히 '매출 24조8600억원'이라는 목표숫자가 뚜렷하다. 시설투자비도 2.2% 늘린 2조1200억원을 집행하겠다는 게 회사의 계획. 그의 말마따나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LG화학을 올려놓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해볼 시점이다.
◆ 목표는…현장, 그리고 '뺄셈 경영'
일단 지난 2개월간 박 사장의 경영행보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나, 뚜렷한 목표설정으로 LG화학이 추구해야 할 2013년의 '성장치'를 분명히 했고 취임과 더불어 무섭게 현장경영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있는 경영론을 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 4일 대표이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올해 자신이 '화력'을 집중할 분야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쳤다지만 올해도 힘겨운 한해가 될 것"이라면서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해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6.9% 증가한 24조8600억원으로 설정하고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2조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증설 등을 위한 신규투자에 1조3600억원을 쓴다는 복안인데, 박 사장은 석유화학 부문의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고흡수성 수지,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LCD 유리기판 등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사업의 목표설정과 함께 박 사장은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현장경영'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LG화학 여천공장에 입사한 이후 여천 스티렌수지공장장을 지내는 등 15년 이상을 생산 공장에서 보낸 '현장파' 경영인이다.
실제 지난 1월초 그는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남 여수공장과 충남 서산 대산공장을 잇달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런데 팀별 방문일정을 스스로 변경하거나 무작위로 현장 곳곳을 방문하는 바람에 그를 보좌하던 공장 관계자들이 적잖이 당황해 했다. 보통의 사장들이 현장방문 시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2월 들어서도 박 사장은 올해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시장선도'의 한 방편으로 우수인재 확보에 직접 나섰다. 지난 2월16일(현지시각) 미국으로 날아가 뉴저지주 티넥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현지 채용행사를 주관한 것이 그렇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연구개발(R&D) 분야 10여개 주요 대학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학생 40여명이 초청됐는데, 박 사장은 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LG화학의 강점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사참여로 호응을 얻었다.
박 사장이 피력한 '뺄셈경영론' 역시 지난 2개월간 경영자로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새긴 행보로 평가된다. '진정한 프로는 뺄셈을 우선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덧셈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지론. 자원과 시간이 한정돼 있다면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일, 본질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가 생산현장을 방문할 때 일정대로 다니지 않고 해외출장 때도 수행원 없이 혼자 다녔던 것이 모두 '뺄셈지론'에 근거한 행동들이다. 그러나 '덧셈'이 필요한 순간에는 과감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는 이가 박 사장이다. 그는 여수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4시간 이상을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500여명의 현장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 과제는…석유프로젝트 성과, 美 배터리 공장 정상화
최고경영자(CEO)는 성과를 내야하는 자리다. 박 사장의 적극적인 경영스타일도 결국 회사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실적향상을 이끌어야만 최종적으로 '호평'받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LG화학의 신참 사령탑 박 사장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숙제들은 분명 산재해 있다. 우선 석유화학 부문에서 해외프로젝트 추진과 신소재 개발에 대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LG화학은 2011년 카자흐스탄 정부와 합작 계약을 맺고 아티라우 석유화학 경제특구에 연간 폴리에틸렌 80만톤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현지 국영 석유기업 UCC, 민영기업 SAT와 함께 42억달러를 투자했다. 카자흐 정부가 LG화학의 기술력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높이 평가한 만큼 '2016년 생산' 시작에 맞춰 마무리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박 사장은 최근 자신에게 떨어진 긴급한 '숙제' 하나도 빨리 풀어야 한다. 미래 먹거리사업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사업과 관련해서다. 한때 미국시장 조사업체 파이크리서치가 선정한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라는 영광을 안은 LG화학이지만 최근 미국 배터리공장에서 큰 문제가 터졌다.
미 에너지부(DOE)가 지난 2월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있는 LG화학 배터리공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연방정부가 1억51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는데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세금만 낭비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고서는 "공장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비디오 게임이나 지역단체 자원봉사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5개로 예정됐던 생산라인도 3개만 설치됐고 직원수 역시 현재 150명으로 당초 목표 44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공장은 준공식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회사 임직원들을 격려할 정도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차후 GM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까지 잡혔지만 GM의 전기차 '볼트'(Volt)가 잘 팔리지 않아 현재 '휴무상태'로 돌아선 처지다.
박 사장 본인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수요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표명한 만큼 하루빨리 미 배터리공장의 정상가동을 현실화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 <프로필>
제물포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럭키 프로젝트실/LG화학 여천 스타이렌수지 공장장(상무)/LG화학 특수수지 사업부장(상무)/현대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LG석유화학 대표이사/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제 취임한지 갓 두달이 된 상황. 박 사장의 2013년 계획표엔 여전히 '매출 24조8600억원'이라는 목표숫자가 뚜렷하다. 시설투자비도 2.2% 늘린 2조1200억원을 집행하겠다는 게 회사의 계획. 그의 말마따나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LG화학을 올려놓을 수 있을지 예의주시해볼 시점이다.
