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소속된 인도네시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미얀마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속칭 '동남아'라 불리는 이들 국가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관광'이나 '후진국' 등의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투자관점에서 이러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업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인구가 많아 탄탄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어 투자대상으로서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는 것이다.
◆ 아세안, 높은 성장성에 점수
알란 리차드슨(Alan Richardson) 삼성자산운용 홍콩 현지법인 매니저는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머징마켓 투자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브릭스'(BRICs)보다 '아세안'이 더 좋다고 밝혔다.
리차드슨 매니저에 따르면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차세대 제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더불어 평균연령이 낮아 장기적으로 볼 때 구매력이 점차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내수시장도 매우 크다. 그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시장 총 인구는 6억4000만명에 달한다"면서 "내수가 받쳐주기 때문에 향후 전망도 좋다"고 설명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도 "아세안을 새롭게 봐야 하는 이유는 이들 국가의 높은 성장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아세안국가는 5%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베트남 등은 아시아신흥국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이 기대된다.
IMF는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2017년 아세안시장의 성장률을 5~8%로 예상했다.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저개발 국가들의 경우 향후에도 높은 투자수요로 성장성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경제성장에 따라 이 지역의 자본시장 역시 한층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아세안의 국채발행 규모는 2000년 26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12년에는 312억달러로 급팽창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경제가 저성장·저금리라는 요소를 공유하는 가운데, 아세안지역은 이런 유행(?)에서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 아세안펀드, 수익률도 높은 편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손쉽게 아세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 아세안펀드의 수익률도 높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운용순자산이 10억원 이상인 국내 아세안펀드 12개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지난 3월26일 기준으로 연초 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는 IBK자산운용의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A[주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연초 이후 18.7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 기간 동안 베트남 증시가 17% 상승하는 등 강한 흐름을 나타낸 데 따른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12개 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낮은 것은 한화자산운용의 '한화동남아시아전환자 H[주식]종류A'로 이 펀드 또한 4.20%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5년 이상의 수익률이 나오는 11개 펀드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 1(주식)종류A'가 142.5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장기투자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높은 IBK베트남펀드의 5년 수익률은 -10.84%로 손실을 기록했다.
◆ 지역·국가별 리스크 유념해야
투자 세계의 '격언'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기도 하지만 간혹 세월과는 관계없이 영속성을 갖는 경우도 있다. 그 중 하나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일수록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는 아세안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각국 및 기업들은 신흥국의 성장 동력을 지렛대로 사용해 고수익을 올리고자 신흥국으로의 투자나 진출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신흥국은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경제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거시경제지표의 변동 폭이 클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및 제도가 상대적으로 덜 갖춰져 있고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 예기치 못한 위기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한국투신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등이 설정했던 '베트남펀드'가 이러한 해외투자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 운용사의 베트남펀드는 대체로 5년 만기가 있는 폐쇄형으로 설정됐다. 자산이 있고 해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길게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이 펀드를 설정한 뒤 한동안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만성적인 무역적자와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베트남 증시가 지난 2007년 말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하자 상황이 급변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2007년 1100까지 올랐던 지수는 2009년 200대까지 내려갔다.
더불어 베트남 화폐인 동화 가치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30% 이상 절하되자 높은 기준금리에 환 헤지를 하지 않은 펀드의 손실 폭이 더욱 커졌다.
대세상승기에 제대로 진입해 고수익을 누렸지만 환매가 불가능했고, 이후 만기를 맞아 환매가 가능해졌을 때는 수익률이 반토막 난 후였다. 결국 운용사들은 수익자총회를 열어 폐쇄형에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으로 펀드의 유형을 전환했다.
올해 들어 베트남 증시는 400대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현지시간으로 3월27일 현재 491.26까지 상승하는 등 강세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원금 회복을 못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흥국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고, 지역·국가별로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면서 "신흥국은 지속적인 활력이 기대되는 시장인 만큼 적극적으로 공략하되, 지역·국가별로 상이한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그에 맞는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시에 신흥국의 거시경제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해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