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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그룹 지주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111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주발행규모는 160만주로 종전 발행주식 총수의 약 13% 규모다. 신주발행가는 6만9300원으로 이날 현대엘리베이터 종가(9만2800원) 대비 25% 이상 낮은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8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실시했었다.
현대상선 역시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CB발행 또는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전환권 행사가 또는 신주발행가는 기준주가에서 20% 할인된 수준에서 설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역시 지난해 12월 197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이외에도 현대상선은 해상화물에 대한 운임채권 유동화를 통해 3000억~40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또 한국서부발전 등 우량화주와 맺은 장기운송계약 관련 매출채권도 유동화해 추가로 자금을 끌어모으기로 했다. 이미 실시한 유상증자 자금과 추가로 증자·CB 등을 통해 조달키로 한 금액에 자산유동화로 끌어모을 자금까지 더하면 현대상선은 올해 중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부진·재무구조 악화 등 우려 불식 차원
이처럼 현대그룹 주력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한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현대그룹 순환출자의 핵심 축이다. 그럼에도 양사는 실적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시장의 우려를 키워왔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만 7200억원에 이르는 등 유동성 압박에 시달려왔다. 이미 현대상선의 총자산 9조3500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 IFRS 연결기준) 중 부채총계는 8조112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657%에 달했다.
부채 중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등 총 차입금은 6조8900억원에 이르고 총 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유동성을 제외한 순차입금 규모도 6조원에 육박한다. 이로 인한 이자비용만 지난해 1~9월 누적으로 244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당장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 1조원을 훌쩍 넘는다. 회사채 7200억원(이 중 2600억원 2월 상환완료)을 비롯해 단기차입금 494억원, 장기차입금 2196억원, 장기미지급금이 3061억원이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현대로지스틱스, 현대부산신항만 관련 풋백옵션이 있다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난 2011년 1월 현대상선은 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의 3자배정 유상증자 시 투자자인 우리-블랙스톤 PEF(사모펀드)에 풋백옵션을 제공했다. 올 7월20일까지 현대로지스틱스가 상장되지 않을 경우 우리블랙스톤 PEF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주기로 한 것.
당시 약정한 금액은 우리블랙스톤 PEF의 투자원금 1000억원에 연 8.5% 복리를 붙인 1200억원 정도다. 현대로지스틱스의 2012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우리블랙스톤 PEF에 1200억원을 물어주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0년 현대부산신항만 매각과 관련해서도 현대상선은 부산신항만의 실적이 일정수준에 올라서지 못할 경우 매각으로 취득한 2000억원 중 1000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물어주기로 약정한 바 있다. 부산신항만의 실적도 부진한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추가로 돈을 토해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현대상선 실적회복이 관건
게다가 현대상선의 실적부진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부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전년대비 4.1% 증가한 9156억원의 매출과 84.4% 늘어난 49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현대상선 지분관련 손실로 당기손실이 414억원에 달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실은 다시 현대그룹 지배구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27%에 불과하지만 케이프포춘·넥스젠캐피탈 등이 보유한 17% 이상의 현대상선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등 현대그룹과 대척하던 범(凡) 현대가의 지분이 35%를 넘더라도 현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자금력이 부족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케이프포춘 등 우호지분 보유자들에게 주가하락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약정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주주인 쉰들러 홀딩아게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우호적 투자자와 맺은 약정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 소송을 제기했었다. 쉰들러 홀딩아게가 승소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에 대한 안정적 지배가 흔들릴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앞서 살펴본 현대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도 동요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의 실적회복이 결국 현대그룹 동요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치유책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상선이 올해 닥친 유동성 위기를 넘기면 글로벌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실적도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현대그룹의 동요도 잠잠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당장 닥친 유동성 위기를 무사히 넘길 것인지 여부다. 해운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BDI(벌크선운임지수) 등 해운업 관련지수가 저점수준으로 내려온 만큼 더 내려갈 요인이 많지 않다"며 "선제적인 자금조달은 현대상선의 유동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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