일단 지난 2개월간 박 사장의 경영행보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시기이기는 하나, 뚜렷한 목표설정으로 LG화학이 추구해야 할 2013년의 '성장치'를 분명히 했고 취임과 더불어 무섭게 현장경영에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요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분명히 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있는 경영론을 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 4일 대표이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올해 자신이 '화력'을 집중할 분야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쳤다지만 올해도 힘겨운 한해가 될 것"이라면서 "기술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집중해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대비 6.9% 증가한 24조8600억원으로 설정하고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2조1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증설 등을 위한 신규투자에 1조3600억원을 쓴다는 복안인데, 박 사장은 석유화학 부문의 카자흐스탄 프로젝트, 고흡수성 수지,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LCD 유리기판 등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사업의 목표설정과 함께 박 사장은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현장경영'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LG화학 여천공장에 입사한 이후 여천 스티렌수지공장장을 지내는 등 15년 이상을 생산 공장에서 보낸 '현장파' 경영인이다.
실제 지난 1월초 그는 사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전남 여수공장과 충남 서산 대산공장을 잇달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그런데 팀별 방문일정을 스스로 변경하거나 무작위로 현장 곳곳을 방문하는 바람에 그를 보좌하던 공장 관계자들이 적잖이 당황해 했다. 보통의 사장들이 현장방문 시 정해진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2월 들어서도 박 사장은 올해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시장선도'의 한 방편으로 우수인재 확보에 직접 나섰다. 지난 2월16일(현지시각) 미국으로 날아가 뉴저지주 티넥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현지 채용행사를 주관한 것이 그렇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연구개발(R&D) 분야 10여개 주요 대학 학부생과 석·박사 과정 학생 40여명이 초청됐는데, 박 사장은 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LG화학의 강점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행사참여로 호응을 얻었다.
박 사장이 피력한 '뺄셈경영론' 역시 지난 2개월간 경영자로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새긴 행보로 평가된다. '진정한 프로는 뺄셈을 우선으로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덧셈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지론. 자원과 시간이 한정돼 있다면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버리고 꼭 해야 하는 일, 본질적인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가 생산현장을 방문할 때 일정대로 다니지 않고 해외출장 때도 수행원 없이 혼자 다녔던 것이 모두 '뺄셈지론'에 근거한 행동들이다. 그러나 '덧셈'이 필요한 순간에는 과감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는 이가 박 사장이다. 그는 여수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4시간 이상을 구석구석 걸어 다니며 500여명의 현장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는 성과를 내야하는 자리다. 박 사장의 적극적인 경영스타일도 결국 회사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를 해결하고 실적향상을 이끌어야만 최종적으로 '호평'받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LG화학의 신참 사령탑 박 사장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숙제들은 분명 산재해 있다. 우선 석유화학 부문에서 해외프로젝트 추진과 신소재 개발에 대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LG화학은 2011년 카자흐스탄 정부와 합작 계약을 맺고 아티라우 석유화학 경제특구에 연간 폴리에틸렌 80만톤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는 현지 국영 석유기업 UCC, 민영기업 SAT와 함께 42억달러를 투자했다. 카자흐 정부가 LG화학의 기술력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높이 평가한 만큼 '2016년 생산' 시작에 맞춰 마무리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박 사장은 최근 자신에게 떨어진 긴급한 '숙제' 하나도 빨리 풀어야 한다. 미래 먹거리사업인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사업과 관련해서다. 한때 미국시장 조사업체 파이크리서치가 선정한 '최고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이라는 영광을 안은 LG화학이지만 최근 미국 배터리공장에서 큰 문제가 터졌다.
미 에너지부(DOE)가 지난 2월1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있는 LG화학 배터리공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연방정부가 1억5100만달러(약 1600억원)를 지원했는데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세금만 낭비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당시 보고서는 "공장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비디오 게임이나 지역단체 자원봉사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5개로 예정됐던 생산라인도 3개만 설치됐고 직원수 역시 현재 150명으로 당초 목표 440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공장은 준공식 당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해 회사 임직원들을 격려할 정도로 현지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차후 GM에 배터리를 납품할 계획까지 잡혔지만 GM의 전기차 '볼트'(Volt)가 잘 팔리지 않아 현재 '휴무상태'로 돌아선 처지다.
박 사장 본인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직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수요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표명한 만큼 하루빨리 미 배터리공장의 정상가동을 현실화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 <프로필>
제물포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졸업/㈜럭키 프로젝트실/LG화학 여천 스타이렌수지 공장장(상무)/LG화학 특수수지 사업부장(상무)/현대석유화학 공동 대표이사/LG석유화학 대표이사/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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