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였던 국민행복기금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정부는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과 서민의 과다 채무부담 완화를 위해 이 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를 해소 및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주택담보대출 제외…눈물짓는 '하우스푸어'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국민행복기금의 추진계획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제외돼 이른바 '하우스푸어족'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정부가 아직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국내 가계부채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규모가 큰 만큼 자칫 반쪽짜리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채권 잔액은 1110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월 말 대비 0.3%(3조2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이 중 가계대출은 459조5000억원이며 주택담보대출은 312조원이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이미 국민행복기금에서 하우스푸어 문제의 핵심 이유인 주택담보대출이 제외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 문제의 경우 주택을 구입해 수익을 올리려는 채무자 본인의 선택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수장으로 취임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당시 하우스푸어 구제 방안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이 문제가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이 신빙성을 더했다.
당시 신 위원장은 하우스푸어 대책을 묻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하우스푸어 대책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상환부담을 장기간으로 늘리는 쪽으로 독려하겠다"고 답변했다.
신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융위가 주택담보대출 문제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신 위원장은 또 "하우스푸어 대책은 부동산거래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며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담보인정비율)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이 국민행복기금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모든 담보대출이 제외됐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행복기금의 매입대상 채권에서 배제된 채권은 담보가 있는 채권뿐만 아니라 담보물건 매각절차나 압류절차가 진행중인 채권, 담보물건이 미처리된 부분담보채권이다. 또한 미등록대부업체 및 사채 채무자, 신용회복위원회나 개인회생, 개인파산을 통해 채무조정을 이미 신청한 채무자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담보권 설정 이후 채권의 경우 해당 담보가 금융사의 재산이 된다는 의미"라며 "금융사의 재산을 가지고 정부가 채무를 조정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등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사의 담보에 대한 채무를 줄이게 되면 해당 금융사의 주주 입장에서는 자산에 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배임 가능성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워크아웃'으로 위기 모면
국민행복기금이 하우스푸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했지만 정부는 '잔존채권'을 국민행복기금 매입대상 채권에 포함시켜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금까지 하우스푸어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였던 것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해 집을 경매로 넘긴 하우스푸어들을 서럽게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잔존채무다. 1억5000만원짜리 주택을 1억원의 대출을 이용해 구입한 사람이 경매에 집을 넘겨도 경매가가 8000만원으로 결정되면 2000만원의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집을 팔아도 빚은 남는다'는 말이 법원 근처에서 회자됐다. 하지만 국민행복기금은 남게 되는 빚 2000만원을 매입대상 채권에 포함시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 및 금융당국은 국민행복기금에 포함되지 못한 주택담보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리워크아웃제도'를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은행권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프리워크아웃은 부실이 우려되는 대출이나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인 대출에 한해 상환의지, 정상화 가능여부를 감안해 부담을 완화해주는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금감원은 부동산시장의 경기침체로 인해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내수경기 회복이 지연으로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이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유도해왔다. 이로 인해 은행권 자체 프리워크아웃 실적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 프리워크아웃 실적은 총 9조4000억원(8만5000건)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316조9000억원)의 3% 수준에 달했다.
프리워크아웃은 분할상환대출의 거치기간을 연장하거나 LTV한도 초과대출 만기연장, 일시상환을 분할상환으로 전환하거나 일시상환을 만기지정상환으로 변경하는 것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가장 적극적인 프리워크아웃 수단인 상환방식 변경, 이자감면 및 이자유예 등은 지난해 하반기 금감원 권고 이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에 상환방식이 변경된 주택담보대출 금액은 총 9118억원으로 상반기와 비교해 14.5% 증가했다. 이자감면 및 유예 역시 상반기 28억원에 비해 760.7%나 상승한 242억원을 기록했다.
◆비대상자라면 '개인워크아웃' 활용 염두
국민행복기금을 이용해 채무탕감을 받기 어려운 계층이라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 2003년 금융위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으로 과중채무가 급증한 데 대한 대책 및 조속한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기관 간 신용회복지원협약'에 따라 출범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이 제도는 현재의 소득수준으로는 정상적인 채무상환이 어려운 과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거나 분할상환, 이자율조정, 변제기한 유예, 채무감면 등을 받을 수 있다.
지원대상은 금융사의 채무를 3개월 이상 연체한 금융채무불이행자로 금융기관에 대한 총채무액이 5억원 이하,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다.
상환기간 연장 및 분할상환은 대출금의 종류, 총채무액, 변제가능성, 담보, 채무자 신용 등을 고려해 최장 10년까지 상환기간을 연장해 채무를 나눠 갚을 수 있게 도와준다. 변제기한 유예는 실업이나 폐업, 재난 등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대상으로 2년 이내에서 채무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채무감면은 빚을 진 사람이 재산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채무완납이 어려울 때 적용된다. 특히 빚을 갚지 못해 강제집행을 당할 때 갚아야 할 돈이 회수예상가 이상이면 부실채권의 성격에 따라 이자를 줄여준다. 채무감면을 이용하면 이자는 전액감면이 가능하고 원금은 금융기관이 손실처리한 상각채권의 50% 범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또 ‘프리워크아웃’ 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해 단기연체자에 대한 채무조정 기회를 제공한다. 지원대상을 ‘최근 1년 이내 연체일수가 총 1개월 이상’, ‘연소득 4000만원 이하’까지 확대했으며 국민행복기금 신청기간 중 채무조정신청을 접수하면 연체채권은 최대 30%, 상각채권은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